[인터뷰]어느 ‘을’의 ‘갑’을 향한 용기 있는 일침

‘프랜차이즈 24시 편의점의 덫’을 엮어낸 박재현(64)씨는 2011년 6월부터 10월까지 거제에서 S편의점을 운영했던 편의점주 출신이다. 그는 본사가 홍보한 매출 규모에 못 미치는 매출이 발생하는 등 문제점이 속출하자 폐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위약금, 물품 떠넘기기 등 문제가 발생하자 소송을 제기, 2011년부터 현재까지 S편의점 본사와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송을 진행해오던 그를 변화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는 “한 청년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의 어느 날, 박씨를 두 번이나 찾아온 청년이 있었다. 편의점 문제로 인해 상담할 것이 있다고 말했던 그 청년은 박씨의 오해로 인해 빈 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는 이 청년 편의점주의 죽음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는 소송을 진행해 오면서 느꼈던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대한 문제점들과 현장 편의점주들의 목소리를 한 데 묶어 ‘프랜차이즈 24시 편의점의 덫’을 엮어냈다.

그는 이 책에 힘없는 사람들이 거대 자본과 대기업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박씨는 현재 ‘을’을 위한 단체인 ‘민족사랑연합회’를 발족해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그는 이 단체를 을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큰 단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그 시작 단계다. 그는 사람도 모았고, 사무실과 홈페이지도 마련했다고 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죽은 그 청년과 마음으로 맺은 약속입니다”라고 말했다.

6일, <시사포커스>가 “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 '민족사랑연합회' 대표이자 '프랜차이즈 24시 편의점의 덫' 저자 박재현씨

Q. ‘프랜차이즈 24시 편의점의 덫’을 엮어내게 된 계기는?
A. 2011년, 거제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하다가 그만 둔 이후에 한 청년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2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 젊은 청년이었는데, 내가 다른 지방에 있어서 만나지 못했다.

그 친구가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는 내가 만나주질 않았다. 거대 기업과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그 상황에서 대뜸 젊은 사람이 찾아왔다기에 의심이 먼저 들어서였다. 편의점에 문제가 있어 조언을 듣고 싶다고 말하던 그 청년은 두 번째 방문에서도 그냥 그렇게 돌아갔다.

그리고 2013년 3월에 젊은 편의점주의 자살이라는 주제의 뉴스 보도를 접했다. 순간 그 청년의 생각이 나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그 길로 달려가 신문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수소문해 보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편의점주는 바로 나를 두 번이나 찾아왔던 바로 그 청년이었다.

그 죽음을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겐 프랜차이즈 대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 수집한 자료가 많다. 또 느끼고 경험한 것도 많다. 만약 내가 이 지식을 통해 그 청년을 도와줬더라면 청년은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힘든 사람이었는데 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러다 그 청년 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많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다.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아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결심했다.


Q. 책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나?

▲ 박재현 씨가 엮어낸 '프랜차이즈 24시 편의점의 덫'

A. 첫 번째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지식이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며 알아야 될 사실들이나 가맹 계약을 5년 하는 이유, 수익 계산 방법, 프랜차이즈와 일반 편의점 간의 차이점 같은 것들이다.

두 번째로는 미리 조심해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편의점주들에겐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억울한 일로 피해를 보아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여건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내가 아는 부당한 것, 잘못된 것들을 알렸다.

다음은 용기다. 대기업에 맞서 싸우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런 사람도 있으니, 당신들도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다. 나아가 내 존재가 그들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쉴 수 있는 쉼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Q. 직접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당시 느낀 문제점은 무엇인가?
A. 원칙적으로 동업 관계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동업이라면 수익과 함께 손해에 대한 배분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점포가 망했을 경우 그에 대한 비용은 점주에게 모두 부담된다. 본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프랜차이즈와 계약할 때 인테리어 비용을 본사가 제공함으로써 5년간 종속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본사와 합의 하에 폐점을 해도 본사는 위약금과 장비 철거, 인테리어 잔존 위약금을 요구한다. 폐점한 편의점주가 위약금을 내기란 사실상 어렵다.

이 때 보증 보험 증권이 등장한다. 회사는 계약 후 서울 보증 보험 증권 또는 담보를 요구한다. 대부분 신용에 문제가 없다면 보증 보험 증권으로 대신하게 되는데, 이 때 들어 놓은 보증 보험 증권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회사는 편의점주가 내기 어려워하는 위약금을 이 보증 보험 증권을 통해 충당한다. 편의점주에겐 보증 보험 증권에 상환해야 할 위약금의 빚만 남게 되는 것이다.

또 해약 시 물품 떠넘기기도 문제점이다.

Q. ‘을’인 편의점주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나.
A. 그렇다. 우리 ‘을’들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앞서 말한 위약금 문제에 대해 나는 과거에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어 잘 알고 대처를 했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은 그런 부분들(위약금, 보증 보험 증권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문제 제기를 해서 법정 공방까지 가게 되더라도 거대 자본을 이기기란 사실상 어렵다.

S편의점 본사의 경우만 봐도 그들의 로펌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로펌이 변호사만 97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로펌이다. 그 사람들과 싸우면 일반 변호사가 이기기란 요원한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모르면 당한다. 알고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 이게 문제가 아니면 무엇인가.

▲ 박재현씨는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탁상 행정" 이라고 꼬집었다.

Q.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A.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공정위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 종료시점이 오전 1시이고 출근시간이 오전 7시인 점을 고려해 영업중단 시간대를 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소도시 및 지방, 읍, 면 지역은 저녁 7시 이후만 되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 많다. 서울 등 대도시를 기준으로 만든 이 개정안은 지방 가맹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다.

각 지역의 야간 시간조절은 지역 특성에 따라 자율권을 부여, 편의점주들의 실질적 삶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Q. 책 내용이 민감한 내용인데, 책을 발간하는 데 문제는 없었나?
A. 문제라기보다는, 책을 내지 않으면 안 되냐는 부탁은 받은 적 있다. 우리 측 변호사에게서였다.

한창 소송이 진행 중일 때 법원에서 화해 권고 요청이 내려온 적이 있다. 재판 과정에서 화해 권고라는 것은 당사자들끼리 화해하고 끝내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측 변호사가 2천만~3천만 가량의 돈을 이야기 하며 화해를 하고 끝내자고 제의를 했다. 그러나 화해를 받아들이면 책을 발간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받으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단칼에 거절했다. 돈은 안 받아도 좋으니 이 책을 내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앞으로 대기업들에서 명예훼손이든 무엇이든 제기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맞대응 할 자신도 있고, 뭣보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에 꺾이지 않을 것이다.

Q. 반대에도 책 출판을 강행했다. 소송도 진행 중인데, ‘을’ 입장에서 어려움은 없나.
A. 처음 소송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니가 뭘 하냐”는 시선이 많았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갑을관계가 이슈가 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런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로썬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건데 그런 점을 이해 받지 못한다는 것이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모든 것을 던져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다.

Q. 을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진행 상황은?
A. 현재 ‘민족사랑연합회’라는 단체를 설립해 운영을 시작하는 단계다. 사람도, 사무실도, 홈페이지도 있다. 앞으로 안정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체가 커지고,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지회를 만들 계획이다. 시민 단체와의 연계도 생각하고 있다.

거기서 생기는 부는 모두 봉사활동 등으로 사용할 것이다.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단체로 키울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을의 목소리에 관심 가질 수 있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그것이 죽은 청년 편의점주에게 마음으로 약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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