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2주년 맞는 열린우리당의 ‘제 2 창당 운동’

창당 2주년을 맞는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제 2 창당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당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한 것에 이어, 10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같은 행사를 열었다. 열린우리당의 이러한 행사는 곧 국민의 질책을 직접 가감없이 듣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이지만 ‘약발’이 먹힐지는 의문이다. 정세균 당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김주성 도의원은 “지금 여당의 전북 지지도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북은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라고 경고했다. 사실 전북은 작년 총선 때 여당이 지역구(11석)를 석권한 곳이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에 심영배 도의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텃밭까지 잃어가는 상황”이라며 김 도 의원의 발언을 거들었다. 다른 도의원은 “국민들은 시원한 꼴을 보고 싶은데 (여당은) 옛날 것만 들추고 대북 지원이니 하면서 앞으로 가지를 못하고 있다”며 “당 인기가 올라가려면 과거사에 매이면 안 된다”고 했다. 서준용 당원협의회장(전주 덕진)은 “국민들 보기에 (우리당은) 몇몇 사람이 원맨쇼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의 결속은 볼 길이 없고,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개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도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의원은 “우리는 과거 대선에서 이인제, 정몽준씨, 심지어 김종필씨까지 모아서 겨우겨우 집권한 세력인데, 지금은 우리당·민주당·민노당으로 분열된 상태”라며 연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당 의장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정 의장은 전북도청에서 ‘쌀 비준안 통과’ 반대 농성 중인 지역 농민 대표들을 만나 설득했으나, 농민 대표들은 “앞으로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이날 여당 내 한 토론회에 참석, “최근 각종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정부·여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살림을 나아지게 해 줄 사회·경제적 정책을 제대로 내놓은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첫 해 청와대 국내언론담당비서관을 지냈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에 대해서도 “지지층의 신념을 깨뜨려 지지율이 15%대로 하락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제대로 된 홍보전략도 세우지 못한 채 왜 기자와 국민이 우리를 몰라주느냐고 욕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했다. ◈ 한나라, "국정운영 무시하는 집권 여당…전직 대통령 '바람막이'에 숨지 마라" 하지만 '창당 2주년'을 맞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따끔한 질책과 훈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먼저 "열린우리당이 집권 여당답게 국정에 전념하고 국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는 '축하 인사'를 건네는 동시에 "동업자로서의 쓴 소리" 또한 잊지 않았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각각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포함한 이른바 '민주세력 대통합론' 등에 대해 "구태정치로 돌아가려는 것이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통해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 무책임하고 경박한 독선으로 일관했다"며 "이름 그대로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특히 지난달 26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결과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무시한 채 야당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대통령에 대한 충언(忠言)은커녕 '노(盧)비어천가'만 부르던 실수가 반영된 것이다"면서 "집권 여당답게 국정 운영에 전념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오고 있는 '지역구도 개선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 주장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전직 대통령의 바람막이에 환호하고 지역주의에 영합하는 정치적 술수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큰 정치를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 민주, "열린당 창당은 실패, 연민의 아픔 느껴… '합당·통합론' 걷어치워라"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의 창당이 곧 '분당(分黨)의 아픔'인 민주당 또한 "'무능 태만 혼란'의 정당, 청와대만 바라보는 '지당하십니당'으로 전락한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실패로 끝났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기록한 '27전 27패'의 재보선 참패와 10%대 지지율 등을 지적하면서 "창당 두 돌을 맞은 열린당의 현 주소는 민심을 잃고 허우적거리고 있어 안타깝다 못해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특히 여권의 '위기 탈출'을 위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통합'론에 대해서도 "천하의 웃음거리다"면서 "열린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재미 좀 보려는 얄팍한 짓은 걷어치우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앉아서죽든 서서죽든 남자답게 가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민노, "초심으로 돌아가야… 개혁·민생 정치의 길로 나올 때 협력하겠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단 총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창당 때 내건 '개혁'과 '민생' 정치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천영세 대표는 또 "(열린우리당이) 진정한 개혁과 민생 정치의 길로 걸어 나올 때 민주노동당도 그 길에 협력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열린우리당의 '정책적 재출발'에 따른 '공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노당은 최근 열린우리당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민주 대연합론' 등이 "지역주의와 구태 정치로 돌아가기 위한 퇴행적 지역 연합론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與, 정세균 '제2창당' 선언에 참정연 반박 성명 발표 등 '내홍' 재연 우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 앞마당에서 창당 2주년 기념식을 열고 향후 국정운영 로드맵 등을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무엇보다 당력을 모으고 민심을 얻는 게 우선이다"며 "당의 체제 정비와 지지도 복원을 통한 통합적 구심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 정세균 의장은 "제2창당에 도전하는 각오로 새로 거듭나는 정당이 되겠다"면서 당헌·당규 개정과 함께 '사회 통합적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신(新)강령'을 만들어 당의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 또한 전했다. 그러나 정 의장의 이 같은 '제2창당' 선언에 대해 당내 '친노(親盧) 직계'로 분류되는 참여정치실천연대(대표 이광철 의원)는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하는 등 다시금 '내분'에 휩싸일 조짐마저 일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이날 창당 기념식은 전체 144명의 소속 의원 중 37명만이 참석하는 등 당 내외 관계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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