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작가 공지영에 의해 책으로 출간돼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사건이 영화화 되면서, 장애아들을 향한 성범죄는 국민들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당시 청각장애아 8명 등을 상대로 성폭행 등 성범죄를 자행한 인화학교 교장, 행정실장 등은 5년 동안 학교라는 공간에서 장애아이들을 향해 마수를 뻗쳤다. 상처를 입은 장애학생들은 세상에 알려질 때까지 고통과 불안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런가운데, 얼마 전 ‘부산판 도가니’로 불리는 부산맹학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부산맹학교 남교사가 3년동안 4명의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 행각을 벌인 사건과 관련해 특별감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은폐한 부산맹학교 교장 및 교무부장, 시교육청 담당 장학관 등 3명을 직위해제할 것을 해당 시교육감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3년동안이나 여학생들을 성추행해 왔지만, 해당 학교는 교사를 향한 제재 대신 아이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방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감에게 학교현장에서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가해자를 즉시 교단에서 배제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학교장 또는 교사가 수사기관에 바로 신고토록 조치했다.

이 밖에도 서울의 한 특수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장애학생이 졸고 있다며, 귀를 라이터불로 지지는 사건, 한 여교사가 특수학급 장애아들을 상대로 가혹행위 및 성추행을 했다는 일련의 보도들은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오며, 학교라는 곳이 장애아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적인 곳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도록 만들었다.

결국, 부당한 행위나 억압을 당한 채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쉽게 뻗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장애아이들은 2차, 3차 피해에 노출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애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진술조력인’ 제도가 내달 19일부터 시행된다.

진술조력인 제도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아동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인 경우 원활한 조사와 재판의 증인신문을 위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피해를 입은 장애아이들은 그나마 한 걸음 나아갈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시스템 또한 제도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학교’라는 그들만의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장애아이들이 없도록 사회를 대변하는 정치권과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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