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여권...‘거듭나기’진통 한창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40명과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 개혁국민정당 의원 2명 등 47명이 중심이돼 창당을 선언한지 어느덧 2년. 11일로 창당 2주년을 맞는 열린우리당이‘거듭나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지난달 재선거 참패 이후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당은 최근 여권의 상황을‘위기’라고 진단하고, 9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민과의 대화’를 추진한 데 이어 11일 창당기념일에 맞춰 우리당이 대대적인 홍보를 추진 중인 ‘정국운영 로드맵’과 관련, 기획을 맡은 우리당 하근철 전략기획실장은 “로드맵에 넣을 내용이 없다”며 “아직 발표 여부 또한 결정이 안 돼 어디까지나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난색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10일 평화개혁연대가 마련한‘우리당 진로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송영길 의원은 “의원협의체 대표로 전락한 지도부의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뒤 “아무런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는 지도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지도력 부재가 당의 총체적인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당의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안정감과 추진력 그리고 사명감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의원들의 의견이 더 이상 갈라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특별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당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당이 창당 당시만 해도 앞길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신당의 기치를 올렸지만, 확실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새에서 과연 나름의 생존 방식을 찾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해 1월11일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의장을 선출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우리당 지지율은 출범 당시 10%대에서 불과 보름만에 30%를 육박하면서 정당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야당이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중단시키겠다는 취지로 추진한 탄핵은 오히려 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여당으로 탈바꿈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추진된 입법부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우리당에 대한 지지표로 전환된 것이다. 당시 우리당은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건국이래 최초로 개혁세력이 의회 과반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것이 180도 바뀌었다. 152석에 달했던 의석은 잇따른 의원직 상실과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144석으로 감소했다. 총선 직후 50% 가까이 치솟았던 당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 `백팔번뇌'로 불리는 초선의원 108명의 돌출성 행동도 당 지지율 저하에 한몫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와중에 의원들은 실용과 개혁이라는 상이한 정체성을 내세우며 서로를 물어뜯었다. `난닝구와 백바지'라는 조어도 나왔다. 특정 계파를 향해 "함께 할 수 없다"는 극단적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 의원들은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10.26 재선거에서 우리당이 패배한 뒤 노 대통령이 문희상 전 의장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우리당 재야파 의원들은 "대통령이 신(神)이냐",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라" 라며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이날 기념식장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축사도 없었고. 노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이 보낸 두개의 화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의원 60여명과 당직자 등 200여명의 참석자들의 표정은 침울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임채정 전 의장은 격려사에서 "우리야말로 이 시대 정치개혁을 담당하고 있고 말 그대로 민주평화세력이다. 우리당이 없이는 한국 정치의 과거는 물론 미래 전망도 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성을 해도 앞으로 나가기 위한 반성, 사죄하더라도 한 걸음 비약하기 위한 사죄다. 의기소침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반응은 차분했다. 정세균 의장도 기념사에서 "제 2창당에 도전하는 각오로 종래의 다양한 시도들을 총 정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 거듭나는 정당이 되겠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말을 전한 뒤 앞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 정당 노선 구축 △12월초부터 당헌. 당규 개정 착수 △당. 정. 청간 쌍방향 의사소통 체제 확립 △경제활성화와 중산층 서민 보호 △당 체제 정비와 지지도 복원을 통한 통합적 구심력 확보 △인재발굴 기획단 가동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 추진 등 강령초안을 만들 것임을 밝혔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문제를 놓고 당내 참정연 등 친노 직계 그룹과 주류측인 정동영 계가 대립하고 있는 당헌. 당규 개정과 관련해서도 "11월에 의견 수렴후 12월부터 개정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만 나왔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방향과 일정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여전히 내홍의 불씨를 남겨놓은 셈이다. 한편 당내 친노 직계세력인 참여정치실천연대(대표 이광철의원, 이하 참정연)가 정세균 당의장이 이날 밝힌 '제2창당 선언'에 정면대응하고 나섰다. 참정연은‘창당 선언문을 다시 읽는다’는 성명을 내고“당이 위기에 직면한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진로의 모색이 아니라 창당 초기 국민에게 약속했던 진로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참정연은 성명에서“2년전 오늘 우리는‘깨끗한 정치, 잘사는 나라’,‘지역주의타파, 전국정당 건설’을 목표로 창당했다”며“창당 5개월만에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 국회 과반의석을 획득하고 대통령 탄핵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약속을 국민들이 믿어주었기 때문이었다”고 각인시켰다. 참정연은 또“창당 후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당은 존폐기로에 서 있으며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지지율은 바닥에 떨어졌지만 당은 여전히 내부적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2창당을 운운하는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새로워져야하는가”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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