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사건에 연루되어 대통령직을 그만 둔 사건이 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1972617일 미국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괴한이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사임하게 된다.

이 사건은 한동안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과 비교되면서 미국의 우월한(?) 민주주의를 시샘하게 했다.

도청 시도만으로 대통령이 사임했던 나라, 미국이 국제사회를 도청했다. 그리고 시인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미국 내 외국공관을 도청한 데 이어 독일 등 35개국 정상들의 휴대전화 내용을 엿들은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유럽은 미국의 도청을 비난하는 성토장이 됐다. 브라질은 대통령의 국빈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자국 안에서만 작동하는지 워터게이트 사건 때와 달리 조용하다. 미국은 첩보활동은 정보기관 고유 업무라며 국제 평화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반박했다.

미국과 덩달아 우리나라도 조용하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국의 도청 대상에 한국 대통령이 포함됐는지 확인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

유엔에서는 도청 당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 중 21개국이 미국의 불법 도청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유럽연합 의회에서는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테러와 관련된 금융 정보를 넘겨주지 말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독일·프랑스·멕시코 등은 NSA의 도청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

우리 정부는 강하게 항의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이 동원된 대선개입 사건에서 보여준 그 기나긴 침묵처럼 이번에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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