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부르는 것 같은 CM송, 소비자 무시는 기본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운다. 상품의 소비와 생산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광고는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것. 역으로 생각해 보자면 사람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고 생산한다면 자본주의는 망하게 된다. 불필요한 수요도, 애초에는 없던 수요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 어떠한 식으로든 상품을 알리지 않고는 상품 판매가 불가능하다. 영화, 드라마, 뉴스, 다큐멘터리,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 생산품 중에 제작시간당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 광고이다. 수십초 짜리 광고 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두 세시간 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을 쏟아붓지만 돈을 긁어들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광고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품에 대한 호감을 조성하고자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만들고, 방송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반응은 “짜증난다”인 경우가 적지 않다. 왜 돈을 들여 욕먹는 일을 사서 할까? 광고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용자를 단 번에 사로잡아야 한다. 여기에는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때문에 광고는 홍수처럼 넘쳐난다. 신문이라도 펼칠라치면 광고가 50%에 육박하는 것에 혀를 내두른다. 급기야는 신문인지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눈길 닿는 곳마다 광고 천국이다. 라디오를 통해, 전광판을 통해 광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온통 광고이다 보니, 싫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이 광고이다. 상품 홍보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마케팅 수단이긴 하지만, 어떤 광고는 유난히 거부반응을 부르기도 한다. 이는 비현실적이고 사회 통념에 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인 경우,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경우들에 대해 수용자들은 절대 우호적이지 못하다. ◈ 알려지기만 하면 다인가? 요즘 각 매체들을 통해 광고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짜증난다”인 경우가 많다. 상품에 재한 호감을 조성하고자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만들고 내보내지만 정작 시청자들에게는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에서는 ‘심하다’는 광고들이 도마에 올랐다. 돈 들여 욕먹는 일이지만 상당수 광고주들은 “어찌 됐든 많이 알려졌으니 좋은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왜 이런 ‘욕먹는’ 광고가 계속해서 양산이 되는 것일까? 광고의 목적이 ‘알려지기’라면 일단 그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무조건 안 가리고 알려지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의아하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인터넷에서는 ‘세뇌광고’라는 리스트도 만들어졌다. ‘세뇌광고’라는 말을 만들어낸 계기는 하우젠 세탁기 광고였다. 이 광고는 다른 광고물 사이에 5초 분량의 광고 세 개를 각각 삽입하고 마지막에 5초 광고 세 개를 붙여 15초 동안 노출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고 한다. 각 광고는 수건, 원피스, 물수건, 란제리, 이불, 색깔 옷 등의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광고 시작부터 끝까지 “살균세탁 하셨나요, 하우젠~♬”이라는 가냘픈 여자의 노래가 끊이질 않는다. 일부 네티즌들이 “하우젠 노래가 귀신의 노래같다”며 광고를 문제삼기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래를 바꿔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우젠 불매운동 하자”라는 제안까지 올라왔을 정도이다. 이쯤 되면 돈 쓰고 욕먹는 광고를 제대로 한 셈. 급기야 하우젠, 삼성측도 CM송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 또 하우젠 세탁기 관고에 이어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현대카드 광고도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에 “아버지는 카드 쓰다 망하셨지, 아버지는 망하셨지~ 인생을 즐기자!” 등의 각종 패러디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 ‘생리대를 감추지 않는다고 아줌마냐?’ 이밖에도 삼성생명과 농협, 웅진코웨이 정수기, 하루야채끝 등의 광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2004년 농협 광고 ‘사랑을 나눕니다’편에서 김정화의 어색한 립싱크와 춤을 지적했고, 올해 김정은을 무동 태운 농협보험 광고는 좀비마을 같다는 이유로 “내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삼성생명의 연작 광고 ‘인생은 길다’도 호감과 반감이 엇갈리는 광고이다. ‘인생은 길다-딸편’은 “아버지가 브래지어를 막 착용하기 시작한 사춘기 딸의 등을 만지는 장면이 거북하다.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등을 만지는 것이 신경에 거슬린다. 광고처럼 방긋 웃는 딸이 얼마나 되냐, 특히 감동을 주려는 듯한 멘트는 더욱 싫다”는 이유 등으로 많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 ‘인생은 길다-아내편’도 마트에서 생리대를 샘플로 나눠주는 행사장에 달려가 받아온 생리대를 부끄럼없이 카트에 올려놓는 아내를 보며, “손만 잡아도 얼굴이 빨개지던 여자였는데 어느새 아줌마가 다 됐습니다. 왠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생리대를 감추지 않는다고 아줌마냐?’라며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이런 일부 소비자의 반응과 아랑곳없이 이 광고는 최근 한국광고단체연합회가 주는 2005 대한민국광고대상을 수상했다. 김정은 씨가 나오는 웅진정수기는 “아직도 정수기 없으세요?”라며 정수기 없는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라 거부감이 든다는 평이다. 방송인 정은아 씨가 출연하는 ‘하루야채끝’은 “우리나라 사람들 야채를 우습게 봅니다. 하루 권장량은 아세요?”라는 말투가 가르치려는 느낌이 강하고, 소비자들을 우습게 본다는 느낌 때문에 싫은 광고로 선정되었다. ◈ 메시지에 따라 사랑받는 광고 될 수 있어 광고주들이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복광고를 고집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공익광고는 초기에는 “쥐를 잡자”, “간첩신고” 등 계몽적인 광고들이 많았다. 반공광고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광고는 아직도 거리 곳곳 간판과 지하철 벽면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공익광고는 초기광고에 비하면 세련됐다. 한국방송공사에 올려진 방송공익광고는 누리꾼의 인터넷 예절을 다룬 ‘천의 얼굴’과 장기기증을 다룬 ‘동갑내기 생일파티’, 쓰레기 분리수거를 다룬 ‘고맙습니다’, 꽃이 피는 모습을 다룬 ‘봄의 시작’ 등 네 편이나 됐다. 이밖에도 부동산 투기광고, 신행정수도 이전 광고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번 달 1일부터는 콘돔사용광고까지 공중파 방송을 탔다. 이런 광고는 광고의 내용 때문에도 반복광고를 하게 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광고에서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공익광고도 단순홍보가 아닌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나 메시지에 따라 사랑받는 광고가 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의 ‘장기기증’ 광고나 ‘금연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특히 금연광고에 고 이주일씨가 직접 나왔을 때 흡연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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