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알베르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l'Homme révolté)>에 나오는 문구다. 카뮈는 반항하는 인간을 설명하면서 노예에 비유했다. 노예는 반항의 의식이 깨어나기 전에는 당하기만 한다.

부조리를 깨닫는 순간, 그의 의식이 깨어난다. 카뮈는 삶이 부조리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의식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뮈는 반항은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한 거부를 넘어선 자기 권리에 대한 가장 명석한 인간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등을 규탄하는 17차 범국민 촛불집회를 지켜보며 카뮈를 생각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개입됐다는 증거와 정황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시민들이 대거 광장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여당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개입된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선 불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 야당은 “헌법 불복”이라며 맞받아쳤다.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불법 불복”이라며 이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주장했다.이들은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제를 촉구했으며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자며 ‘국민서명’을 병행했다.

‘공무원과 군의 정치적 중립’이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 한국의 2013년 풍경은 분노로 불을 밝혔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 못한 졸렬했던 대선의 치욕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장처럼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은 바가 없다면 의혹을 해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잘못됐다고 인정한다면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정원에게 셀프개혁안을 마련하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며 ‘범죄자에게 스스로 판결을 하라’는 논리와 같다.

우리는 지난 역사동안 반항하는 ‘힘’에 대해 알고 있다. 동학농민운동, 3.1운동, 4.19혁명, 80년 광주항쟁, 87년 민주화운동은 깨어있는 사람들이 역사를 어떻게 진보시켰는지 보여준 사례다.

“우리는 분노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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