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까지 간 대선개입 의혹…부정선거 논란 폭발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이후 동력을 잃어가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알파만파로 확전됐다.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을 수사중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수사에서 배제되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수사축소와 외압의혹,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5만여건의 트위터글이 공개됐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전방위적인 대선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의혹은 더욱 더 커지는 양상이다.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과 관련이 없다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사태가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하면서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정원은 새누리당 온라인 선거팀?…수사촉구, 진상규명
박근혜 침묵모드…“국정원 사건과 연관성 키우는 정황”
여권 내홍, “선거불복 규탄” vs “정부·여당의 책임 太”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국정원 댓글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 과장의 전보. 윤석열 대검 특별수사팀장의 수사 배제.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정보원의 수사와 관련돼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채 총장은 혼외아들문제로 중도하차했다. 채 총장에 대한 의혹이 나오자마자 대대적인 감찰이 벌어졌고 채 총장은 사임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증거들이 대거 나오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침묵을 비교한다면 광폭에 가까운 행보였다.

채 총장이 낙마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대검 특별수사팀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윤 팀장이 새로운 증거들을 포착해 3명의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후였다. 윤 팀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확보한 55700개의 온라인 비방글들은 박근혜 후보를 찬양하거나 야당 후보들을 비방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윤 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한 표면적 이유는 윤 팀장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에 대한 체포 및 원 전 원장 등에 대해 공소장변경허가서를 법원에 신청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이를 보고, 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일 국정감사에서 윤 팀장은 일련의 과정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윤 팀장은 조 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가 지속적으로 이번 수사를 방해했으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고 폭로했다.

더구나 조 지검장이 국감(21)을 앞둔 주말에 윤 팀장에게 직접 전화해 국감에 출석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불응하자, 검찰 간부들을 동원해 재차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 (우측부터)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국정원 댓글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 과장의 전보. 윤석열 대검 특별수사팀장의 수사 배제.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정보원의 수사와 관련돼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새누리당은 이러한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조직의 체계를 무시한 항명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수사를 축소, 차단하려 한다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 관련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다는 의혹과 함께 심지어 법무부가 검찰 수사팀에게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의 수를 줄이라고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사팀은 선거 관련 글 약 20여만건 가운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글 556백여건을 추려내고, 미국 트위터 본사의 서버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를 통해 사법 공조를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계정의 수가 너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수를 줄이라고 했다는 것.

수사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수사 축소에 해당한다. 수사에서 대선 관련 불법 SNS 활동에 동원된 트위터 계정의 규모는 그 자체로 중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추가적인 증거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법무부가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미국 당국과의 사법공조 협의를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靑, 국정원 사태 여전히 침묵모드

국정원 사태가 여야의 극한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국민적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가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보인 태도는 침묵과 무관심이다.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현 정권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82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913일 여야대표와 가진 3자 회담에서는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을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제3자적 태도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을 엄밀하게 수사하라는 국민적 저항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함구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잇따라 밝혀진 국정원의 광범위한 선거개입 증거와 수사외압 정황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이나 검찰논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침묵모드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일반적 태도는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8일에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국민적 반발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세법개정안에 반대여론이 들끓자 812일 박 대통령은 직접나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다. 또한 지난 9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는 자신의 복지 공약이 후퇴하면서 번진 비난 여론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사과를 표명했다.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국정원 사태와 극한 대비를 보여준 것.

이러한 박 대통령의 거리두기는 오히려 국정원 사건을 정치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사태가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하면서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박 대통령이 국정원에 도움 받은 것이 없으면 말끔히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침묵이 오히려 국정원 사건과의 연관성을 키우는 정황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국정원 사건의 해결은 박 대통령이 침묵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과 관련이 없다면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라고 지시하면 될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국정원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하면서 수사와 재판결과를 지켜보라고 얘기한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원 선거개입사건과 수사 외압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과 관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도적으로 박 대통령이 시국을 너무 안이하게 그리고 애써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에 후보로 나와 당선된 박 대통령은 당장 사과뿐 아니라 특검까지 받아야 할 그런 중대한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의 침묵모드를 질타했다.

또한 김 전 부소장은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선거 전에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탄핵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 민주당은 국정원 수사를 축소, 차단하려 한다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불복” vs “진상규명”

청와대의 침묵모드와 달리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대선불복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4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대선불공정 및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역대로 대선불복 사례가 없다”며 강력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정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일체의 노력을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작금의 사태를 대선불복으로 몰고 가는 것은 새누리당의 의도라며 단지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새워달라는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 사람들이 대선 불복을 민주당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기다리는 것 같다”라며 “저희들이 요구하는 것은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워달라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위원은 2003년도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명의로 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 하는 상황에 비하면 민주당의 대응은 점잖은 편이라며 새누리당의 지적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중진인 정몽준 의원은 23일 국정원 등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개입과 관련, “만약 이들 기관이 조직적으로 이러한 일을 했다면 여야를 떠나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라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보를 지키는 핵심 기관인 국정원과 군에 관련된 의혹인데 만약 조직적으로 이런 일을 했다면 여야를 떠나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의원도 23일 “여당을 책임진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가려서 하는 절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며 “권력은 입맛대로 하지만 정치는 입맛대로 해서는 안된다”라고 국정원 대선개입을 적극 감싸고 있는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권력은 입맛대로 하지만 정치는 입맛대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의가 아닌 것을 정의라고 하면 그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 일고 있는 자성론이 새로운 기류를 형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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