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흥가, “합법이 불법을 만든다.”

지난 달 27일 새벽 3시경 세상은 모두 깊이 잠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 방배경찰서 강력계는 여느 날보다 더욱 환한 불빛에, 시끌벅적한 사건으로 누구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악질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살인 혐의를 받고 경찰에 붙잡혀 온 회사원 김 모(30. 회사원)씨는 동작구 모 주점에서 새벽까지 도우미 여성을 불러 함께 어울려 놀고 있었다. 술에 취한 김씨는 마음껏 기분을 내기 시작했고, 함께 놀던 도우미 여성 A씨는 김씨의 흥을 돋우기 위해 퇴폐적인 분위기를 이끌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즐기던 김씨는 노래방 도우미 여성 A씨에게 6만원을 주며 성관계를 갖자는 제의를 했고, A씨는 돈을 더 달라며 거부했다. 이에 화가 난 김씨는 이성적인 자제력을 잃고 A씨를 뒤따라가 돈을 뺏고 얼굴 등을 마구 때려 결국 숨지게 했다. 인명경시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탓인가, 그것만의 이유가 아니라한다면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이고, 그런 배경을 조성하게 된 근원적인 문제는 무엇이라는 말인가. 병들어버린 우리 사회, 이대로 방치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또 다른 불법을 만들어 내는 ‘불법’ 음성적인 곳에서의 음성적인 사건은 결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각종 신문지면이나 뉴스 등에서 연일 단신으로 보도 되고 있는 사건과 사고 소식에는 매일이다시피 술집 접대부 여성이나, 도우미 등이 폭행을 당하고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들로 끊이지를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들은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남성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인가. 또, 이 땅의 법과 제도는 무엇 때문에 그녀들을 안전한 삶 속으로 귀의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인가. 성매매특별법이 실시된 지 1년,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흘렀다. 동법이 실시되기 이전이라고 해서 불법적인 매춘 등의 행위가 반드시 집창촌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상당히 많은 윤락 여성들이 사회의 다양한 곳으로 분산되어 불법적으로 성매매 등을 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의 눈을 피하기 위한 그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점점이 확산된 경로는 직업적인 여성들 뿐 아니라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정주부를 비롯하여 쉬운 방법으로 많은 용돈을 벌고자 하는 여대생들까지 부끄러움을 벗어던지게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 같은 음성적인 곳에 발을 들여 놓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바로 이들의 신변안전 문제다. 단속의 눈을 피해 활동을 하다보니, 경찰들은 얼마나 많은 수의 인원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불법적 윤락 행위를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어차피 법망을 피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남성들로 하여금 더욱 불법적인 행동을 부추기게 하는 통로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너무 깊이 파고든 성 문화 “남자 손님들끼리 오면 십중팔구 아가씨를 찾으니까, 손님들이 민망해 할까봐 그냥 먼저 물어봅니다.” 노래방 도우미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종로의 한 노래방을 찾았을 때 업소 사장이 답해 준 말이다. 이어서 이어지는 사장의 말은 듣고 있는 기자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20대를 원하세요, 30대를 원하세요. 그리고 예쁜 아가씨를 원하세요, 아니면 잘 노는 아가씨를 원하세요.” 결국 손님이 원하는 만큼 다양하게 많은 여성 도우미들과 끈을 맺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현실은 결코 도심의 유흥가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 등 주택가가 많은 서울 상계동의 한 노래방 역시 종로의 그곳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먼저 도우미를 섭외하겠냐는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곳에도 노래방 도우미 아가씨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거두절미하고 “들어가 계세요. 한 10분 정도 기다리시면 올겁니다. 명 당 2만 원씩이에요.”라고 말하며 노래방에는 아가씨가 있는 것이 마땅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이미 다른 방에서는 도우미 아가씨들과 어울려 술과 노래와 춤에 얽혀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도우미 아가씨들이라는 업소 사장의 설명이 있었음.) 중요한 것은 그녀들은 노래의 흥을 돋우기만을 위해 그 안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또 남자들이 품에 안으면 안겨 있어야 했고, 짓궂은 장난에도 웃으며 1시간을 견뎌내야만 했다. 때문에 술에 취해 혼자 노래방을 찾은 손님과 노래방 도우미 단 둘이만 있게 될 경우, 사고 발생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당하고도 말 한 마디 못 하는 여성들 현실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달 2일 제주시 연동 소재 유 모(여. 38)씨가 운영하는 모 단란주점에서는 시가 40만 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시켜 먹고 흉기로 유씨를 위협해 술값을 지불하지 않는 등 3회에 걸쳐 80여만 원 상당의 술값을 가로챈 혐의로 정 모(남. 39)씨 등 2명이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정씨 등은 술집을 여성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결국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경찰은 물론 사법권에 있어서도 사각지대에 몰려 있었고, 유흥업소를 찾는 남성 손님들은 이러한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충동적 범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어렵게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비즈니스클럽 등을 올 6월까지 2년여 간 경영한 적이 있다는 황 모(남. 43)씨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황씨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경영하던 비즈니스클럽에 있는 아가씨들은 손님들에게 횡포를 당하는 일이 많지는 안았다고 했다. 보통의 경우 술에 취해 아가씨들에게 수위 높은 요구를 하게 되면 아르바이트 식으로 나오는 아가씨들과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데, 사장과 종업원들이 남자여서 그런지 함부로 행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가씨들 중에서는 그 곳에 오기 전에 다른 곳에서 겪었던 말 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32살인데, 26살이라고 나이를 낮춰 이쪽 생활을 해 오던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보도방 등을 통해 이 곳 저 곳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산전수전 겪을 만큼 다 겪어본 아가씨였죠. 한번은 식구들끼리 밥을 먹으며, 간단하게 소주 한잔 하는데 자신의 힘들었던 얘기들을 꺼내더군요. 처음에 이런 곳을 잘 몰랐을 때는 손님들과 몰라서 싸웠고, 조금 알게 되었을 때는 또 거칠어진 성격 때문에 싸웠다더군요.” 황씨는 말이 좋아 싸웠다는 표현이지, 사실상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남성들과 싸움이라는 것은, 거의 일방적으로 맞는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라는 말로 이해를 도와주었다. 보도방 등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은 구타를 당해도, 성폭행을 당해도 그 어느 곳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최소한의 인권보장도 받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오는 아가씨들이 무조건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물론 나름대로 즐기며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오는 아가씨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들에 의해 있을 수밖에 없는 아가씨들도 적지 않습니다. 솔직히 불쌍하다는 생각 안 들 수가 없어요.”라고 말 하는 황씨는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해 보았던 이유에서인지 아가씨들의 고충을 상당한 부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남자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남자들 술 마시고 기분 조금만 좋다싶으면 여자들 끼고 놀고 싶어 하고, 또 그러다가 보면 감정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사고가 안 일어 날라야 안 일어날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남자들이 잘 못 됐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안 된다고만 하니까. 자꾸만자꾸만 더 음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구석구석 속으로 들어가서는, 나중에는 청소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릴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범죄가 늘어 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걸 왜 모르는지도 모르겠고요.” ◆시급히 대책이 필요하다 결국 황씨는 최근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음성적 유흥업소에서의 폭행, 살인 사건 등에 대해서 국가와 관계기관의 책임이 상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을 만들어 놓고, 여성들을 길 거리로 내 몰아 놓았으면서도 그 어떤 대책 하나 마련해 놓지 않았던 정부에 대해 거센 비난을 하면서 말이다. “불법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법을 지켜라”고만 하며 현실을 방치하고 있어서는 안 될 시점이다. 더 이상의 유흥업소 여성들이 안타깝게 희생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것조차도 관심을 기울여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법’이라는 명목만 있지 실질적으로는 더욱 불법적인 것을 부추기고만 있는 현실.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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