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사업자들 다 죽으라는 얘기인가.

김치 문제, 이젠 말만 들어도 국민들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달 21일 처음 중국산 김치에 대해 기생충 알이 검출 되었다고 발표 했을 때만 하더라도 연이은 중국 측 식료품들의 인체 위해성에 대해 국민들은 또 다시 비난의 화살을 중국으로만 날리고 있었다. ◆김치 파동 일지 식약청은 21일 이 같은 발표에 이어 지난 27일에는 중국산 12개 제품에서 회충 알이 추가 검출 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상황은 점점 더 우려 섞인 분노를 느끼게 했고, 국민들은 중국에 대한 적대의식까지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의 동향을 살피고 있던 중국은 지난 11월 1일 중국질검총국에서의 발표를 토대로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업체가 생산한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역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결국 김치 문제는 한 순간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통상마찰로까지 비화되기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의 이 같은 발표를 토대로 지난 3일 ‘식약청’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김치 제조 502개 업체 제품을 검사하였고, 결국 그 중 16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 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보여도 자기 잘못은 못 본다는 식으로, 꼭 그런 꼴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연일 중국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가하던 언론들도, 정부도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는 마냥 으로 방향을 잡지 못 하고 있을 때, 식약청은 또 다시 혼란스러운 난국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치에서 검출된 알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발표를 내 놓았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기생충 알이 검출된 국산 김치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명까지 해 가며 관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반응이다. 다시 말해, 식약청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우롱한 것밖에 되지 않았다.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식약청 지난 7월 4일 식약청은 수입 식품들에 대한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위해정보기획단’을 만들었다. 발족한 지 4개월이 조금 지난 시간 동안 적발해 낸 중국산 위해 식품만도 수 가지나 된다. 대표적인 것으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맥주부터 말라카이드가 검출 된 장어, 그리고 지금과 같은 품목이기는 하지만, 납이 검출되었다는 김치까지 유독 식약청과 언론은 중국산만을 표적으로 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문제는 위해성 물질 검출 발표에서만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번 발표를 하고 난 이후에는 조금 지나서 “검출은 되었지만, 인체에 위해하지는 않다.”는 해명 발표가 더욱 국민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기관이기는 하지만, 답답해도 이렇게 답답해 보일 수가 없다. 국내 시장을 육성하여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중 하나로 중국산에 대해 집중적으로 꼬투리를 잡겠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오히려 국내 영세 사업자들만 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을 식약청을 비롯해 정부는 알아야한다. ◆식약청의 의도가 궁금하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누가 ‘식약청’을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으로 보겠는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언론사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라를 온통 공포의 분위기 속으로 몰아넣는 발표를 하고나서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해명을 하고, 일관 되지 못한 이러한 발표들이 반복되는 동안 우리의 영세 사업자들은 얼마나 커다란 타격을 입어 왔는지 모른다. 김치 생산 업체는 물론이고, 도매, 소매상까지 관련 업계는 모두가 하나같이 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불안감에 빠져 있는 국민들은 이제 김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수요가 없으니 공급이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유통업계까지도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청’이 최근 늘어만 가고 있는 중국산 식료품들에 대한 견제 책으로 이 같이 무책임한 발표와 해명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견제를 당하는 것은 중국 측이 아닌 국내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과 검사를 게을리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출되었지만 인체에 위해하지는 않다.”는 해명 발표는 처음부터 차라리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발표였던 것이 아닌가. 이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무조건 ‘나쁘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으며, 발표에 관련된 상품들은 중국산뿐만이 아니라 국산도 모조리 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식약청’은 더 이상 의미 없는 검사 발표들을 토대로 어려운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행동들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외교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직시하며 적절한 대책으로서 국민의 식탁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것이다. 앞과 뒤를 생각하며 차근히 대처할 줄 아는 정부 기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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