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대선의 정통성 문제를 두고 내부적으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혹들로 인해 당내 일부 강경파 중심으로는 더 이상 점잖게 얘기할 게 아니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김한길 대표는 여전히 ‘재발방지 대책 요구’라는 톤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민주당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들 모두가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 대선댓글 개입 의혹부터 시작해 내부 고발자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수사 배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윤석열 특별수사팀장 배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개입까지. 민주당이 제기한 굵직한 의혹들 하나하나가 모두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민주당은 이런 엄청난 의혹들을 터뜨리면서도 지난 대선과 관련해 부정선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더 특이한 점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입모양에서 ‘부정’이라는 단어가 나오는지 주시하며 꼬투리를 잡을 기세라는 것이다.

실컷 의혹을 제기하며 정권의 썩은 부위들을 모조리 도려낼 것처럼 굴다가 청와대나 새누리당에서 ‘민주당 지금 너희들 부정선거였다고 하는거야?’ 한 마디만 하면 머뭇거리는 모습이라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도통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 않을 수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정세균 전 대표가 “18대 대통령 선거는 국정원과 군이 개입된 명백한 부정선거”라며 외치고 나섰을까. 과거 당 대표 시절 당 안팎으로부터 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정세균 전 대표가 말이다.

민주당은 벌써 10개월 넘게 이 문제를 끌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이 확신을 가지고 펼쳐놓은 의혹들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자신감이 없다. 자신들 시각에서 명백한 부정선거임에도 부정선거라 말 못하는 어딘지 모를 답답한 구석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았던 것은 지금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트라우마를 민주당이 안고 가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그런 역풍이 두려웠다면, 이만큼 일을 벌이지도 말았어야 했다. 역풍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밥그릇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국가 최고 권력을 무릎 꿇리려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장외투쟁을 펼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지금 민주당을 통해 사즉생의 각오가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이미 삐죽삐죽 대선불복성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한길 대표는 여전히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원을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는 기존의 온건한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미 9월 16일부로 끝나버린 이야기 아니었던가.

민주당은 이제 ‘뭘 어쩌라는 거냐?’는 국민적 질문에 책임 있는 답을 줘야 할 때다. 이미 너무 많은 의혹들이 세상에 드러난 만큼, 더 이상 지금과 같이 숱한 의혹만을 던지는 방식으로 지난 대선 문제를 끌고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많은 생각을 버리고 심플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Go 아니면 Stop, 이제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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