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방만’ 반복되는 경영행태 논란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이번 국감에서는 임직원들의 성과급 한도 확대 및 임직원 자녀들에 대한 과도한 학자금 지원,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기본급 2배 인상 등 ‘돈 잔치’ 논란이 두드러졌다. 농협이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뉴시스

기본급 올려주고, 성과급은 ‘팍팍’

지난 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은 ‘돈 잔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하고 임원 및 집행간부들은 5개월간 기본급 10%를 반납하는 등 고통분담을 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성과급 한도를 늘리는 방법으로 사실상 임원들의 임금을 올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에 따르면, 농협은 기본급 반납 2달 전인 지난해 6월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 규정’을 개정하면서 성과급 한도를 당초 기본급 대비 ‘-20%~60%’에서 ‘-30%~80%’로 확대했다. 이로 인해 임원들은 개정전보다 5~20% 인상된 임금을 가져갈 수 있었고, 집행간부들은 기본급 490만원을 반납하고 평균 2300만원의 상여금을 챙길 수 있었다고 김영록 의원은 설명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저는 임금을 줄였지만 대표들은 책임경영체제 하에서 일을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올려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농협이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내놓은 ‘임원 및 집행간부들의 5개월간 기본급 10% 반납’ 카드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비난여론이 형성됐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기본급이 3개월 만에 2배나 인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손익이 약 3000억원 줄었지만 농협금융은 출범 3개월 만에 회장 기본급을 1억2800여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바뀐 규정대로라면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간 1억5600만원의 경영활동비를 포함해 연간 6억9600만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는 게 김우남 의원의 설명이다.

최원병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 급여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며 “금융분야에 통용되는 임금수준을 맞추다보니 이렇게 책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농협금융지주도 해명자료를 통해 “지주회장 보수체계는 신동규 전 회장이 취임했던 6월 처음 도입돼 기본급을 2억70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출범당시 신충식 농협은행장이 금융지주회장을 겸직하면서 은행장 보수를 그대로 적용, 타 금융지주 회장의 보수보다 낮게 책정됐었다는 것이다.

‘돈 잔치’ 논란의 방점을 찍은 건 농협 주요계열 6개사 직원 1만8615명 가운데 14%(2569명)가 연봉 1억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반면 지난해 농가 연평균소득은 3100만원, 평균부채는 2700만원이었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이 최원병 회장에게 “뼈 빠지게 일해서 3000만원 벌고 이마저도 대출이자 갚느라 바쁜 농민들 입장은 생각해 보셨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눈살 찌푸려지는 복지경영

농협의 ‘돈 잔치’ 논란은 임직원 보수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임직원들 자녀들에게 지급되는 학자금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농민조합원 자녀들에게 지급된 학자금과는 액수나 범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 ‘농민을 위한 농협’이라는 설립취지가 무색해진 결과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농협이 임직원 자녀들에게 지원한 학자금은 총 1635억원(6만9530명)이었다. 이들에게는 유치원·중고교·대학교 학자금 전액이 지급됐으며, 해외유학에 대해서도 학기당 최대 619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기간 농협이 농민조합원 자녀에게 지원한 학자금은 210억원(9106명)에 그쳤다고 이운룡 의원은 지적했다. 그것도 신청자 중 일부에게 대학교 학자금만, 학기당 300만원씩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임직원을 향한 농협의 애정은 ‘스마트기기 구입’ 지원으로도 이어졌다. 농협은 지난해 임직원 1만8000여명에게 스마트기기 구입비 명목으로 1인당 96만원(총 196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대비 복리후생비 비율은 31%로 4대 국책은행과 특수은행 중 최고 수준이었다. 농민소득은 정체돼온 상황에서 농협 임직원들의 혜택은 과도하게 지급돼온 것이다.

그렇다고 실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진 지난해 농협 금융부문 순익은 2534억원으로 목표손익 1조128억원 대비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5209억원, 2010년 7423억원, 2011년 7788억원과 비교해도 가장 저조한 수치였다.

PF대출 부실로 농협은행 건전성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운룡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말 기준 농협은행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2조8313억원으로 이중 고정이하 부실채권은 1조2462억원(44%)에 달했다. 국내은행 평균 부실율이 13%인 것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의 부실율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됐다. 고정이하 부실채권은 대출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원금을 떼일 우려가 큰 채권이다.

한편,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적극 나서는 모습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온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농협은행은 당기순이익, 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모든 경제지표가 시중은행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임종룡 회장은 “기업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21일부터 시작돼 7~8주간 진행된다”며 “엄밀한 분석을 거쳐 우리 농촌과 농민, 금융지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최종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확고히 했다. 실제로 21일 농협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 계열사를 묶어파는 ‘1+3 패키지’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구심이 거듭 제기되면서 임 회장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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