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정립 위한, 꾸준한 의견 개진 중

2005 하나은행 FA컵.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탁상 행정으로 본의 아니게 팬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대회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망라해 명실상부한 한국 최강팀을 가리는 전통의 대회이지만 시기와 일정 탓에 관심 밖으로 전락한 인상이다. 32강전은 평일 낮시간에 열린 데다 2경기는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열리는 등 접근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 경기 진행상의 문제점도 여럿 지적됐다. 지난 2일 열린 16강전도 마찬가지.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간의 '빅매치'가 열린 파주 공설운동장에는 동원된 인상이 짙은 중?고등학생들과 군인들을 제외하면 순수 관중은 눈으로 쉽게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이날 경기를 치른 4개팀 모두 파주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은 없었다. 3개 프로팀 서포터스의 일부가 경기장을 찾은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 방송 중계가 없었더라면 팬들의 볼 권리는 과연 있기나 했는가란 의문도 남는 경기였다. 성급하게 일정을 치르다보니 앞선 경기에 대한 감독과 선수 인터뷰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경기가 진행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렇듯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및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의 입장에서도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FA컵의 권위를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개진되고 있어 내년 대회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K2리그팀들의 분전이다. 특히 2007년부터는 전년도 K2리그 우승팀이 프로리그인 K리그로 승격되기 때문에 이들의 기량 차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2리그 최정상급 2팀에 한정되었기는 하지만 고양 국민은행과 인천 한국철도의 활약은 눈부시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올 시즌 정규리그 통합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2-1로 꺾었고 한국철도는 후기리그 패권을 노리고 있는 부천 SK를 4-2로 완파했다. 비록 상대 프로팀들이 정규 시즌에 전력을 기하기 위해 베스트 멤버를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세밀함과 경기력 면에서 한 치도 뒤지지 않는 활약으로 K2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선수들 대다수도 업다운제에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전에서 2골을 몰아쳐 승리의 주역이 된 황상필은 "업다운제 실시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뗀 뒤 "재능이 있지만 팀이 없어 못 뛰는 선수가 많은데 이런 부분도 해결되리라 보고 있고 팀의 금전적인 사정도 좋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선수들이 프로를 경험해 K리그와 K2리그는 별 차이가 없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 아마 시절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였던 전국선수권의 후신인 FA컵이 명실상부한 최강자를 가려내 정통성도 갖춘 대회로 하루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많은 희망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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