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혼자만으로는 안된다!!!

‘박주영 신드롬’은 그야말로 대단할 정도이다. 박주영은 국가대표로는 처음으로 뛴 두 경기 모두에서 골을 넣어 일약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곧 벌어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팀이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밝게 해주고 있고. 그런데 아깝게도 한수 하래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대표팀간의 경기에서는 박주영은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축구의 벽이 그만큼 높다고들 한다. 그 높다는 세계 축구의 벽의 실체는 무엇일까? 세계 축구의 흐름은 유럽 축구에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포르투갈에서 열린 UEFA 유로 2004는 세계 축구의 새로운 판도를 알렸다. 더구나 이 대회에서 유럽 축구의 변방에 머물던 그리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애초 그리스의 우승 확률은 150대 1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도 없었고, 세계 랭킹 순위는 한국의 2002 월드컵 4강에 버금가는 이변이었다. 그리스는 어떻게 그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었을까? ◈ 열쇠는 패스의 유기적 연결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유로 2004에 참여한 모든 경기를 네트워크 분석으로 분석해야 한다. 각 팀의 패스 구조를 분석한 결과, 패스의 유기적 연결이 팀 성과에 영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결승전을 예로 들어 보자면 첫째, 선수들의 패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팀이 승리했다. 그리스가 그랬던 것. 반면 상대편 포르투갈은 패스 제공권이 한 두 선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패스 형태도 단조로웠고 그만큼 상대 팀은 수비하기가 편했던 것이다. 결국 원할한 공격을 펼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둘째, 공격적 패스 빈도가 높은 팀이 유리했다. 그리스 팀에는 공격적인 전진 패스가 많았지만, 포르투갈 팀에는 소극적인 횡패스 일색이었다. 그리스가 수비에 치중했다는 비판과 달리, 오히려 포르투갈이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요는 그리스가 유기적으로 패스 연결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비와 원활한 공수 연결을 이뤄 마침내 유럽 축구 정상에 오른 것이다. 31경기를 모두 이런 식으로 분석해본다면 그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온다. 패스가 여러 선수에게 분산돼 있을수록 승률이 높았다. 곧, 스타 선수 한 두 명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전체 선수들이 유기적 패스를 통해서 팀을 활성화했는냐가 관건이었다. 유로 2004가 끝난 뒤 국내외 축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스피드와 조직력이 세계 축구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스피드’는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지만 ‘조직력’이란 팀 전체의 역량이다. 조직력이 좋다는 말은 패스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인 것. 결국 열쇠는 패스의 유기적 연결이었다. ◈ “형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박주영 선수는 대표팀 경기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형들이 많이 도와줬어요”라는 말을 했다. 박주영의 말대로 대표팀에서 그는 걸출한 선배와 동료들의 지원을 받은 덕에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대표팀에서는 박주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니 상대팀은 박주영을 집중 수비했을 것이다. 박주영 선수가 뛴 한국대표팀의 모습은 같은 경기의 포르투갈과 같았을 것이다. 청소년대표팀에서 박주영 선수의 위치도 중앙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대표팀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 두 선수에 대한 의존은 상대팀에게는 ‘수월한 수비’를, 우리 팀에게는 ‘부실한 패스 구조’를 낳은 것이다. 결국 박주영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유기적 협력을 해야 했다는 말이다. ◈ 하나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것은 금물 지난 2월 국제네트워크학회에서 이러한 결과를 발표하자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보였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타덤과 조직 성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스타 인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스타 인재에게만 의존하거나 동료들의 도움이 부족한 경우, 스타들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유기적 네트워크는 하나의 스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동료들의 도움없이는 스타가 돋보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할 수 있다. 유기적 협력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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