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격 교육개방 카운트다운, 민족 교육주권 흔들린다

'WTO가 압력을 넣고 있는 교육개방은 양허안 제출 시한은 3월 31일, 교육개방은 강대국이나 다국적 자본논리에 의해 인간가치영역인 교육을 공산품처럼 교역대상으로 거래하려는 것....지금은 가히 을사조약 때와 같은 비상시국이다' "교육개방은 교육기관들을 공적인 의무를 책임지는 기관에서 학위와 졸업장을 파는 시장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교육개방 이후 캐나다는 8년 사이 수업료가 100% 인상되었고 멕시코의 경우 대학등록금이 7천 5000배나 뛰어올랐다." 지난 3월 1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드시 WTO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을 막아야 한다'고 외치는 대규모 투쟁이 벌여진 바 있다. 이날 오후 서울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2천5백명이 모여 "정부가 이 달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할 시장개방 계획서에 교육부문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그 옆 한편에서는 전교조 교사와 대학생 50여명이 '교육개방 반대와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집단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학부모,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교수노조, 16개 문화예술단체의 연대체인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세문연) 소속 문화예술인, 학부모들도 "WTO 교육개방 분쇄" 동참했다. 학생들 역시 교육 학생연대를 중심으로 각 대학 조직과 총학생회 별로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3월 31을 예정으로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전 대학생 동맹휴업까지 불사하고 있는 등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 이전에도 3월 7일 교육개방반대를 위해 전교조,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 38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WTO 교육개방 음모 분쇄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은 각계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교육개방 저지 비상시국선언문 발표한 바 있고 이에 불이 붙은 교육개방 저지운동은 이어 13일 303인의 지식인 서명 선언문 발표로 이어졌다. 사단법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다음날인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학부모 1000인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초읽기 들어간 교육 개방 이와 같이 최근 들어 부쩍 교육관련 단체들의 행보가 다급해진 이유는 오는 3월 31일까지 세계무역기구 WTO에서 개방압력을 가하고 있는 교육개방에 대한 양허안(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개방할 것인지를 담은 개방계획서)을 WTO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10개국이 교육부문 양허요청안을 제시했으며 제출기한인 오는 31일까지는 교역 상대국들에 개방내용과 약속을 명시한 양허안을 건네줘야 한다. 그야말로 코앞으로 다가온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시한을 앞두고 '교육시장 개방문제'는 이제 우리 교육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미 이 달 2일 WTO 서비스 시장개방 협상을 위해 제네바에 도착한 정부대표단(수석대표 민동석 심의관)측을 통해 교육부문을 1차 양허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WTO 교육분야 양허안 초안은 이미 개방이 이루어져있는 대학이상의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서비스 중에서 비영리학교법인을 조건으로 외국학교법인의 대학설립 및 운영, 어학교육 등을 목적으로 한 학원설립, 원격교육서비스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초·중등 분야는 공공성을 감안해 개방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교조 참교육 연구소 하병수 사무국장은“정부가 초중고학교 분야를 개방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하지만 실제 외국의 대학분교가 들어온다면 초등교육 역시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고 우려한다. 교육의 식민지하, 일천만원대 대학등록금 현실화 될 것 뜨거운 감자 '교육시장 개방문제'를 놓고 찬반양측의 논쟁도 분분하다. 공투본 등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교육관련단체들은, 교육시장 개방이 교육주권침해는 물론 대학의 80%이상, 고교의 60%이상이 사립인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국가의 공적지원이 철회됨에 따라 교육비는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에 서민들을 엄청난 교육비에 시달리게 되며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불평등이 심화되어 계층 간 위화감이 증대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의 유명대학이 국내에 분교형태의 대학을 설립할 경우 가뜩이나 신입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지방대학들의 몰락은 자명하며 학부모들로서는 외국계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를 초등교육 단계에서부터 퍼부을 수밖에 없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 미치는 악영향이 엄청날 것이라는 것이다. 또 결국 대학등록금 자율화 불가피로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대학등록금이 급기야 1천만원대에 이르게되는 상황도 현실화할 수 있으며 기부금 입학제도 전면허용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외국자본의 침투로 교유기관의 질적인 책임을 담보할 수 없는 외국교육기관이 인기영합적 교육과정으로 교육의 질보다는 투기수단으로 이용하게 되는 폐해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한국적 가치관의 상실우려이다. 외국자본이 한국대학을 운영하면서 민족적 풍모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대미 의존적인 교육내용이 심각해져 문화식민지화 되고 일제시대의 민족말살교육이 현대에 다시 재현될지 모른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그러나 교육 개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교육수준을 높이고 외국 유학으로 빠져나가는 외화도 아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일정 수준의 교육개방은 수용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윤덕홍 교육 부총리 "법에 정해진 수준에서만 개방"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월 18일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국회교육위원회에서 WTO 교육개방 협상과 관련해 "현행법상 교육이 이미 일부 개방돼 있는데 이 수준 이상으로 더 개방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해 그 발언의 의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또 "지금 우리 교육환경에서 교육시장을 전면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한나라당 측 질문에 "이 달 말 제출예정인 최초 양허안을 유보해놓고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고자 한다"고 하면서도 "현재 법에 정해진 수준으로 개방하되, 그 이상의 개방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계속된 질문에는 "이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가면 WTO 협상에 차질이 있는 만큼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고 그만 발언을 맺었다. 그러나 이 발언을 토대로 한 '현행 고등교육법의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외국 대학들은 국내에 분교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교육개방은 사실상 불가피해 보인다.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교육정책의 실패 - "백년지대계 교육의 국가책임 방기다" 현재 우리정부가 WTO 교육개방 압력에 풍전등화 격으로 허둥대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2월 5일 유럽연합 집행부는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교육개방 반대성명을 내고 문화와 교육, 보건 등 공공서비스 부문의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제 10대 위원장 원영만씨는 "이에 반해 우리정부는 2005년까지 교육개방을 완료하기로 했고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적극 개정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미 작년엔 '경제특구법'이 국회를 통과해 제주도 등 몇몇 도시를 대상으로 외국자본의 학교설립이 허용된 상황이며 김대중 정부는 국립대학을 학부제로 전환시켰고 학교주관으로 영리활동을 벌이도록 하는 '산업진흥법'과 '국립대 특별법'을 통과시켜 "나라는 국립대학 운영에 손을 떼겠다"는 입장에서 "국립대학도 알아서 수익제정을 확충, 수익사업을 하여 살아남으라"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펼쳐왔다."고 말한다. 노동의미래를여는현장 연대 김종섭 대표는 또“유럽연합이 인정한 것처럼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시장 개방은 국민이 아닌 다만 자본에게만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농민들의 눈물에 이은 교육 시장의 잠식 교육상임연대 공동상임위원장 최지선씨(이화여대 총학생회장)는 "농업개방 당시 농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교육개방의 미래에 대해 사대주의적 관료들은 환상에 빠져있지만 이미 교육을 개방한 타국의 경우 대학들의 고의파산으로 학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열악해져만 가는 교육시설과 학위매매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선례가 드러나고 있다."고 규탄한다. 교육시장 개방은 언제까지 막아내기만 할 수만은 없는 불가피한 현실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선 우리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좀더 시간을 요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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