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급증 속 퇴직금 초과지급 논란…사장후보 반발도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수자원공사는 4대강 및 아라뱃길 사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가운데 ‘규정보다 많은 퇴직금을 지급한 공기업 1위(1인 기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여기다 신임사장 후보로 거론된 3명이 ‘4대강 지지인사’라는 점에서 환경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이 가져다준 재무부실이 매번 수자원공사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부채비율 2008년 19.6%→2012년 122.6% 급증
퇴직금 초과 부당지급 1위 오명 ‘1인당 590만원’
박명현-전제상-최계운 3파전, “4대강 인사” 반발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수자원공사는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퇴직자 409명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기존 인건비 전환금 이외 경영평가 성과급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기관은 2010년부터 경영평가 성과급 중 기존 인건비 전환금만 퇴직금으로 줘야한다’는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업 예산편성 지침’에 어긋나는 행위다. 기존 인건비 전환금은 월 기본급여나 기준 월봉에서 경영평가 성과급 재원으로 전환된 금액을 말한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퇴직금으로 24억3000만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액수는 철도공사(33억4700만원·3565명)에 이어 2위지만, 개인당으로는 590만원으로 1위다. 2위 도로공사(380만원)와도 1인당 부당지급액 차이가 컸다.

수자원공사는 이전에도 ‘사장 연봉인상-신입사원 초봉인하’ 행보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010~2012년 수자원공사 사장의 연봉이 2억4584만원에서 2억6259만9000원으로 6.81% 인상된 반면, 신입사원 초봉은 3451만9000원에서 2952만3000원으로 14.47% 인하된 것이다. 이 기간 국토부 산하기관에서 신입사원 초봉이 깎인 곳은 수자원공사가 유일했다.

이때마다 수자원공사의 재무악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부채는 이렇게나 늘었는데….’ 라는 부정적 인식에서다. 실제로 수자원공사 부채는 2008년 1조9600억원(19.6%)에서 2012년 13조7800억원(122.6%)으로 600% 급증했다. 그 이유로는 2009년 시작된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 사업’이 꼽힌다.

▲ 경인아라뱃길 ⓒ뉴시스

부채폭탄 안겨준 4대강 사업

수자원공사는 채권을 발행하는 등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투입했다. 채권발행에 따른 이자비용(4년간 6229억원)은 정부가 부담했다. 정부가 이자비용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수자원공사의 재무구조는 지금보다 악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초 수자원공사는 4대강 투자비를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통해 회수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지난해부터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 대저동 등 서낙동강 인근에 3만가구 규모의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수자원공사의 ‘투자비 회수계획 차질’ 및 ‘추가 채권발행으로 인한 재무악화 심화’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경인아라뱃길 사업 수익성도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최재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가 추정한 아라뱃길 사업의 향후 운영수익은 단지분양수익 1조1629억원, 항만시설관리권매각 7378억원 등 2조3822억원이다. 당초 기대수익(3조8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이 부족하고, 수자원공사의 투자비(2조6000억원)보다도 적은 액수였다.

수자원공사에 부채폭탄을 안겨준 사업들이 수익 전망마저 어두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예산정책처는 <2012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를 통해 “수자원공사에 대한 이자비용 지원규모 및 기한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수자원공사의 재무악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수자원공사가 ‘물값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물값 인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서 장관이 “인상계획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수자원공사의 재무개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물값 인상’ 우려도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신임사장 후보, 4대강 지지인사?

‘4대강 불똥’은 신임사장 후보들에게도 튀었다. 최근 수자원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박명현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제상 미래물문화연구소 이사장, 최계운 인천대 교수를 신임사장 후보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 사장자리는 지난 7월 김건호 전 사장이 퇴임한 후 계속 공석이다.

그러자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가 즉각 반발했다. 후보 3인이 “4대강·운하사업을 지지하거나 잘못된 하천개발사업(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한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에 따르면, 박명현 교수는 4대강 사업과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지만 4대강 사업의 모델이었던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청계천 복원은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유지비용 등으로 현재까지 논란인 사업이다. 전제상 이사장에 대해서는 “시민환경단체가 4대강 사업 B급 찬동인사로 선정한 인물”이라고, 최계운 교수에 대해서는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발족한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에 참여해 MB운하구상을 지지한 전문가”라고 각각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신임사장 후보 3인이 수자원공사에 재정적 타격을 준 4대강 사업의 관련인사인 셈이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자금 회수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8조원 규모 채무를 떠안은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잘못된 국책사업에 대해 책임져야할 수자원공사 사장에 4대강 사업 찬성인사가 선임된다면 국민들은 수자원공사의 존립 필요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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