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CJ헬로비전, 덩치불리기 ‘눈길’

최근 들어 인수합병 시장에서 SM그룹과 CJ헬로비전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SM그룹은 최근 5년간 10여 곳을 인수해 계열사가 무려 20여개에 달하는 급성장을 기록했다. CJ헬로비전은 올해만 해도 4곳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이들 기업이 계속 승승장구할지 아니면 STX그룹·동부그룹·한진그룹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질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M그룹, ‘지방 건설사→자산 2조 중견기업’ 탈바꿈
CJ헬로비전, 지역 SO업체 결집 ‘규모의 경제’ 실현
“재무 건전성 역점에 둬야” 업계, 양사 갈림길 주목

작년부터 올해 사이, 유동성 위기로 계열사 해체 수준의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볼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웅진그룹·동양그룹·STX그룹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포스코그룹·동부그룹·한진그룹 등도 파국은 피했지만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따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재계 전문가는 “그룹 외형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계열사 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채 비율 등 재무 구조에서 치명타를 입는 경우가 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렇게 인수합병을 기점으로 그룹 뿌리까지 흔들리는 부작용이 속출하자 재계 대부분은 무리한 M&A를 꺼리는 분위기가 널리 펴졌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인수합병 행보를 과시해 주목을 모으는 기업도 있다. 바로 중견기업 SM(삼라마이다스)그룹과 CJ헬로비전이 여기에 해당된다.

SM그룹, M&A로 중견기업 도약

특히 최근 SM그룹이 인수합병을 향해 달려드는 맹렬한 기세는 가히 혀를 내두를만하다. 지난 5년 동안 SM그룹은 무려 10여 개의 기업을 인수하여 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SM그룹은 모두 합쳐 무려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

SM그룹은 지난 1988년 창업주 우오현 회장이 광주광역시에 설립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하는 기업이다. 양계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우오현 회장은 자금을 충분히 모은 뒤 광주 및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빌라를 건설하는 사업과 부동산 매매업을 하며 착실하게 성장해 나갔다.

▲ SM그룹 우오현 회장 ⓒ뉴시스

SM그룹과 우오현 회장이 재계의 시선을 본격적으로 받게 시작한 시기는 2004년부터다. 이때 SM그룹은 건설 사업으로 다진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중견건설사 진덕산업을 합병하면서 M&A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SM그룹은 남선알미늄·건설기업 C&우방·건전지 전문기업 벡셀·섬유기업 TK케미칼·동국무역·신창건설 등을 연속적으로 인수 합병했다. 덕분에 SM그룹은 지방 소재 무명 건설 기업에서 일약 자산 2조원 대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SM그룹이 그동안 인수한 기업 가운데에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간 곳이 상당수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SM그룹의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뜻이며 부실기업을 인수해 무리 없이 회생시키는 데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SM그룹의 왕성한 인수합병 능력은 최근 대한해운 인수를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드러났다. 지난 9월 17일 SM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대한해운에 대한 인수 본 계약을 체결했다.

“더 이상은 무리” 시각도

해운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8월 7일 SM그룹이 참여한 TK케미칼 컨소시엄을 대한해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실사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최종 인수를 결정짓게 됐다.

SM그룹은 유상증자 1,650억 원·회사채 500억 원 등 총 2,150억 원에 대한해운을 인수한다. 계약 날짜 한 달 이내로 인수대금이 납입되면 대한해운은 2년여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되는 상황이다.

벌크선 전문 기업인 대한해운은 2011년 초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해운업계 불황 때문에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비운을 맞았지만 SM그룹 덕분에 경영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서는 SM그룹의 연이은 인수합병 성공 가도에 대해 비결을 궁금해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SM그룹 관계자는 “항상 M&A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며 “좌절과 시행착오도 꽤 겪었다”고 설명한다.

SM그룹은 2010년 신성건설·신일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쓴잔을 마신 적이 있다. 2011년에는 성지건설 인수합병에 홀로 참여했지만 법원이 매각 일정을 미루는 바람에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2012년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동부그룹에 밀려 뒤돌아서야 했다.

업계에서는 SM그룹이 보여주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대해 “이제부터는 속도 조절을 해야 할 때”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거둔 성공 사례를 확실한 지침으로 삼았다”는 우오현 회장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김우중 회장이나 강덕수 회장 모두 지금은 ‘실패한 경영인’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에 우 회장이 이제부터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우오현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현재 횡령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과거 거뒀던 성공 사례와 상당히 비슷하다”며 “두 사람은 지방의 실업계 고교 출신으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조그마한 회사로부터 시작, 자금을 착실하게 마련해 본래 사업과는 무관한 업종의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단기간에 업계 주류로 진입한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상당수 재계 전문가들은 “대우그룹이라는 고전적인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웅진그룹·STX그룹 등이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늘렸다가 결국 ‘승자의 저주’라는 폭탄을 맞은 상황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특히 SM그룹의 경우 지금까지 모기업이 경영 경험이 없는 분야 또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희박한 분야를 인수해 그룹 볼륨을 넓혀갔기 때문에 앞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이에 대해 SM그룹 측은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들은 리스크가 적었으며 구조조정도 없었고 모두 흑자로 돌려놓았다”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에 인수에 성공한 대한해운의 경우는 예전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한해운은 자본금 전액이 잠식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전성기에는 3조원까지 육박했던 대한해운 매출액은 지난 2012년에는 5,956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순손실은 무려 2,600억 원을 넘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운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SM그룹이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하더라도 자금 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 대한해운을 소생시키기에는 힘에 부치지 않을까”라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와 비판을 의식한 듯 SM그룹 측은 “대한해운 인수 이후 내실을 기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경영은 대한해운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것이다. 구조조정도 당연히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 당분간 추가 인수합병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방송계 ‘거인’ 된 CJ헬로비전

아울러 케이블 방송 전문기업인 CJ헬로비전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펼치고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CJ헬로비전은 지역 SO(종합유선방송)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여 급격하게 기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1/4분기에는 의정부 나라 방송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영서방송과 호남방송·횡성유선방송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올 상반기에만 가입자를 41만여 명을 확대했다. 현재 CJ헬로비전의 총가입자 수는 380만 명에 달한다.

CJ헬로비전은 지난 2006년에는 제일케이블TV방송과 중앙케이블TV방송, 영남방송, 한국케이블TV모두방송, 한국케이블TV충남방송을 인수한 바 있다. 또 2010년에는 포항종합케이블방송사·신라케이블방송 인수를 통해 규모를 크게 확장시켜왔다.

또한 지난 10월 2일 CJ헬로비전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 경영효율성 증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이사회 결의로 계열회사인CJ헬로비전신라방송·CJ헬로비전영동방송·횡성유선방송을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렇듯 독과점 기업에 육박할 정도로 인수합병을 거듭하는 이유에 대해 CJ헬로비전 측은 “신규 종합유선방송을 인수하여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현실화시킨 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CJ헬로비전의 공격적 인수합병과 이를 통한 양적 팽창에 대해 업계에서는 “향후 경쟁 기업 간의 독과점 논란에 본격적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CJ헬로비전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 향후 재정 건전성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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