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갈등·민원 1위 등 연속 브레이크

혁신적인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현대카드. 그런데 최근 현대카드의 독창적 아성에 손상이 가는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과 수수료 문제로 정면충돌해 결제거부 운동이 확산되기 직전까지 이르렀으며 포인트 적립 문제로 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되어 있다. 또한 ‘금융 민원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현대카드에 연속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사정을 들여다본다.

▲ 현대카드가 밴 업계 1위사인 한국정보통신에 수수료율 인하를 통보하면서 두 업계의 갈등이 촉발됐다. 사진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뉴시스

밴 업계와 갈등…‘甲의 횡포’ 비춰질까 우려도
‘카드업계 민원 1위’ 불명예, 서비스 축소 탓?
“이미지 마케팅 대신 고객편의 집중해야” 지적

최근 현대카드가 결제중간업체인 밴(VAN)사에 수수료율 인하를 통보함에 따라 두 업계의 본격적인 갈등이 촉발됐다. 특히 일부 밴 대리점은 “갑의 위치에 있는 현대카드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지난 9월 30일부터 가맹점들과 함께 현대카드 결제 거부 운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최종적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밴 업계와 ‘극한 충돌’ 일으켜

카드업계에 따르면, 밴 업계 1위사인 한국정보통신(KICC)은 9월 30일부터 소속 가맹점인 25만~30만의 업체에서 현대카드를 이용한 결제를 거부하기로 결정 내렸다. 이들 가맹점은 “현대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스티커를 매장 입구에 부착하며 본격적인 조치에 나섰다.

이처럼 한국정보통신이 ‘현대카드 결제 거부 운동’에 전폭적으로 나선 이유는 현대카드가 밴 대리점의 가장 주된 수입원인 전표 수거 업무를 밴사를 통해 위탁하지 않고 직접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원래 현대카드는 한국정보통신에 수수료율을 인하할 것을 통보했지만 한국정보통신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현대카드는 “앞으로 한국정보통신에게 KFC·롯데리아 등 가맹점 8,000여 곳에 대한 전표 수거 업무를 위탁하지 않겠다”고 강경 자세로 나왔다. “소액결제가 많거나 카드 부정사용 위험이 적은 곳까지 비용을 지불하며 전표를 수거할 필요가 없다”는 초강경 태세를 밀어붙인 것이다.

현대카드의 방침에 대해 한국정보통신은 현대카드 결제 거부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본래 밴사는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전표를 수거하는 업무를 위탁 받은 뒤 밴 대리점에 전표 수거를 맡기고 이를 거둬들인다. 그런 다음 전표를 신용카드사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밴 업계와 밴 대리점 입장에서는 전표 수거 업무가 생존 문제로 인식될 만큼 대단히 예민한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 KB국민카드가 카드 전표 매입을 직접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밴 업계 전반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잠정 보류하기로 했을 정도다.

현재 현대카드와 한국정보통신 측 모두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결제 거부 사태는 자칫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보통신 측 관계자는 “전표 수거 수수료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4만여 명의 밴 대리점 종사자들의 생존할 권리를 짓밟는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카드 측도 “절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며 밴 업계의 반발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나 한국정보통신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정면충돌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때문에 영세업체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또한 그동안 세련되고 감각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현대카드가 ‘수수료 문제’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자칫 ‘갑의 횡포’로 비춰져 이미지를 망가뜨릴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민원 1위’ 불명예

최근 현대카드가 연루된 구설수는 또 있다. 바로 “현대카드가 포인트 사용과 관련해 이용 고객을 홀대한다”는 치명적인 악평까지 나오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포인트를 잘 부여해준다”는 인식이 사용자 사이에 널리 자리 잡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현대카드가 자신 있게 내세운 포인트 마케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카드 사용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제품 구매에 활용할 수 있는 전용 쇼핑몰인 ‘M포인트몰’이 구비해 놓은 제품들 상당수가 품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카드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 가운데는 “M포인트몰에서 파는 제품은 다른 쇼핑몰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물건을 받아보니 퀄리티가 의심된다. 심지어 중고품이 아닐까 의심되는 제품도 있다”는 내용의 불만사항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소비자의 불만은 잘 알고 있지만 이는 현대카드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제품 자체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해외 브랜드 제품은 현대카드 측에서 케이스를 오픈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어떤 하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고객이 원하는 경우 반품은 물론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현대카드 측의 해명에 대해 상당수 소비자들은 “문제 있는 태도”라고 분개한다. “M포인트몰을 이용하는 고객은 현대카드의 이미지에 호감을 품고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책임감이 부족한 태도는 자칫 현대카드에 대해 자사 이익만 챙긴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카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에 대한 민원이 카드업계 전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현대카드가 공들여 구축한 이미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라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 가운데 현대카드가 회원 10만 명당 5.3건으로 민원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상당수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카드에 대한 금융 민원이 가장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현대카드가 서비스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카드는 올 6월부터 자사 구조를 전폭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 알파벳 시리즈 카드 판매를 중지했다. 대신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카드인 ‘현대카드X’와 ‘현대카드M’을 출시했다.

“높은 충성도에 안주 말아야”

하지만 이들 두 개의 카드는 소비자들로부터 “일반 고객을 외면하고 고소득자에게 최대한 맞춘 카드”라는 포화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현대카드X’와 ‘현대카드M’은 이용 실적에 따라 다른 경쟁사 카드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캐시백이나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누리려면 전월에 이용한 금액이 50만원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현대카드 고객 930만 명 가운데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최소한 600여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현대카드에 대한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현대카드 측은 “혜택 축소가 민원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측은 “카드 혜택을 축소하는 상황은 장기적인 경제 불황 때문에 현재 카드업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현대카드에게만 혜택 축소를 비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렇지만 금융업계에서는 “현대카드에 대한 민원 증가 현상은 올해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라며 “이런 점에서 단순히 항변 수준에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작년 상반기에도 현대카드는 고객 10만 명당 고객 상담 민원이 4.1건을 기록했다. 영업과 제도정책 민원도 각각 1.6건과 1.7건이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현대카드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민원 평가에서 줄곧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연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현대카드를 둘러싼 구설수에 대해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부터 현대카드는 광고나 문화 관련 이벤트를 통한 이미지 마케팅 위주 전략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고 고객의 편의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원래 현대카드는 업계 가운데에서도 고객들의 충성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명성이 높다”며 “현대카드가 이러한 상황에 느긋하게 안주하지 말고 고객을 적극적으로 섬기는 마음가짐을 강화해야 최근 일련의 구설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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