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일본 스모를 통해 탈출구 모색 가능

한국의 일본의 전통 스포츠 종목인 씨름과 스모는 닮은 꼴이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씨름의 현주소와 일본 스모의 그것은 사뭇 대조적이다. 내분과 KBS의 중계 취소로 넉달 동안 국내 대회를 열지 못하고 있고 급기야는 고사위기에 내몰려 있는 한국의 씨름. 스모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한국의 씨름은 이제 그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봉착한 듯 해 보인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 씨름이 나아갈 길은 일본의 스모를 통해 찾아봄직도 하다. ● 문제는 스포츠 마케팅이다 일본 스모 역시 한 때 위기는 없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일본 경제는 거품이 다 빠졌다. 당연히 스모 경기장에도 그 여파는 크게 퍼졌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눈에 띄게 둘어든 것. 위기감을 느낀 일본 스모협회는 이때 기업의 지원을 호소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용과 거래처 선물용 등으로 입장권을 구입하길 적극 장려한 것. 기업은 기업대로 전통 문화를 선물하며 체면을 세우고 스모협회는 협회대로 불황을 이기는 치유책이 됐다. 스포츠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스모협회는 ‘리키시’(스모 선수)들의 초상권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수건과 과자, 도자기와 부채 등 리키시들의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 때문에 스모협회는 1927년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적자운영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가까이 다가가는 스포츠 전통 문화에서 멀어져 가는 젊은 세대의 관심은 어린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식으로 이끌어냈다. 스모협회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자주 방문해 스모가 어떤 스포츠인지 직접 시범을 보이고 학교에 ‘도효’(씨름판)를 기부하거나 국기관에서 무료로 대회를 열어줘 자연스레 미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중·장년층 관중이 대부분인 씨름과 달리 스모장을 찾는 팬층은 젊은 세대까지 고루 분포돼 있다. ●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인식 있어야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씨름과 스모에 대한 인식의 차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 탓에 모래판을 외면하는 한국의 씨름팬들과 달리 일본에서는 스모가 소중한 문화 유산이라는 인식과 함께 스모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도 높다. 때문에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기관을 찾는 팬들의 입장권 판매 수익으로 충당,54개 팀을 직접 먹여 살리는 스모협회와 달리 씨름연맹은 TV 중계권료에 운영비의 40%가량을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씨름 관계자는 “스모 선수를 존경하는 문화를 가진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씨름 선수들은 둔하다고 지레짐작하거나 씨름은 촌스럽다며 은근히 무시되는 점 등이 씨름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라며 안타까워했다. ● 기본적인 책임감도 부재 일본에서는 전국 54개 팀에 소속 선수 750∼800명이다. 또한 1만 1000명 수용 규모의 전용 경기장이 있고 1만 1300엔(약 10만 3000원)이나 하는 입장권이 평균 70% 정도 꾸준히 팔리는,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요청하면 기업이 다량의 입장권 구입으로 ‘지킴이’에 앞장서는 공동 책임의식이 한 몫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당 2000만엔(약 1억 8000만원)의 중계료를 꼬박 지불하며 전세계 안방에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공영방송도 일조를 한다. 프로 팀 2개에 연맹 소속 선수 40여명으로 전국의 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관을 떠돌아 다니며 경기를 열고 단돈 5000원 짜리 입장권도 제대로 팔리지 않는, 달아오를 줄 모르는 관심속에 근근히 번티고 있는 한국의 씨름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경기 불황을 이유로 있던 팀도 책임감없이 해체하는 기업과 연간 12억원의 중계권료를 내지 못한다며 중계를 포기한 공영방송도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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