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수출 방법도 강구할 때

일본에서는 한국드라마, 한국배우에 열광하는 한류열풍이 일고 있다. 물론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진 않지만, 하여튼 일본 텔레비전에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오래된 한국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가 있다. 한국 사람이 일본에 갔을 때 한 일본인이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삐삐를 차고 다니느냐?”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무슨 소리냐?”고 되묻자 그 일본인은 “한국 드라마에서 봤는데 주인공이 삐삐를 휴대하고 나오더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한참 웃고 나서야 그건 옛날 10년도 넘은 드라마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고, 일본 최고 인기 그룹 스마프의 초난강이 드라마의 중요 장면을 통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일본에서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는다. ■ ‘K-1’과 ‘프라이드’는 일본의 것인가?! 최근 격투기 단체인 K-1이나 프라이드를 모르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격투 대회가 일상적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K-1, 프라이드는 일본의 것일까? 세계인의 것일까? 격투기 팬들에게 질문한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지난 날 일본이라는 나라를 적대시 하면서도 문화뿐 아니라 좋지 못한 성문화까지 따라 했던 것을 보면 그들이 문화의 진보주의자였는지 우리가 문화의 후진주자였는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얼마 전에 읽은 ‘세계를 움직이는 삼성의 스타 CEO’라는 책을 관심 있게 본적이 있다. 그 책에 보면 반도체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중요한 부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일본 2류 기업인 샤프사에서 기술을 배워온지 10개월 만에 64KD램을 만들기 시작하여 현재는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왔다. 이제는 처음에 무시했던 일본이나 미국에서 오히려 파트너쉽을 원하고 있다.” 삼성 CEO가 누군지, 삼성이 내 생활에 영향력을 끼치는지에 대한 생각은 티끌만큼도 해본 적이 없지만 어느 분야든지 최고수준까지 올라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의 일에 미치지 않고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 일본의 문화를 역이용할 수 있어야 한국의 격투기 상황은 이제서야 겨우 붐이 조성돼 일반인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처럼 저런 대형 이벤트성 대회를 기획하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팬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또 바라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현실적으로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인적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성이 되고 많은 투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설명회조차의 기회도 없는 것이 현주소다. 기회를 찾기 위해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격투기라는 새로운 문화코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니 일본격투기보다 나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을 보고 벤치마킹을 한 뒤 한국이 만든 독창적인 격투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일본의 달빛문화를 역으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 프로야구 1경기 비용으로 격투기 몇 번 더 열 수 있어 K-1은 단순한 격투기 대회지만 그것으로 인한 수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전세계 방영권 광고 수입만 해도 수천 억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K-1을 ‘일본이 독점하고 있으니까 안돼!’라는 고정관념보다 ‘일본사람도 하는데 왜 못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한국선수도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지 않고 운동에 전념해 속칭 ‘주먹이 강한 민족’임을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이제 우리도 돈 들지 않는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한다. 격투기 수입국 한국이 선수만 외국 시합에 수출할 것이 아니라 대회 자체를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대형 이벤트 격투기 경기는 프로야구 1경기 여는 것보다 쉽다. 프로야구 1경기 여는 비용으로 격투기 경기 몇 번은 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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