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고이즈미 망동과 닮은꼴"

열린우리당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26일 `10.26사건' 26주년을 맞아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한 날'이라며, 특히 박 전대통령의 장녀인 한나라당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또 유신정권이 저지른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해명이나 사과도 없는 박 대표의 모순된 역사관은 전범에 참배하며 동양의 평화를 외치는 고이즈미의 망동과 정확하게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25일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1979년 10월 26일 감옥에서 유신정권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봐야 했다"고 소회를 밝힌 뒤 "그후 2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분열적 냉전적 사고 관이 참다운 민주주의를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표는 유신정권이 저지른 명명백백한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해명과 사과도 없이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박 대표가 주장하는 국가정체성은 고문과 탄압으로 국민을 구속하던 유신독재정권의 국가정체성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한명숙 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10.26 과 민주주의, 과거사의 청산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10월 26일은 유신독재가 막을 내린지 26년째 되는 날입니다. 1979년 10월 26일, 저는 감옥에서 유신정권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갈망하던 독재가 무너졌지만 우리가 염원하던 민주화는 쉬이 오질 않았습니다. 곧 다가 올 것만 같았던 조국의 민주화가 다시 군부 쿠테타의 군홧발에 짓이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5월 광주항쟁으로 시작해 6월 항쟁으로 이어진 줄기찬 투쟁을 통해서 세계가 놀랄만한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제 외형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가지는 목적 지향성과 전혀 상관없는 나라처럼 보입니다. 시인 김지하가 타는 목마름으로 그렇게 갈망하던 민주주의는 이미 사전 속의 단어처럼 박제화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외견상으로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속내에는 여전히 분열이라는 상처가 화농처럼 곪아있습니다. 남과 북이 냉전 이데올로기로 갈려져 있고 동과 서가 지역이기주의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분열과 이기가 켜켜이 쌓여진 위태한 누란의 민주주의를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핵심은 주권재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민주적 지향을 소신과 신념으로 지켜내고 있습니까? 여전히 공고한 지역 분열은 국민 주권행사의 가장 기본 권리인 투표의 행사에 있어서 이성적 사고와 판단을 무찔러 버립니다. 분열된 지역감정이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투표를 선동하고 강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분열의 핵심은 미처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 때문입니다. 과거사를 말씀드리면 분열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의 청산은 결코 과거에 얽매인 답보와 분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사의 청산은 화합의 시작이자 더 나은 미래를 재단하는 시금석입니다. 용서와 화해가 기반 되지 않은 역사의 과오는 늘 되풀이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7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주변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습니다. 우리에겐 고이즈미 내각의 반복되는 패권주의적 행태에 강력하게 비판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고이즈미 내각이 과거 일제 침략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과거사에 대해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 까닭은 퇴행적 역사의 반복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우려는 현실화되어 고이즈미 내각은 역사의 과오를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반복되는 퇴행적 역사관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생각합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과거사에 반성 않는 일본을 질타하면서도 우리 역시 내부에 엄존하고 있는 부조리한 과거사의 잔재를 말끔하게 청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수사 지휘권 행사를 빌미로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며 구국운동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하여 빨갱이라고 단죄하고 속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데 결코 동의하지 못합니다. 또한 유신정권이 저지른 명명백백한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해명과 사과도 없는 박근혜 대표가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표가 주장하는 ‘국가의 정체성’은 고문과 탄압으로 국민을 구속하던 유신독재정권의 ‘국가의 정체성’ 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정녕 박근혜 대표는 인권과 민주자유질서가 말살되던 유신독재의 시절로 이 나라를 되돌리고 싶은 것입니까? 과거사의 과오에 대해서는 반성은커녕 ‘국가의 정체성’을 분열적이고 수구적인 ‘색깔론’으로 포장하여 국민 분열을 획책하고 선동하는 박근혜 대표의 모순된 역사관은 전범에 참배하며 동양의 평화를 외치는 고이즈미의 망동과 정확하게 닮은꼴입니다. 10.26 이후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분열적 냉전적 사고관이 참다운 민주주의를 옭죄고 있습니다. 나와 다르다하여, 너희가 소수라하여 다수라는 이름으로, 우리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너희를 틀림으로 규정하고 단죄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입니다. 전체주의가 가지는 획일적이고 강압적이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결코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의 소중한 교훈입니다. 다양성의 사회는 힘이 셉니다. 생각의 자유로움은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저는 위대한 우리 국민이 지켜 온 민주주의가 작금의 분열적 이기주의에 의해 소수를 압살하고 다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우린 이 분열의 골을 과거사의 청산으로 메워야 합니다. 가해자의 통렬한 참회와 반성 그리고 피해자의 허심탄회한 용서 그리고 이를 통한 화합이 우리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킬 것이라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는 꿈꿉니다. 소수와 다수가 한데 어우러지는 나라, 생각이 다르다하여, 고향이 다르다하여, 학벌이 다르다하여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꿈꿉니다. ‘당신과 나’의 ‘다름’이 ‘틀림’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는 배려와 관용으로 ‘우리’라는 공동체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나라. 이것이 우리가 지켜 온 그리고 우리의 후세에게 물려 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2005년10월25일 한 명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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