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대 (신경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성로요양병원
지난 호에 이어 또 다른 편견을 깨보자. 지난번에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반드시 몸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병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다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믿는 편견일 뿐이고, 그런 편견이 오히려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암 같은 질병은 나이가 들면 오히려 진행이 느려지거나 성장을 멈추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속을 끓여서 생기는 병들은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원만해지고 성숙하면서 오히려 낫기도 하더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대부분 늙으면 의욕이 떨어지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고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지는 줄로 알고 있다. 역시 잘못된 편견이다.
 
나이가 들면 말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한다. 그러나 성숙하고 노련해지면 굳이 자기가 안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는다.
 
귀한 지혜를 아끼는 나머지 아무에게가 함부로 베풀어주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알면서도 모르는 체 조용히 관망하는 것이 보통이고, 나이가 들면 지혜가 깊어지고 조심성이 늘어나서 함부로 경거망동 하지 않기 때문에 소심하고 용기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내 주변에 60살이 넘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그것을 용기라고 해야 할지 만용이라고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60이 넘은 고령에 어떻게 그렇게 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이정도 큰 일을 하려면 나만큼 나이와 경험이 있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적어도 나만큼의 경륜이 없이 어떻게 이런 큰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라고 너무도 쉽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번 더 물었다. 그의 생각은 옳다고 치더라도 만약에 사업에 실패를 한다면 다시 재기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가, 만약 한번 넘어진다면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을 시작한 만큼, 실패할 가능성은 훨씬 적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는 자신감과 기백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지금도 외국에 가면 흰 양복에 단장을 짚고 닭튀김집 앞에 서있는 잘생긴 백발의 할아버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철저히 파산한 그가 극빈자들에게 주는 월 105달러의 구호금을 받아 생활하던 66세에 닭튀김집을 개업해서 세계적인 체인점으로 성장케 했다는 일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 맥아더 장군은 그때 나이가 69세였다.
 
인간의 수명이 120이라는 설이 대두되고 있는데, 60세만 되면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야 되는 것처럼 알고 있다. 그러다가 남은 6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이가 많으면 청바지도 입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깨져야할 편견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쇠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다.
 
늙은 사람도 강한 사람이 있고 젊은 사람도 약한 사람이 있다. 다만 늙었기 때문에 몸이 약하고 마음이 약해진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편견이 우리가 깨뜨려야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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