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야구팬들에게 환희와 감동 선사해

올해로 벌써 24년이 된 한국 프로야구. 뭐니뭐니해도 한국 프로야구의 백미는 한국시리즈가 아닐까? 그동안 한국시리즈는 멋진 명승부로 야구팬들에게 웃음과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다. 그동안 팬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전한 역대 한국시리즈 명승부를 돌아보았다. ▲ 최고의 명장면, 1982년 한국시리즈 프로야구에서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것이 바로 1982년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전후기 우승팀끼리 맞붙었던 한국시리즈에서 전기우승팀 OB는 후기우승 삼성에 먼저 1무1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후 박철순과 김우열의 활약으로 3연승을 질주, 한국시리즈 원년 우승을 눈앞에 뒀다. 운명의 6차전에서 에이스 박철순과 이선희가 선발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양 팀은 8회말까지 3-3 동점을 이뤘다. 하지만 OB는 9회초 신경식의 밀어내기로 1점을 앞서 우승에 한발 먼저 다가섰다. 그리고 극적인 한방. 4-3으로 앞선 OB는 앞선 9회초 2사 만루에서 김유동이 이선희로부터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뽑아 원년 우승을 자축했다. 그 경기에서 박철순은 부상에도 불구, 9이닝 완투의 투혼을 발휘, 에이스다운 면모를 다시 확인시켰다. 반면 개막전에서 만루홈런을 맞고 눈물을 흘렸던 당시 최고 좌완투수 이선희는 이 홈런 한방으로 '비운의 투수'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붙여야 했다. ▲ '강철어깨' 최동원 대 '재일동포 에이스' 김일융 1984년 롯데와 삼성이 맞붙은 한국시리즈는 '강철어깨' 최동원 대 '재일동포 에이스' 김일융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각자 자존심을 건 최동원과 김일융은 6차전까지 3승씩을 거두며 승부를 7차전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문제의 7차전. 롯데는 7회까지 3-4로 뒤지며 패색이 짙은 듯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8회 공격에서 1사후 김용희, 김용철의 연속안타로 1,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유두열은 구위가 떨어진 김일융의 3구를 힘껏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아치를 그렸다. 6-4로 역전된 가운데 롯데 에이스 최동원은 8,9회 실점위기를 끝내 막아내면서 결국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야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84년 한국시리즈는 투수혹사와 져주기 논란으로 얼룩진 시리즈이기도 했다. ▲ 괴물 박충식, 15회까지 181개의 공 뿌려 삼성의 신인투수 박충식이 펼친 15회 완투 역투는 오늘날까지도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3차전 선발로 나선 박충식은 문희수-선동열-송유석으로 이어진 해태 막강계투진에 홀로 맞서 15회까지 181개의 공을 던지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비록 2-2 무승부로 마쳤지만 박충식은 이날의 진정한 승자였다. 그러나 혹사의 대가는 컸다. 결국 3차전까지 2승1무1패로 앞섰던 삼성은 이후 해태에 3연패를 당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박충식은 7차전 다시 선발로 나섰지만 끝내 무리하게 던졌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해태 신인이었던 이종범은 정규시즌 신인왕을 삼성 양준혁에게 빼앗겼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10 4타점 7도루의 맹활약으로 MVP에 등극했다. ▲ 한국시리즈 첫 끝내기 홈런, LG 벤치멤버 김선진 1994년 LG와 태평양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양팀의 좌완 이상훈과 김홍집의 호투로 빛이 났다. 하지만 정작 스타는 따로 있었다. 1-1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LG의 벤치멤버 김선진은 김홍집으로부터 좌월 끝내기 솔로홈런을 뽑아 3만관중이 운집한 잠실구장을 열광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홈런 한방은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시리즈 첫 끝내기 홈런이었고 5년간 벤치신세를 이어가던 김선진을 스타로 만든 한방이었다. 반면으로는 11회까지 141개의 공을 던졌던 김홍집은 눈물짓게 만든 홈런이기도 했다. 극적인 1차전 승리를 포함, LG는 내리 4연승을 따내며 1990년에 이어 창단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 2000년 뚝심의 두산, 저력 발휘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현대와 두산. 객관적인 전력이나 정규시즌 결과를 놓고 볼 때 현대의 낙승이 점쳐졌다. 실제 현대는 김수경-임선동-정민태 선발 3인방의 활약으로 1,2,3차전을 내리 따내며 쉽게 시리즈를 거머쥐는 듯 했다. 그러나 뚝심 두산의 저력은 4차전부터 드러났다. 두산은 한물간 것으로 여겼던 노장 조계현이 김수경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5,6차전에서 박명환의 구원 역투와 심정수, 우즈의 홈런포를 앞세워 2연승, 시리즈를 3승3패로 만들었다. 현대로 거의 넘어간 듯 보였던 우승 기운은 극적으로 두산쪽으로 반전됐다. 하지만 현대는 마지막 7차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 혼자 6타점을 올린 백인용병 퀸란의 활약으로 결국 새천년의 첫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퀸란은 7차전 활약을 포함, 타율 .346 3홈런 10타점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비록 두산은 7차전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3패 뒤 3연승이라는 멋진 명승부를 이끌었다. ▲ 이승엽 앞세운 최강 삼성,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2002년 이승엽을 앞세운 삼성의 전력은 최강이었다. 그렇지만 정규시즌 4위 LG는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잇따라 잡은 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삼성은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섰지만 5차전에서 7-8로 패한 뒤 6차전마저 9회말까지 6-9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기적은 9회말에 일어났다. 9회말 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상황에서 '홈런킹' 이승엽이 LG 마무리 이상훈으로부터 극적인 3점홈런을 빼앗은 것.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삼성은 다음 타자 마해영이 최원호로부터 끝내기 솔로홈런을 작렬, 감격적인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냈다. 마해영의 홈런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종전에서 터진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특히 삼성 입장에서는 한국시리즈 7차례 좌절끝에 8번째 도전에서 우승을 일궈냈던 값진 홈런이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치 않은 팀전력하에서도 정신력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 명승부를 펼친 LG 역시 또다른 챔피언이었다. ▲ 초유의 명승부, 2004년 한국시리즈 2004년 한국시리즈는 3차례 무승부가 펼쳐져 9차전까지 열린 초유의 명승부였다. 선수 혹사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양팀은 멋진 투수전과 뛰어난 수비로 야구팬들을 사로잡았다. 9차전 승부끝에 현대가 4승3무2패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지만 삼성 역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삼성 에이스 배영수는 4차전에서 10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잡으며 무안타 무실점 노히트노런 행진을 벌이며 프로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0-0 동점인 상황에서 11회 마운드를 내려오는 바람에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배영수의 호투는 프로야구 역사 전체를 두고라도 손에 꼽을만한 눈부신 결과였다. 사실 이번 2005년 한국시리즈는 시시한 감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초호화 군단 삼성의 기선제압 때문이었으리라.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