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의무 규정이 없고, 관습·조리 등 확대 해석 불가해

▲서울역에서 만취상태의 부상입은 노숙자를 혹한에 내몰아 사망케한 역무원 2명이 최근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진:서울역 외관 캡쳐(네이버 지도)

혹한의 추위에 만취한 상태로 부상까지 입은 노숙자를 철도 역사 밖으로 내몰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역무원에게 법원이 최종적으로 무죄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3부는 13일 노숙자를 방치한 혐의(유기)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철도공사 서울역 역무원 박모(47)씨와 공익요원 김모(3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0년 1월15일 오전 7시30분께 만취한 상태로 갈비뼈 골절상 등을 입은 A씨(당시 44세)를 발견하고도 구호조치도 하지 않고 서울역사 밖으로 옮겨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같은 날 오전 8시20분께 A씨를 휠체어에 태워 몇 차례 옮기다 역사 구름다리 밑에 유기한 혐의다.

당시 역사 밖의 온도는 영하 6.5도, 체감온도는 영하 9.7도의 혹한이었고 A씨는 갈비뼈 골절로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서서히 숨을 거두었다.

이에 대해 1·2심은 "유기죄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박씨 등에게는 그런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철도공사법에 부조의무 규정이 없는데 이를 사무관리·관습 또는 조리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경범죄처벌법에서 요구조자(보호가 필요한 사람) 발견 장소의 관리인 등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기죄에서의 법률상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 한다"고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을 맡은 권태형 판사는 "고인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날 참으로 고달픈 하루를 보냈을 것이고, 여기저기 옮겨지다 결국 차가운 곳에 버려져 이승을 하직했으니 그 심신의 피로가 오죽했을까 싶다"며 "박씨 등은 형사책임을 떠나서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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