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이자만 수천억…부정 축재 수사해야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도 미납 추징금에 대한 의사를 밝힘으로서 역대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가 일정 정도 마무리 되고 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 계획서 제출과 별도로 부정 축재에 대한 수사는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구나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보다 액수가 100배가 많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검찰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과 관련해 원금만 추징하고 이자나 물가상승분은 따로 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진/유용준 기자
 
추징금 16년간 안 내고 버텨도 이자 논란 확산
전두환 추징금 완납해도 불법 행위 계속 수사해야
대우 김우중·임원 미납액 23, 서울예산보다 많아
일반인 미납 추징금 집행·강화 김우중법입법예고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며 미납 추징금 1672억원 내지 않고 버텨온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지난 10일 구체적 납부 계획서를 검찰에 제출함으로서 16년간 끌어온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추징금과 관련한 비판여론은 식지 않고 들끓고 있다.
 
전두환 추징금, 여전히 들끓는 여론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과 관련해 원금만 추징하고 이자나 물가상승분은 따로 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추징금의 경우 원금만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추징금을 체납하더라도 이자가 붙지 않는다. 이러한 법 규정은 일반인의 상식에서 생각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트위터 아이디 ‘@medi****’미납추징금 16년치 법정이자만 5350억원이라며 미국이나 영국은 추징금 체납할 경우 이자까지 물리는데, 우리는 무조건 버티는게 장땡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cjg9****’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께서 한분은 추징금을 완납하셨고, 한분은 완납하겠다고 했는데 경제관념을 가졌다면 이것을 완납이라고 하겠습니까?”라며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과 이자는 어찌 되었습니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전두환 추징금에는 왜 이자가 붙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해 신국희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형사소송법상 몰수·추징금은 징벌적 성격이 아니다라며 범인이 취득한 재산을 박탈해서 범인으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보충적 형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징금은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자를 징수할 수도 없고 벌금형과 같이 미납자를 구금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16년간 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제도적 헛점이 한몫을 했다. 법 규정의 논리와 무관하게 여론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뿐만 아니라 비자금으로 불린 재산 등도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것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을 종잣돈 삼아 미납 추징금을 뛰어넘는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향후 부정 축재수사행보는?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미납 추징금 납부와 별도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향후 검찰의 수사 행보다.
 
검찰은 특별환수팀을 구성한 이유가 미납 추징금 환수에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따라서 전 전 대통령 측이 추징금을 완납하기로 함에 따라 수사는 더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이창석 씨 공범으로 재용씨 등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국씨와 재용씨가 운영하는 회사와 관련해 제기된 횡령과 배임 의혹 등은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기홍 의원은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차남 재용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또 정상참작 이야기를 벌써 하기 시작했다납부하는 것은 납부하는 것이고 또 범법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민 대다수는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하더라도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하면 진행 중이던 은닉 재산 수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68%에 달했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추징금 완납을 수사 중단의 이유로 보지 않고 계속 수사하기를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뿐만 아니라 비자금으로 불린 재산 등도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것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비자금을 종잣돈 삼아 미납 추징금을 뛰어넘는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검찰이 또 다른 고액 추징금 미납자에게 칼끝을 겨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김 전 회장 등은 2002년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3조300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지금까지 840억여원만 납부한 상태다. ⓒ뉴시스
 
고액 추징금, 미납 1위는?
 
전 전 대통령의 경우 미납 추징금은 전체에서 3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 2위는 누구일까? 고액 추징금 미납액 1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약 179253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전 대우그룹 임원들에 대한 미납 추징금까지 합하면 모두 23300여억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보다 약 100배나 많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임원 5명은 지금까지 840억원만을 납부하고 229460억원을 미납한 상태.
 
김 전 회장과 임원 5명에게 선고된 추징금은 올해 서울시 예산((235490억원)) 총액보다 많은 액수다. 이들이 내지 않은 돈만 전체 추징금 미납액(253800억원)90%를 넘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회사에서 얻는 수익을 다달이 차입하는 형태로 시효를 연장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베트남 부동산 사업을 벌여 수백억원을 벌어들였고 이 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다음 행보가 김 전 회장에 대한 미납 추징금 문제로 칼끝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액 추징금 미납액 2위는 최순영(74) 전 신동아그룹 회장과 그의 비자금 관리인이었던 김종은 신아원 사장. 이들은 재산 국외 도피 혐의 등으로 연대 추징금 1964억여원을 선고받았지만 2억원만 납부했다.
 
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 혐의를 받은 정태철씨는 1280억원, ·축협 비리와 관련해 재산국외도피죄가 확정된 김준식씨도 965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3남 보근씨도 각각 2225억원, 644억원을 내야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돈이 없어 추징금을 낼 수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점.
 
법무부는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 몰수 특별법 개정안에 이어 지난달 20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추징금을 미납하고도 재산을 은닉한 채 호화생활을 즐기는 전 대기업 총수 등에 엄정 대처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본인과 가족 은닉혐의자들에 대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소환조사가 가능하다.
 
또 범인이 아닌 제 3자라도 범죄 수익인 것을 알면서 취득했을 경우 이를 본인 명의로 돌려놓는 법적 절차없이 바로 압류와 추징이 가능하다.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완납하도록 한 성과를 몰아 나머지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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