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안 책 없으면 점점 흉물로만 남게 돼

근래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공중전화 사용하는 사람 찾아보기란 심하게 말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터미널이나 지하철 역 등 사람들의 유동이 많은 곳 이외에는 어느 곳에서 찾아보려 해도 어쩐지 예전만큼은 많이 보이지 않는 공중전화. 있던 공중전화를 없애버린 것은 아니겠지만,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 공중전화. 때로는 관리 소홀로 인해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곳들도 많아 사회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포착되어 실태를 점검해봤다. ■상황은 이렇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공중전화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더럽히는 사람도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유동 인구가 많은 유흥가 주변이나, 버스 터미널 등의 공중전화는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더럽혀져 있는가 하면, 위생상태 또한 불량하여 사용하기 꺼림칙한 느낌을 들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기는 하지만, 도저히 참기 힘든 경우들도 종종 목격을 하게 되는데, 전화박스 안에 애완 강아지의 변이 있는가 하면 후각을 자극하는 찌릿한 악취는 누군가 전화박스 안에서 소변을 본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물증이 되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유흥가 주변의 전화박스에는 안에서 구토를 하고 치우지 않아 말라붙은 오물들이 널려있기도 했으며, 심하게 깨어진 유리 파편들은 역시 그대로 방치를 해 두고 있어서 매우 위험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공중전화에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KT링크스(KT의 자회사) 측도 이러한 시민윤리의 부재 속에 더럽혀지는 공중전화를 관리하느라 여간 수고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사용 등에 의해 점차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어, 매 년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음이며, 하루 수차례에 걸쳐 관리를 하더라도 간밤에 남 몰래 벌인 비양심적 행위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KT링크스 김 식 시설관리팀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해 보았다. 김 식 팀장의 말에 따르면, 공중전화는 용역업체까지 합하여 내, 외근 직원 1,100여 명이 돌아가며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보통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지역과 주택가 등 한산한 외곽지역으로 나누어 관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관리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실토를 하기도 하였다. ■공중전화 관리 실태 “외곽 지역 같은 경우는 2~3일에 한번 정도씩 순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주요지역은 매일 전화박스 청소를 하는가 하면, 수화기 또한 철저한 위생 관리를 하고 있어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으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애로 사항이 많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해 온 이 일에 대해 남보다 강한 애착을 드러내 보이는 김 식 팀장은 특히 수화기 위생 상태 등에 대해서는 자신감에 찬 어조로 답변을 해 주기도 하였다. 2005년 상반기 수화기 위생 상태에 대해 건국대학교에 의뢰하여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김 팀장은 조사결과 수화기의 위생 상태는 100점 만점에 95~98점을 획득하여 대장균 및 기타 세균의 감염에서 상당히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공중전화 사용 인원의 감소에 따라 KT 링크스는 10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를 공중전화 일제 정비 기간으로 정해 각종 위생 관리 및 도색 등에 집중 투자하여 휴대전화 보급 이전의 옛 영광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하였다. 한편, 공중전화가 휴대전화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은데, 이에 관련된 향후 대책 등은 어떤 것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현재 지능형 공중전화의 개발이 진행 중에 있으며, 아직까지 개발 성과나 향후 파급 효과 등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게 이야기 해 줄 수는 없다며 함묵하기도 하였다. ■시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공중전화 사용 실태를 파악하던 중 흥미 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가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공중전화 박스를 찾지 못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공중전화를 두고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못해 너무나 당연한 모습으로까지 보여 졌다. 직장이 마포구인 양 모(31. 남)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기로 하였지만,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어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 무심결에 휴대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를 사용한 장소가 의식하지 못했던 공중전화 박스 바로 옆이었다는 것. 어째서 공중전화를 바로 옆에 두고도 휴대폰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동전이나 전화 카드도 없을뿐더러 굳이 요금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데, 찝찝한 공중전화를 사용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며 휴대전화를 사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시민(20대 추정. 남)은 “백 원짜리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불편한 일이기는 하지만. 한 통 걸고 나서 거스름돈으로 나오는 30원은 정말 처리 곤란하다.”고 요금 관련의 불편함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화카드를 구입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요즘도 전화카드 판매를 하느냐”며 “그것도 성가신 일이기는 하다. 만일 그렇게 꼼꼼하게 전화카드 사고, 동전 가지고 다니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휴대전화를 산 보람이 없지 않느냐.”고 말해 공중전화가 쇠퇴하고 있는 이유를 시민들 역시 휴대전화의 대중적 보급 때문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이 외에도, 공공시설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몇몇 시민들의 낮은 주인의식은 더럽고, 불결한 공중전화를 만들어 내어 다수의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는 주요 원인을 제공했으며, 갈수록 재정이 어려워지는 업체 또한 관리 인원을 줄여감으로써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추락하기만 하는 매출 실적 실제로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은 공중전화의 매출을 심각하게 저하 시켰는데, 2004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의 KT가 자체 조사한 공중전화 매출액을 보면 눈에 띠게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4년 1월 109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당해 3월에는 126억 원으로 잠시 매출 상승세를 타는 가 했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매출 실적이 줄어들어 10월에는 100억 원으로 떨어졌으며, 12월에는 77억 원까지 떨어졌다. 2005년 6월 현재는 74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이 같은 추세로 가다보면 공중전화가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기도 하였다. 한편, 2004년 말 기준으로 공중전화는 전국에 동전 및 카드, 카드와 동전 겸용 공중전화 등 모두 323,163대가 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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