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과의 평가전, 성공적인 데뷔작

지난 12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의 이란전은 새로 부임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매우 성공적인 데뷔전이었고 무척이나 인상적인 경기였다고 평가할 만 하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선수들의 능력과 특징, 포지션 등을 체크하고 포지션 경쟁을 유발시켰다. 아울러 데뷔전이라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 3-4-3 시스템, 후반 4-3-3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과감하게 전술시험을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란전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조련하에 남은 기간동안 충실히 준비한다면 한국이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갖게 한 일전이었다. ■ 이것이 ‘토탈 사커’이다 이제껏 많은 전문가들이 평가했듯이 이번 이란전의 가장 큰 특징은 좁은 공수간격과 강력한 압박이었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로 경기 주도권을 장악했고,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의 빠른 공수전환과 이른바 ‘토탈 사커’를 보여주었다. 특이할 만한 사실은 수비로 전환할 시 공격진과 미드필그, 수비라인, 즉 3라인간의 간격이 좁았고 선수간의 간격 역시 매우 좁게 유지가 되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평가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상대 플레이가 원활하게 흘러가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플레이가 매우 돋보였다. 일례로 수비시에는 공격수 1명만이 전방에 남는 5-4-1형태가 되었는데, 3톱의 양 윙 포워드인 박지성과 박주영이 수비쪽으로 많이 내려와 좁혀주는 등 압박 플레이에 적극 가담하면서 상대 플레이를 방해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플레이 역시 고무적이었다. 이동국의 경우 과거에는 수비에 적극적으로 치중하거나 양 측면으로 많이 빠져주는 등의 움직임이 그렇게 많이 않아 공격 패턴을 원할히 이끌지 못하는 면도 있었다. 그러나 어제 경기에서 이동국은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인식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특히 왼쪽 측면, 즉 박주영 쪽으로 많이 돌아나가면서 그 빈 공간을 박주영이 파고드는 모습이 좋았다는 평. 한 예로 전반에 이동국 왼쪽 측면으로 빠져주고 박중영이 파고들자 미드필드에서 조원희가 발 밑으로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연결시킨 장면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 짧은 기간동안에 이뤄낸 쾌거 기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시간은 4~5일에 불과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감독 데뷔전이라는 부담감까지 감안한다면 경기 도중에 3백에서 4백으로 이렇게 과감하게 전술운용을 한 점은 정말 놀라울 수밖에 없다. 감독의 용병술이라고 해야할까, 대범함, 실험정신이 느껴져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과거를 이야기해서 그렇지만, 본프레레 감독 시절 한국은 오로지 3-4-3 시스템 하나였다. 예전에도 밝혔듯이 상대에 따른 유연한 전술변화가 있어야 함에도 어느 경기에서든 시스템은 하나였던 것은 나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런 면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이러한 유연한 전술대처는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비록 짧은 훈련기간으로 인해 전술이 아주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을 감안한다면 포지션의 일치나 팀웍, 수비라인의 안정성 등에서 이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앞으로 더 많은 훈련을 통해 차근차근 조련해나갈 것을 생각하면 매우 고무적이다. 이제 시작인 만큼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고, 선수교체도 많았다. 이렇게 변화를 통해서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갔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속공을 비롯한 빠른 플레이와 수비전술 등 여러 면을 모두 테스트한 훌륭한 평가전이었다. ■ 신세대 대거 투입전 이번 이란전에서는 7명 정도의 젊은 세대 선수들이 투입됐다. 특히 전반 시작부터 조원희, 이호 등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들을 과감하게 투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선배들과의 포지션 경쟁을 시켰다는 점, 젊은 선수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기존의 능력있는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긴장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였다. 골을 넣으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조원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란의 키플레이어인 알리 카리미를 미드필드에서부터 적절하게 봉쇄한 이호의 플레이 역시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호는 국가대표팀 소집 자체가 처음인 선수였고,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 주눅 들지 않고 자기 몫을 해준 점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 지나친 의욕도 금물 이번 경기에서는 앞서 밝혔듯이 매우 만족스럽고 훌륭한 평가전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몇 가지 보완해야할 부분도 지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일단 첫 번째로 선수들의 의욕, 또는 새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겠다는 의욕이 너무 강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대부분의 선수들이 볼을 지나치게 치고 나오다가 상대에게 저지당하고, 여러 선수를 제치려다가 시간을 소모하고 그에 따라 상대 수비가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 여러 번 눈에 띄었다. 선수들이 욕심을 갖고 치고 나올 것이 아니라 빨리 주변을 살피고, 볼을 컨트롤해서 연결해주는 속공패스가 더 바람직했다. 한쪽 구역에서 원터치, 투터치로 볼을 운반한 뒤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크로스 등을 통해 보다 빠른 공격전개를 할 필요도 있었다. 또한 수비 진영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향해 롱킥으로 연결하는 패스가 간혹 나왔다. 롱킥이라도 정확한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내차버리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이것은 50:50 확률의 경쟁이다. 좀 더 미드필드를 거치는 정교하고 세밀한 패스, 즉 머리 위보다는 발 밑으로 연결해주는 패스가 우리가 볼 소유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이것은 간혹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또한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를 거의 완벽하게 해나가면서 빠른 속공플레이로 이어지는 플레이가 주로 많이 나왔는데, 이에 반해 상대가 수비 전열을 다 갖췄을 때 우리가 지공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지공시에는 미드필드에서 경기 완급을 조절하면서 공격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런 완급조절을 통한 완성된 그림을 그리는 부분이 조금 아쉽지 않았나 싶다. ■ 박지성은 부담감을 떨쳐야 할 것 어제 경기 후에 박지성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이것은 박지성 특유의 겸손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제 플레이에 대해 순수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은 부담이 많아 보였다. 축구 본고장 잉글랜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국민들의 대단한 관심을 받았고, 잉글랜드에서 했던 만큼 여기서도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물론 몇 번의 좋은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만들었고, 수비 가담 역시 적극적으로 해주면서 제 역할을 해줬지만, 한편으로는 앞서 말한 부담감으로 인해 볼을 너무 많이 치고 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 대한민국 축구, 청신호 켜다!!! 이번 경기에서 이란의 플레이를 보면 특별히 컨디션이 나빴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전략-전술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코칭스태프에서 상대 전술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란은 기본적으로 신체조건이 좋고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지만, 한국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피파랭킹에서도 한국보다 앞서 있으며 아시아 최강을 놓고 한국과 다투는 강팀이었지만, 한국의 압박 플레이는 이란을 무력화시켰다. 개인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었지만, 여러 명이 에워싸는 강력한 압박에 속수무책이었고, 결국 그들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위력적인 고공플레이도 없었다. 또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이란의 키플레이어는 역시 알리 카리미라고 할 수 있는데,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 폭넓게 움직이는 알리 카리미를 이호가 미드필드부터 매우 훌륭하게 제어했다. 이번 경기에서 알리 카리미의 모습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은 이유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어쨌든 아드보카트 감독의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독이 등 성배’라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사령탑. 여러 가지 힘든 여정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위원회와 많은 축구인들은 충분히 성장했을 것이라 본다. 또한 이번에 새로 영입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좋은 역량을 보여준 만큼 대한민국 축구의 앞날에 청신호도 켜진 것이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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