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데이! 나름의 문화인가, 상술인가

10월 14일 금요일. 또 14일이다. 매 달 한번 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14일 도대체 누가 이런 날들을 만들어 놓은 것인지 기발하다 못해 조금은 쌩뚱맞다는 생각까지 든다. 원래 매월 14일마다 찾아오는 이벤트데이들의 시초는 2월 달에 있는 발렌타인데이였다. 발렌타인데이 역시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몇 가지 전해지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그 기원은 대략 이렇다. 고대 로마 시대 때는 연애결혼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사랑하면서도 결혼을 할 수 없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기 2백 70년 2월 14일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을 도와주다가 고대 로마의 사제 발렌타인은 이교도들의 박해를 받고 순직을 하였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을 후대 사람들이 안타깝게 여겨 발렌타인을 기리는 날을 만들었는데, 그 것이 바로 발렌타인데이가 되었다는 것이 하나의 기원이다. 또한 이런 설과 더불어 1477년 2월 14일에는 영국의 마거리와 부르스라는 시골 처녀가 짝사랑하는 존 패스턴이라는 젊은이에게 구애의 편지를 보냈는데, 존 패스턴이 그 마음을 받아들여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함께 기쁨을 느낀 많은 젊은이들이 이 날을 의미 있는 날로 여기며 축제처럼 즐겨 오늘날과 같은 이벤트데이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연인과 가족간에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카드나 편지를 보내는 풍습이었던 발렌타인데이는 20세기 들어서는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변화되어왔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이 좋은 풍습에 덧붙여 생겨난 화이트데이(3월 14일)나 그 밖의 수 없이 많은 ‘14일의 날’들은 모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우리나라에서만 상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렇게 상술에 의해 생겨난 ‘날’들이 결국 일년 내내 이어지면서 매 월 한 차례씩의 이벤트 날짜가 생겨났다. 연인들에게 있어서는 한 달에 한번쯤 사랑을 표현하고 고백하는 좋은 기회들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도가 지나쳐 보이는 상품 회사들의 상업적 목적은 어쩐지 순수하기만 할 것 같은 사랑을 상술에 의해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찜찜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홍대 앞 거리에서 자신을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이모(28. 남)씨는 “지금은 애인이 없지만, 애인이 있었을 때는 달 별로 이 것 챙기랴, 저것 챙기랴 너무 피곤했다.”며 “여자들은 그런걸 뭐 그렇게 연연해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이벤트데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이씨의 대답에 대해 지켜보던 몇 명의 여성들은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러면 평생을 가도 연애하기 힘들 것”이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이벤트데이를 바라보는 남녀간의 시각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이벤트데이는 1월 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4월 14일 블랙데이, 5월 14일 옐로우&로즈데이, 6월 14일 키스데이, 7월 14일 실버데이, 8월 14일 그린데이, 9월 14일 뮤직&포토데이, 10월 14일 와인데이, 11월 14일 오렌지&무비데이. 12월 14일 허그(Hug)&머니(money)데이로 이어진다. 10월 14일 와인데이에 맞춰 그동안 판매 실적이 부진했던 와인 업계들은 대대적인 홍보와 이벤트로 판매 실적을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들의 이 같은 활동이 지나치게 상술화 되어 판매에만 치중해 애초에 지녔던 소중한 사랑의 메신저 역할에 있어서 의미가 퇴색되어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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