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산적' 현대차 vs '잇단 희소식' 현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희비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노조파업과 세무조사 등 연일 비보가 나오고 있는 반면, 현대는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과 현대상선 실적개선 등 연일 희소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수씨는 눈물로 한숨짓고 시형은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표정이 엇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간 갈등의 골이 깊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명암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갈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시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외조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7개월이 된 시점, 현대차와 현대를 둘러싼 제반 상황을 담았다.

현대차, 노조파업·누수차량 논란에 세무조사까지
현대, 현대상선 실적개선과 남북화해 무드 '행복'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좌)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뉴시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말 현대차에 세무조사 예고통지서를 발송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조만간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2~3팀의 조사인력을 투입해 3개월간 세무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현대차도 관련서류를 준비하는 등 세무조사를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첩첩산중' 현대차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현대차는 마지막 세무조사가 2007년인 만큼 정기조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도 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5년마다 진행되고, 지난해 기아차와 르노삼성, 올해 초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연달아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 맞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현대차가 노조파업으로 국내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가 현대차에게 상당한 경영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20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과 성과급 인상 등 사측과의 이견 차로 파업에 돌입했는데,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3일까지 4만2675대(8713억원)였다.

세무조사 이후 추징금 부과로 인한 현대차의 추가 비용부담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현대차는 2005년과 2007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2005년 세무조사에서 현대차가 부과받은 세금만 1961억원. 현대차 매출이 2005~2012년, 27조원에서 43조원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징금이 부과될 경우 그 규모는 수천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문제는 지난달 말 국세청에서 100대 기업 임직원들과 사적만남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고, 정부에서도 세수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세무조사 결과가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현대차 세무조사도 강도높게 진행돼 추징금이 상당량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최근 수(水)타페, 수(水)반떼 등 누수논란에 휩싸이며 이미지 실추를 겪기도 했다. 현대차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초반에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견지하다 논란이 증폭되자 누수차량에 대한 보증수리 기간연장, 평생보증 카드를 잇달아 내밀었다.

하지만 다수 소비자들은 리콜이 아닌 평생보증은 근원적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수백건의 신고를 접수한 국토교통부도 누수차량으로 지목된 싼타페에 대한 본조사에 돌입, 10월까지 리콜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는 이와 별개로 그랜저(HG), 아반떼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할지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차량품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터널은 끝이 있다' 현대

반면 현대는 최근 웃음꽃이 만개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실적개선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8332억원, 당기순이익 31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흑자전환은 2010년 1분기 이후 처음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손절매와 저가선박 확보 등 손실을 최소화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상선의 실적개선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3·4분기는 미주·유럽 노선의 크리스마스 선물 운송작업이 시작돼 컨테이너 물량이 많은데다, 컨테이너 운임까지 지난 7월부터 매월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연구원은 "3·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소석률 및 운임의 큰 폭 하락이 없다면 지난해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도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 현대건설은 7월 말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채권단에 납부한 계약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2388억원(이자포함)을 돌려받게 됐다. 지난달 말에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1월 유상증자(2400억원 규모)를 단행하겠다고 공시했고, 해외 컨테이너 운임을 담보로 영국 HSBC은행으로부터 1억4000만달러(약 1563억원)를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여기다 이달 초 정부가 지원하는 회사채 차환지원을 신청, 10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2800억원을 정부지원으로 해결할 수도 있게 됐다. 정부가 17일 개최하는 차환발행심사위원회에서 차환발행이 결정되면, 현대상선은 2800억원의 80%인 224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자금난 해결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현대상선 주가는 지난 5월 최저점(9200원)을 찍은 이후 3일 1만9850원을 기록,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상선의 주가상승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금융회사들과 현대상선의 주식을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에는 현대상선 주가가 금융회사들의 주식 매입가보다 낮으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들에게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옵션이 붙어있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주가하락으로 수천억원대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한 탓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아울러 남북화해 무드도 현대의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합의한 데 이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추진하는 등 남북경협이 재개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대북사업 중단으로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아산에게 남북의 경제협력 의지는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현대아산은 1999년 대북사업 전담법인으로 설립돼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다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전면중단되면서 재무악화를 겪었다. 사업중단 직전인 2007년 현대아산 실적이 매출 2555억원, 당기순이익 16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 1469억원, 당기순손실 142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관광부문 매출은 1140억원에서 46억원으로 급감, 대북사업이 재개될 경우 현대아산의 매출은 최소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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