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으로 음악 즐긴다면 ‘소음성 난청’ 주의해야

▲ 김석대 (신경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성로요양병원
가끔 엉뚱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보지 못하는 것과 듣지 못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불편할까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오감 중에서도 시각과 청각이 가장 중요할 것인데 그중에서도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각을 자극하여 감동을 주는 예술은 미술이고 청각을 자극하는 예술은 음악이다. 시각과 청각사이에서 우열을 매긴다는 것은 미술과 음악 중에 무엇이 더 훌륭한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이다. 굳이 우열을 따지라고 한다면 나는 청각이 더 중요하다는 편에 한 표를 던지겠다.
 
이유인 즉 이렇다. TV방송을 보면서 소리를 꺼 놓으면 전혀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러나 화면은 죽여 놓고 소리만 들리게 하면 대충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소리 없는 TV를 보고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워도, 화면없는 라디오 뉴스나 드라마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청각이 시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전달된다. 공기가 1초에 몇 번 진동하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을 주파수라고 하고 헤르츠(Hz)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500에서 4000사이인데, 1초에 500번에서 4000번 진동하는 공기의 진동이 귀로 들어가서 고막을 흔들면, 귀 속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털세포가 이를 알아듣는다. 주파수가 낮으면 낮은 음으로 들리고 높으면 높은 음으로 들린다.
 
첼로는 바이올린보다 주파수가 낮고, 콘트라베이스는 첼로보다도 낮다. 소프라노는 알토보다 주파수가 높고, 남자는 여자보다 주파수가 낮다. 초음파라는 것이 있다. 1초에 4000번 이상 혹은 500번 이하로 진동하기 때문에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말한다.
 
전파는 음파보다 훨씬 주파수가 높아서 800 kHz라면 1초에 800,000번 진동하는 것을 말한다. 1mega Hz1초에 백만 번을 진동한다는 뜻이니 어마어마한 주파수이다. 물론 사람은 전파를 들을 수 없다.
 
나이가 들면 귀가 어두워진다. 그런데 귀가 어두워진다는 것을 아주 나빠지기 전에는 자기 자신은 모른다. 그리고 남이 얘기를 분명치 않게 얼버무린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남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말소리가 유난히 크다든지, TV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본다면 우선 청각장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청각이 둔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소리를 감지하는 털세포가 줄어들거나 신경이 퇴화되어 둔해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또 동맥 경화나 고막 경화같은 노인성 변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귀마개를 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은 소음성 난청에 잘 걸린다.
 
헤드폰의 볼륨을 잔뜩 키워놓고 거리를 다니는 젊은이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대화가 가능한 고성능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전자음악에 익숙한 젊은이들 역시 소음성 난청에 잘 걸린다.
 
난청은 한번 생기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은 귀마개를 하고 일하는데, 귀마개 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뻐기는 사람들, 헤드폰의 최고 볼륨을 즐기는 젊은이들은 오래지 않아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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