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안보불안 제거가 통합 바탕"

대통령은 유럽통합 동력을 경제통합 필요성에 한정하지 않고 평화체제 구축의 절박함에서 찾았다. 28일 동북아시대위원회(위원장 이수훈) 주최로 열린 국정과제회의(66회)에서는 ‘동북아공동체 형성에 주는 유럽통합 사례의 시사점’을 주제로 2시간여 열띤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이 착목한 대목은 평화체제와 안보통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통합과정의 핵심적 동력은 무엇인가” 자문하면서 “경제인가, 안보인가 말하자면 경제인가, 평화인가 했을 때 제 추론은 평화에 대한 염원이 기본이자 핵심”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경제를 통해 통합이 구체화됐으나 출발은 평화였고, 평화체제 구축이 한꺼번에 달성될 문제가 아닌 까닭에 경제부터 시작해 심화·확대 과정을 밟았다는 지적이었다.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결성을 모태로 경제통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뒤 이를 정치, 사회, 문화, 안보분야로 확대해온 ‘EU통합의 제도화 경험’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에서 대통령의 추론은 다소 ‘엉뚱한 관점’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토론자료 역시 유럽통합은 석탄·철강 등 특정 경제분야의 ECSC→경제 전 분야의 EEC(유럽경제공동체, 1957년)→관세동맹에 기초한 비정치적 분야의 EC(유럽공동체, 1967년)→정치안보,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EU(유럽연합 1993년)로 점차 확산되는 ‘기능주의적 통합’ 과정을 주목했다. 대통령은 말을 이었다. “경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만 그 바탕에는 생존의 전략, 생존이 위협받는 안보불안을 제거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가 아니었을까?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출범도 같은 맥락 아니었을까? 전략은 경제에서 나오더라도 비전은 항상 평화에 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평화적 아젠다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제 추론이자 가설인데 한번 연구해 볼 과제가 아닐까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이 답변에 나섰다. 그는 KIEP의 유럽통합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출범 당시 ‘탱크를 만들려면 쇠가, 탱크를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유럽에서 파시즘이 재등장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석탄과 철강을 공동관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던 것”이라면서 “유럽통합 동력을 따지자면, 겉은 경제였지만 결국 안보공동체(평화체제)가 가장 중요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동북아 정치지형은 숱한 잠재적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북핵문제, 양안위기, 영토분쟁, 과거사,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 등등을 감안한다면 평화와 화해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에도 전쟁반대와 평화에 대한 강렬한 염원이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동북아공동체 구상을 노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긴요한 생존전략”이라고 규정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외교, 통일, 국방, 산업자원부 장관이 참가해 동북아공동체 실현을 위한 행동계획을 밝혔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통일연구원장, 국방연구원장, 세종연구원장, 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등이 ‘무엇부터 할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금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한 회의 가운데 가장 공부를 많이 했다”는 말로 유익한 회의결과에 만족함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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