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때 휴대전화 불법 감청" 논란

국민의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불법감청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국가정보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DJ정부 시절 통상 4개원 단위로 국정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휴대전화 감청 승인서를 받았다”고 주장해 불법도청 파장이 새로운 국면을 맡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이 감청은 법에 따라 대통령 승인을 받지만 승인 요구서에 장비명, 전화번호 등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국정원이 무차별적인 도청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DJ정부 시절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도청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 DJ 도청 알고 있었나? 우선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국정원이 휴대전화 유선중계망 감청기인 R-2를 사용하며 광화문·구로·혜화 전화국의 휴대전화 통화와 유선전화가 연결되는 중계접속지점을 통해 감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정원이 KT 측에 대통령 승인서 사본을 제출한 뒤 해당 유선중계망 회선에 접속, 국정원 내부의 감청장치까지 연결하고 직접 감청 대상 번호를 입력했다"며 "대통령도 휴대전화 도청을 알았을 수 있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국가 안보 목적의 감청은 법에 따라 대통령 승인을 받지만 승인 요구서에 장비명.전화번호 등은 적지 않는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당시 승인서는 남아있지 않지만 국정원이 보여준 지난해 대통령 승인서에도 단체.사람 이름만 적혀있다"며 "국정원이 얼마든지 멋대로 불법 감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2는 휴대전화의 유선 중계구간에서 감청을 하는 장비로 국정원이 6세트를 자체 제작해 1998년 5월~2002년 3월 사용한 뒤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장비 폐기 당시 사진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또 "김은성 전 차장이 호텔 안가로 정치인들을 불러 불법 도청 자료를 가지고 '군기 잡기'를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질의했다. 국정원 측은 "전직 직원 조사권이 없어 김 전 차장을 조사하지 못해 모른다"고 답했다. 게다가 권 의원측은 "국정원이 경찰, 기무사, 정보사 등 각 정보기관의 정보제한조치 요구서를 취합해 국정원장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고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이 같은 권 의원의 주장은 국정원장이 김 전 대통령을 주기적으로 만나 감청 승인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것과 이를 통해 감청 사실을 김 전 대통령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케한다. 권 의원은 "국정원의 답변대로라면 휴대폰 전화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고, 대통령도 휴대폰 도청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정원이 2002년 3월까지 휴대전화 감청을 인정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인지 가능성은 부정해왔던 것을 뒤엎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DJ 불만 품은 세력 소행? 하지만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정작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김영삼 정권 시절 문제는 철저히 사장시키고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DJ 시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2002년 당시 국정원 일부 직원이 한나라당에 도청자료를 유출한 것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같은 당 장영달 의원도 “당시 도청을 근절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어긴 것은 지휘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일부 직원에 의한 도청이었음을 강조했다. 대검 국감에서도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충격적인 DJ 정권의 도청 혐의에 대해 검찰이 이미 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검찰은 국정원과 교감을 통해 ‘짜고 치는 고스톱’식 수사를 하지 말라”고 검찰 수뇌부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야당은 검찰이 한계를 두고 수사한다지만 오히려 검찰이 특정 목적을 겨냥해 수사한다는 의심이 든다”며 “마치 DJ 시절 도청이 시작돼 기승을 부렸다는 식으로 검찰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세력이 불법감청을 계속했을 가능성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여야 의원들은 274개의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에 조속히 착수하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도청 내용수사를 도대체 하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고 다그친 뒤 “검찰이 안 하겠다고 하면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DJ측은 국정원의 도청 관련 의혹과 관련 "터무니 없는 얘기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차장 재임시 국정원장을 역임한 신 건, 임동원 전 원장도 김 전 차장이 `국정원장 지시로 도청했다'고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휴대폰 감청 사전 인지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재임중은 물론, 최근까지도 휴대폰은 도.감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권 의원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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