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대 (신경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성로요양병원

내가 일하는 병원 마당에 블록을 쌓고 슬레이트를 얹어 흡연실을 만들었다. 요즘은 흡연실에 관한 법률이 많이 까다로워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물 안에 일정 구역을 정해서 흡연실을 따로 만들면 됐는데, 지금은 건물 안에는 흡연실을 두지 못한다.

건물 밖에 그것도 10m이상 떨어진 곳에 둬야 한다. 그래서 급하게 블록을 쌓아 흡연실을 만들고, 아예 한 아름 넘는 커다란 항아리에 모래를 담아 재떨이로 두었다.
 
아침에 비가 왔다. 출근하는 길에 내 앞으로 한 아주머니 환자가 한손에 소변빽을 들고 한손엔 라이터를 들고 정원을 가로질러 흡연실로 가고 있었다.
 
옆에서 간병하는 이가 우산을 받쳐 들고 따라간다. 소변을 보지 못하여 튜브를 통해 소변을 빼내는 그 아주머니는 힘든 발걸음을 떼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간병인을 대동한 채, 걸어가고 있었다. 환의가 비에 젖어도 담배는 피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응접실 탁자에는 으레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 꺼내기 어려운 대화를 하려면 먼저 담배부터 한 대 빼 물고 얘기를 시작하던 것이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거행할 때만 해도 진찰실 책상위에 재떨이가 놓여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의사가 진찰실에서 환자와 마주앉아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얘기만큼이나 먼 나라 얘기인데 그때는 분명히 그랬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소변빽을 들고 빗속을 뚫고 흡연실로 가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담배중독이 참으로 끈질기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금연은 정말 어렵다.
 
담배가 중독물질이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의 20%가 성공하고 나머지는 다시 피우게 된다고 한다. 한때는 담배를 끊는 사람은 지독한 사람이니 상대하지 말라는 경고가 유행하던 적도 있었다.
 
요즘은 금연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지금도 그랬다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담배를 끊는 방법은 참 쉽다. 담배를 입에 물지 않으면 된다. 담배를 끊게 해준다는 약, 모조담배, 패취 같은 것들이 시중에 많이 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담배를 정말로 끊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금연을 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첫걸음이다.
 
금연에 실패했을 경우에 체면이 구겨질 것을 염려하여 조용히 끊으려고 한다면 이미 실패를 전제로 시작하는 일이다. 실패를 약속하고 시작하는 일이 제대로 성공할 리가 없다. 금연에 성공하려면 세 번의 고비를 넘기면 된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첫 번째 고비는 금연 이틀째다. 두 번째 고비는 2주 째, 그리고 2달 쯤 지나 또 고비가 온다. 대부분의 경우 2주 만 넘기면 거의 성공한다.
 
두어 달 지나면 드디어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마음이 해이해지는 경우인데 이를 알고 있으면 견디기 쉽다. 보름만 지나면 참는 괴로움은 훨씬 줄어든다.
 
바로 지금이 금연을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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