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축구’위해서는 싸움닭 키우기가 급선무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새 사령탑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세우는 자신만의 축구철학은 바로 강한 ‘압박 축구’이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90분동안 한 선수가 200번의 압박을 해야 한다"는 히딩크 감독과 궤를 같이한다. 코엘류-본프레레 감독을 거치는 동안 한국축구 특유의 끈끈함을 잃어버린 시점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의지는 기대를 모은다. 과연 그가 표방한 압박축구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선수들의 강철같은 체력과 투지, 그리고 탄탄한 조직력도 꼽을 수 있지만 '싸움 닭' 육성도 빼놓을 수 없다. 발 빠른 기동력, 경기를 보는 탁월한 시야, 저돌적인 움직임 등 파워넘치는 플레이로 상대 스트라이커의 예봉을 무력화하는 한편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진공청소기' 김남일(수원 삼성)이 좋은 예다. 당시 그는 월드컵 전에 열린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세계적인 스타 지네딘 지단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투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나중에 그는 지단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월급에서 치료비를 까라"는 두둑한 배짱도 과시했다. 감독의 입장에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싸움 닭'의 전형인 셈이다. 김남일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후 이같은 역할을 수행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어려운 고비에서 '싸움 닭'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훌륭한 카드임에도 태극호는 지나쳤다. 이런 측면에서 1기 아드보카트 멤버에서 주의깊에 지켜봐야 할 선수들이 있다. 바로 이호(울산 현대)와 조원희(수원 삼성)이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이호는 기동력과 투지, 헤딩력과 체력 등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많은 장점을 가져 '싸움 닭'의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또한 승부근성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시즌 상무를 제대하고 수원에서 뛰고 있는 조원희 역시 기동력은 물론 터프한 플레이와 투쟁심 등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뛰어나다. 지난 8월 남북통일축구대회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재신임을 받았다. 압박축구의 구심점이 될 '싸움 닭'을 키우기 위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은 오늘도 번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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