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우먼파워 100인〉(8) - 「성악가 고진영」편

예술의 피가 겉모습에서부터 풍겨나오는 성악가 고진영씨는 가수 김건모를 능가(?)하는 까무잡잡한 피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연습장을 향하는 발걸음에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한 성악가 고진영씨는 음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음악은 곧 생활이다'를 몸소 실천하는 그는 무대 위에서 편안한 상태로 최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한다. 피아노 앞에 모인 50여명의 학생들은 성악가 고진영씨가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 연주반 교사직을 내놓은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지도에 열심이었다. 학생들의 하모니는 넓은 공연장의 허공을 가득 메웠고, 그의 모습을 닮은 학생들의 얼굴엔 최대한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듯 보였다.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과 인연과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13년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지 5년이 됐다. 귀국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기회가 닿아 연주반(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을 맡게 됐다.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이다 보니 변성기가 찾아오는 학생들이 꽤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바로 잡아주며, 무대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등 모든 관리를 해 왔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체적으로 성악가는 무대 위에서 혼자 성악을 부른다. 그런데 며칠 전 '얌모얌모 콘서트'(연출 전유성)는 색달랐다. 여러 명의 성악가들이 모여앉아 성우 박일씨의 설명에 맞춰 공연에 들어갔다. 그리고 성악가들이 부른 노래에 대해 관객들이 질문, 답변하는 시간을 가지도 했다. 기존 음악회와는 다른 코믹적 요소가 배가되어 참석한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즐기는 콘서트가 됐다. ―'성악'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매니아층의 문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음악하는 사람들 또한 대중 곁으로 가야함을 느낀다. 하지만 대중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너무 멀리서만 보지 말고 가까운 콘서트, 음악회에 자주 참석해 성악가와 음악적 느낌을 함께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클래식이 어려운 음악이다 보니까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엔 한계와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대중과 가깝게 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인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듯이 관객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줬으면 한다. ― 팝소리, 팝페라 등 퓨전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고전음악은 국악과 오폐라처럼 팝(현대음악)과의 접목이 쉽지 않다. 팝페라 같은 음악은 특정 음색에만 가능하게 돼 있으며, 고전 음악을 하는 분들이 이같이 대중성 띄는 음악에 매달리다 보면 고전음악으로 돌아오기가 힘들다. 성악가는 '소리' 자체에 우선을 두고 있다. 성악가가 고전 음악이 다른 형태의 음악을 하게 되면 소리가 망가지는 단점 때문에 선호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 외국의 차이가 있다면 ▲외국은 나이, 학력을 떠나 '실력'을 중시하는 데 반해 한국은 '증'을 중요시한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막막해 질 때가 온다'라는 불안감에 대학의 교수직을 선호한다. 성악가 교수인 남편을 곁에서 보면 업무가 많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연구,개발할 시간이 부족하다. 한국의 공연장이 좋다졌다고는 하나 성악가를 위한 배려는 외국보다 못하다. 성악가들이 목을 열고 노래하다 보면 목이 쉽게 피로해진다. 좋은 목소리를 갖고 계신 분들은 아껴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미래의 성악가가 될 후배들에게 ▲모든 지 때가 있다. 배워할 때는 배워야 한다. 음악에도 표현방법이 있다. 악보에 그려져 있는 것은 음정, 박자, 가사이다. 성악가는 작곡가가 오선지 위에 그려넣은 악보를 가지고 관객의 가슴에 감동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만큼 많이 연구를 해야 한다. 너무 짧게 보지 말고 음악이 원숙해질 때까지 자꾸 공부하면서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개인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자기가 공부하는 것에 국한되지 말고 좀더 폭넓게 공부해 그 이상으로 표현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계속 음악가로 활동할 것이다. 지금 제가 기획하고 있는 것은 두 번째 음반 작업 준비 중이다. 그리고 올 여름에는 빈국립대학 교수님 모셔와서 성악캠프 주최하고 있다. *약력 서울예고 졸업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립콘서바토리 성악과, 오페라과 졸업 월음 콩쿨 1등, 음협 콩쿨 2등 등 다수의 국내 콩쿨 입상 독창회 2회(비엔나 뵈젠도르프 홀, 부산 MBC방송국 초청 독창회) 오페라 "마적, 헨젤과 그레텔, 꼬지 판 뚜떼, 피가로의 결혼" 등 주연 출연 서울 팝스오케스트라, 고려교향악단, 서울 챔버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서울 음악제, 청소년음악회, 모차르트의 밤, 신춘음악회, 일본초청순회공연 및 국내외 연주 다수 출연 현,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 전임성악, 서울종합예술원, 계원예고, 덕원예고 출강, 과천교회 솔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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