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분리설·위장계열사 의혹에 곤욕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의 체제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한섬 인수를 계기로 ‘그룹 계열사 분리’라는 기류가 미묘하게 포착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한섬 인수는 ‘위장계열사 의혹’이라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속사정을 알아봤다.

현대백화점, 지난해 ‘한섬 인수’로 공격경영 결실
지분관계 정리 안했기 때문? 계열사 분리설 ‘모락’
논란의 중심 한섬피앤디…정 전 대표, 활발한 사업
특수관계인 탓 정지선 회장, 공정위 조사 받을수도 

▲ 현대백화점 전경 ⓒ시사포커스

현대百, 보수적 기조

그동안 현대백화점은 라이벌인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내·외 매장확대에 심혈을 기울인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매장확대에 소극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마트와 이마트라는 대형마트의 물꼬를 틀기도 했다. 이들은 대형마트 진출로 백화점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고객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고, 종전보다 수익이 늘어나면서 재계에서 확고한 위치까지 다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03년 부천 중동점 이후 2010년 상반기까지 백화점 신규출점을 하지 않았는데,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에 대해 “경영과 투자면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백화점 자체의 이미지를 고급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해 신뢰를 다잡는 데는 유리하지만 자칫 정체돼 보이는 부정적 인상을 심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평가를 의식한 탓인지 현대백화점그룹은 2010년 무렵부터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지선 회장은 당시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대형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모 확대’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다만 경쟁사처럼 마트 등 연관 사업을 확대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 사업을 전개해왔다. 백화점 매장확대와 현대홈쇼핑 운영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상당수 재계 인사들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때로 ‘2012년 2월 한섬 인수’를 꼽는다.

계열분리설 나온 이유

정 회장은 한섬을 인수하며 “그룹 내 패션사업의 입지를 한층 다지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는데, 한섬과 해외브랜드 수입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 ‘올라카일리’, ‘주씨꾸뛰르’ 등의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섬이 유망한 해외 패션 브랜드를 발굴한 뒤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며 “한섬이 수입한 브랜드의 매장·유통망과 마케팅 플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한섬 인수와 관련해 “현대백화점의 한섬 인수가 뜻하지 않게 ‘계열분리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을 인수하면서 정재봉 전 대표이사와의 지분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현대홈쇼핑그룹은 한섬 지분 가운데 34.64%를 취득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한섬 관련 경영권이 정 회장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 회장과 정 전 대표이사 간 특수관계인 관계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한섬 계열사 한섬피앤디에서 초래된 관심으로 현재 한섬피앤디의 최대주주는 지분 66.2%를 보유하고 있는 한섬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섬이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돼 경영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한섬피앤디 경영진은 정 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정 전 대표이사 측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그룹 총수나 특수관계인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일 경우에는 계열사에 편입시켜야 하는데 그럴 경우, 계열사에 등기된 임원은 그룹 총수와 특수관계인이 된다.

이에 따라 정 전 대표이사도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 관계가 되며, 정 전 대표이사가 소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도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가 돼야한다. 정 전 대표이사가 현재 개인회사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사우스케이프와 한섬커뮤니케이션도 정 회장의 지배력은 미치지 않지만 엄연히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돼있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뉴시스

공정위 조사받을 수도

문제로 떠오른 곳은 한섬피앤디다. 현재 정 전 대표이사는 한섬피앤디를 중심으로 부동산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한섬을 인수한 뒤 정 전 대표이사와 연결된 회사들과 지분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전체 지배구조가 ‘한 지붕 안에 두 가족’ 모양새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과 정 전 대표이사 간 계열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로 독립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공정거래법 측면에서 보면 두 사람 사이 특수관계인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이중적 관계는 자칫 양측 간 사업을 독립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가 상호간 건전성을 해치는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정 전 대표이사의 개인회사에서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는 상호출자·채무보증 등이 발생할 경우 정 회장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이 사실상 위장계열사를 차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정 전 대표이사 측 개인회사가 위장계열사로 확인된 지 6개월 만에 다시 잠복해있던 개인회사가 확인되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어 향후 정 회장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우스케이프와 관련해 행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케이프는 정 전 대표이사가 92.9%의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개발업체다. “정 회장이 위장계열사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공정위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에 힘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이사 측이 개인회사를 설립한 것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해명한 뒤, “계열분리를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온갖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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