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복지예산’ 줄이고 ‘치적예산’은 그대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무상급식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된 공방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예산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거론해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도의 무상급식 예산삭감과 관련, 논란을 짚어봤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키로 했다. ⓒ경기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급식비 삭감’…비난여론 거세
경기도·도의회·도교육청 ‘무상급식’관련 갈등 확산
급식예산 삭감, “재정난 불가피” vs “정치적 의도”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중단키로 발표했다. 경기도가 내세운 이유는 취득세율 인하 등에 따른 세수 감소 때문이라는 것.

경기도는 중앙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려는 부동산 취득세 인하계획이 실현된다면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해마다 76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거기에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영유아 무상보육비 지원 등 복지 사업도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경기도 김동근 기획조장실장은 “지금은 무상급식이 옳으냐 아니냐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지원여력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이러한 방침은 지난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민투표와 연관돼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간 치열한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무상급식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논란은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무상급식 관련 예산 삭감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1420억원을 들여 대규모 문화공연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 △ 김 지사가 무상급식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은 대권행보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다.

▲ 매년 70억 원 이상 투입된 ‘경기국제보트쇼’는 예산을 낭비하는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2012 경기국제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개막식. ⓒ뉴시스

재정난에 따른 고육지책?

경기도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은 삭감하면서 김 지사의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다른 예산은 펑펑 쓰고 있어 반발이 일고 있다.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경기도는 1420억원을 들여 대규모 문화공연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의전당은 건축연면적 18만2,160㎡로 기존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의 1.8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의 1.5배 규모다. 1,500석 규모의 메인홀과 100∼300석의 어린이극장, 청소년미디어센터, 갤러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아이들 밥 값까지 깎는 경기도가 문화의전당을 광교로 옮긴다는 발상에 대해 납득이 안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도내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건축비 등을 조달하면 재정부담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건립 여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비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행사 이틀 동안 113억원이 투입된 ‘경기국제보트쇼’도 거론됐다. 이 사업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예산을 낭비하는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이어서 해마다 예산이 투입됐다. 더구나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경기도 내 시군들이 공무원들을 버스에 태워 관람객으로 보내는 등 실적과시에 매달렸던 대표적 사업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국제요트대회를 열기 위해 이틀간 113억원이나 사용한 경기도가 아이들 밥값을 줄 수 없다고 하면 동의해 줄 도민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김 지사가 1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GTX(수도권급행철도) 사업은 표류하고 있으며 경인운하는 하루 몇 척의 배가 오가며 관리비만 축내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예산 삭감 역시 불요불급한 김 지사의 시책사업 등 전시성사업 예산 삭감이 우선”이라며 경기도를 압박했다.

▲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원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삭감을 정치철학적 문제로 진단했다. ⓒ뉴시스

정치적 의도가 있다?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다른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강득구 의원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삭감을 정치철학적 문제로 진단했다.

강 의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정여건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동의한다”며 “그럴수록 세출삭감이라는 큰 방향, 원칙을 우선 정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전시성 사업 이런 큰 틀에 대한 그런 원칙들을 정한 다음에 각론으로 가야 되는데, 그런 총론과 각론에 대한 입장은 없고 예를 들면 무상급식이 재정악화의 가장 큰 원인인 양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는 그 예로 경기도와 재정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인천시를 예로 들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지키겠다고 했다”며 “결국 김문수 지사가 무상급식을 바라보는 입장, 큰 틀에서 김문수 지사의 철학의 문제이지 예산과 철학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강 의원의 주장은 재정적 우선순위에서 하기 싫은 것부터 삭제하겠다는 논리로 가치철학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재정적 압박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고 했으나 무상급식 관련 부서인 평생교육국은 예산 삭감 계획에 대해 언질조차 못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정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의혹의 기저에는 김 지사의 정치적 포지션과 관련돼 있어 보인다.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대선주자로서 이중적 역할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김 지사의도지사 3선 출마가 불투명한 상항에서 김 지사의 무상급식 예산삭감이 김 지사의 향후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다.

실제 김 지사는 새누리당내에서 경쟁력 있는 차기 대권 후부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내 인기도는 높지 않다. 이는 김 지사의 노동운동 전력이 당내 보수층의 규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무상급식 예산 삭감카드를 꺼낸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진 민주당 경기도당 수석대변인도 “경기도 전체예산의 0.5%정도인 무상급식 지원예산을 우선 줄여야 하겠다는 것은 이제 김문수 도지사 임기 8년 마치고 대권프로젝트에서 보수층을 안고 가겠다는 얄팍한 정치술수”라고 지적했다.

▲ 19일 경기 수원 경기도의회 앞에서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 운동본부가 ‘친환경무상급식 예산 삭감하는 김문수 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친환경무상급식예산 860억원 원상복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급식비 삭감’…비난여론 거세

무상 급식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해 가장 반발이 크게 일고 있는 곳은 경기도 교육청이다. 무상급식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김 지사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사안이다. 도교육청은 2013년도 무상급식 예산 총 7131억8000만원중 57.3%를 부담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1조500억원이 넘는 재정 결함에 대한 자구 노력에 전념하지 않고, 뜬금없이 내년도 급식예산을 쟁점화시키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김 지사에게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를 동의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결정에 따라 시민단체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가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지역 267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 상임본부(이하 경기 본부)’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의 원상복구 △경기도 예산관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 전시성·낭비성 사업과 개인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한 예산을 전면 삭감, 재조정△친환경 농민과 축산농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 등을 요구했다.

경기본부 구희현 상임대표는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김문수 지사는 자신의 브랜드인 친환경학교급식을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지원해오던 예산조차도 깎겠다고 한다”며 “이는 김 지사의 ‘대통령 병’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올해 추경예산안부터 급식 지원 예산 83억원을 감액하겠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경기도 지역 각 시 군과 교육청은 오히려 무상급식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경기도가 무상급식 예산 삭감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김 지사의 역점사업인 경기국제보트쇼, 경기국제항공전, 도민안방, 365민원전철 등의 예산 문제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 경기도의 내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양측의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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