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국정 감사 이모저모

17대 국회가 들어선 뒤 두 번째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감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열정과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산자위원들은 재래시장을 찾아 현장국감을 펼치는 다소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각종 특혜 시비를 비롯해 조선. 중앙일보 등 거대언론사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산자위, 재래시장 한복판서 국감?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위원장 김용갑)는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특별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중 재래시장을 찾아 ‘길거리 현장국감’을 벌였다. 산자위 소속 의원 20명은 29일 오후 김성진 중소기업청장, 최홍건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피감기관 관계자 20여명과 함께 대전시 정동 중앙시장의 한 네거리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길거리 국감’을 제안한 김용갑 산자위 위원장의 사회로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요구하는 상인들의 질문과 의원들 및 피감기관 관계자의 답변이 진지하게 오갔다. 김세태 중앙종합시장 회장은 "주차장이 넓어 편리한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은 매우 침체됐다"면서 "의원 여러분께서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재래시장에 주차 시설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종훈 대전 중리시장 상인회 회장도 "중앙정부나 대전시가 재래시장 현대화를 추진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인력 부족으로 지자체 공무원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인력을 보충해 주고 재래시장 관련법도 현실에 맞게 재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외환위기 이후 장사가 안돼 시장 상인들이 돈을 많이 빌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서민들이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은 잇단 상인들의 요구에 "재래시장의 현실에 맞게 관련 법규를 검토하고 재정당국, 금융권과 협의해 상인들이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은 "재래시장 상인들이나 택시 운전기사 등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얼굴을 들 수 없다"면서 "앞으로 이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1천억원 가량이 투입됐는데 그 실효성과 개선점 등을 파악하려고 재래시장에서 하는 현장 국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산자위 국회의원들은 중앙시장의 식당에 모여 한 그릇에 3천500원짜리 순대국밥을 점심으로 먹고 음식값을 각자 계산해 눈길을 끌었다. ◆철도시설공단, 무자격자에 주택공급 특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관련 규정과 지침을 확대 해석해 편법으로 직원 682명에게 주택공급 특혜를 주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철도시설공단과 관련, 배포한 자료에서 "공단이 2004년 1월 서울에서 대전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근무지를 옮긴 586명 외에 682명에게도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건설교통부 지침을 확대 해석해 주택분양 0순위 혜택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 이전하는 종사자에 대해서만 혜택을 줘야 하나 지방에서 지방으로 발령 받거나 기존에 지방에서 근무하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긴 뒤 다시 서울로 온 종사자 등 사실상 대부분 직원들에게 혜택을 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앞으로 176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앞두고 자칫 모든 지방이전기관도 이처럼 무자격자들에게 특혜를 줄 소지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격히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측은 "작년 10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기관을 옮겼을 경우 주택 규모나 소유 여부, 신분 등에 관계없이 기관 소속 종사자들이면 희망자에 한해 누구나 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조선ㆍ중앙 광고지면 절반 이상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전체 지면 가운데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노웅래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상반기 6개 중앙일간신문 지면의 광고비율은 43%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조선이 5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중앙 51%, 동아 48%, 경향 35%, 서울 35%, 한겨레 34% 등의 순이었다. 노 의원은 29일 언론재단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신문의 생명은 기사인데 기사가 광고보다 적다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보다는 광고 수익에만 전념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정남기 이사장의 견해를 물었다. 정 이사장은 "기사 콘텐츠가 신문의 본령이기는 하지만 경영 여건 때문에 광고를 많이 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청와대 개인명의 언론중재신청만 41건 달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언론중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개인명의로 언론중재를 신청한 건수는 41건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위가 정 의원에 제출한 청와대 관련 조정신청 처리결과에 따르면 신청건수는 2003년 23건, 2004년 10건, 2005년(9월27일까지) 8건 등 모두 41건이다. 이중 개별 언론중재 신청 현황은 문희상 비서실장 15건, 김우식 비서실장 9건, 문재인 민정수석 비서관 6건, 노무현 대통령 3건 등이며 이정우 정책실장과 조기숙 홍보수석 비서관, 이해성 홍보수석 등은 각각 2건으로 집계됐다. 정 의원은 "미국의 경우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비판을 막기 위해 제기되는 부당한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20여개 주에서 '반 전략적 봉쇄소송'(Anti SLAPP) 제도를 입법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고검장 "돈 받은 적 없다" 발뺌 ‘안기부 X파일’ 파문과 관련해 떡값 전달 책으로 지목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은 29일 "돈 받은 적이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홍 고검장은 이날 국회 법사위의 광주 고.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용퇴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못한 게 없는데 그만 둘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홍 고검장은 이어 "사퇴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후배 검찰은 물론 검찰 정체성, 명예에 관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X파일 파문 이후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홍 고검장이 사퇴 불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고검장은 "두 분간(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지만 돈을 받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며 "당시 서울지검 형사6부장이었는데 돈을 받았다면 검찰 내부에서 소문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고검장은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 문제로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의 질문에 “위로 전화만 했다"고 답했고 삼성그룹 임직원과의 모임이나 만남을 주석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홍 고검장은 "1997년 추석 전후가 아닌 다른 시기에 선.후배 검사에게 판공비외 격려금이나 떡값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경우에도)공식적인 것 외에 개인적으로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홍 고검장은 지난 9일 실시된 대검 감찰부 조사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조사방법이나 내용 등은 대검에서 답변하는게 맞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법사위, 이건희 회장 국감증인 채택 국회 법사위는 29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지난 27일 재경위에서 삼성자동차 손실보전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데 이어 두 번째다. 법사위는 이날 밤 광주고검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친 직후 전체회의를 소집해 이른바 X파일에서 언급된 삼성 떡값 문제와 관련,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키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열린우리당 우윤근, 한나라당 장윤석 간사간 협의를 통해 이 회장 증인채택 여부에 대한 막판 조율을 시도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법사위는 다음달 7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지만, 이 회장은 신병 치료차 미국에 체류중 이어서 실제 국감 증언대에 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법사위는 국민의 정부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던 천용택 전 원장과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장를 이끌었던 권영해 전 원장을 X파일 관련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 전원을 비롯해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지만, 천 전 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선에서 양보했다. 우윤근 의원은 "전직 국정원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국회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서 성역없이 국민 의혹을 푸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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