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회장이 해외로 유출한 자금, 삼일빌딩 · SKT주식 매입 의혹 제기

지난 2일 김우중 전 회장이 해외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 자금 4771만달러로 (주)필코리아 지분을 매입하는 등 총1141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는 선에서 김 전 회장의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26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자금 450억원이 국내로 유입됐다며 이 자금이 조풍언씨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면서 SK텔레콤 주식과 삼일빌딩 매입에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이미 이를 파악하고도 회수나 제재 등 아무런 조차기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자금이 김 전회장의 도피와 정부고위관리에 흘러들러갔다는 의혹도 제기돼 정·재계에 또 다른 파장을 낳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 김우중의 자금줄 BFC 대검 중수부(박영수 검사장)는 9월 2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기소하면서, 김 전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렇게 종결됐다. 추가로 밝혀진 김 전회장의 비자금 조성 중심에는 BFC계좌가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7년간 BFC자금을 페이퍼컴퍼니인 퍼시픽인터네셔널에 투자금 및 관리비로 4771만달러를 송금했고, 이 자금을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경주힐튼호텔 등을 소유한 (주)필코리아의 지분을 90%매입했다. 또 이를 김 전회장 부인인 정희자씨 등을 통해 관리했던 것으로 밝혔다. 또 김 전회장은 99년 6월 미주법인인 (주)대우의 자금 4430만달러를 BFC를 통해 조풍언씨의 회사 KMC계좌로 송금, 이를 다시 국내로 송금하여 (주)대우정부시스템 주식 258만주와 (주)대우통신 TDX사업 인수계약금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게다가 2000년 BFC 자금으로 구입한 전용비행기를 임의 처분한 1450만 달러를 횡령하고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전시용 유화, 조각품 등 합계 628만달러 정도의 미술품을 구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보스턴 캠브리지 주택구입 및 해외체류 경비 등으로 273만 달러를 임의 사용한 혐의도 밝혀졌다. 이 같이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중심에는 BFC가 자리잡고 있어, 자금을 수월하게 유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권 의원, 또다른 의혹 제기 26일 국회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전회장의 비자금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 내부에는 역시 BFC도 포함돼 있다. 권 의원은 “김 전 회장이 조풍언씨를 통해 450억원을 국내로 유입시켜 SK텔레콤 주식 3만211주(64억원)와 삼일빌딩(385억6000만원) 등을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권 의원은 BFC가 1999년 6월 23~24일 서인도제도에 있는 ‘글렌데일 리미티드’라는 페이퍼 컴퍼니로 송금했고, 글렌데일 리미티드는 바로 다음날인 24~25일 4430만 달러를 조씨가 인수한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 KMC에 송금했다고 자금 유입의 경로를 설명했다. 이어 KMC는 이 자금을 6월 29일 국내로 송금, 또 송금된 돈 가운데 2430달러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주를 취득하는 데, 나머지 2000만 달러는 대우통신의 전자교환기 사업인 'TDX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측의 반대로 이 계약이 파기되자 대우통신으로부터 현금 94억6000만원을 받아낸 조씨는 이 돈과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95만주를 매각한 대금인 291억원을 합친 385억6000만원을 KMC 계좌를 통해 홍콩으로 유출했다고 권 의원은 주장했다. 홍콩으로 유출된 돈은 그 뒤 조씨가 홍콩에 설립한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인 '스몰 록 인베스트먼트'의 명의로 외환은행 등 국내 계좌로 송금돼 2001년 2월 삼일빌딩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씨가 2001년 3월 산업은행과 수의계약을 통해 삼일빌딩을 502억원에 인수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삼일빌딩 인수자금이 조씨의 KMC 계좌로 유출된 자금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로 조씨가 수천만 달러의 재산가이기는 하지만 2000년 4월~2001년 2월 사이에 자금을 만든 흔적이 없다는 점과 2004년 유출한 액수와 2001년 2월 외환은행 등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이 일치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따라서 조씨가 홍콩을 통해 유출한 자금은 세탁과정을 거쳐 국내 계좌에 재입금돼 고스란히 삼일빌딩 구입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게 권 의원 주장이다. 또한 권 의원은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조씨를 자금관리인으로 내세웠거나 자신의 해외도피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지불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는 만큼 조씨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또 "지난 9월 검찰 수사발표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은 KMC가 만든 자회사인 '통신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SKT 주식 3만2011주(64억원)"라며 "이것도 김 전 회장이 빼돌린 대우자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금감원, 정말 몰랐나? 이와 함께 권 의원은 김 전 회장의 “이 자금이 김 회장의 해외도피 등에서 정부고위직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쓰여 졌다”며 금융감독원이 이를 파악하고도 묵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권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0년 4월 대우그룹 분식회계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우중 회장과 조풍언씨의 거래에 대한 입출금 잔액을 파악했으나 이를 묵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 회장이 이 자금으로 당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킨 삼일빌딩을 인수했으며 대우사태 이후 남은 금액으로 해외도피에 필요한 자금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의원은 “2000년 4월 이후 조풍언의 계좌로 유출된 자금을 포함해 550억원 가량이 대우그룹의 자산으로 추정된다”며 “이 자금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김 회장의 자금 출저 파악이 자료에 그대로 드러났는데도 금감위는 이 사실을 몰랐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윤 금감위원장은 “당시 자료가 단순 집계에 불과 했었다”며 “파악이 안됐었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금감위나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검찰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냐 돼냐”고 반문하면서 “정부기관의 안이한 태도 때문에 정부고위직이 김 회장의 해외도피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질의를 마치며 “김 회장 관련된 자금으로 의심이 되는, 조풍언씨를 통해 거래된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벌 처벌하라”고 추궁했다. 권 의원은 "금감원은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조사를 위한 대우그룹 국제금융 조직인 BFC에 대한 실사를 할 때 이런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윤증현 금감위원장에게 질의했으나 윤 위원장은 "딱 부러지는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은 검찰수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양해해 달라"며 "그러나 관심을 갖고 검토해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권 의원을 주장으로 향후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정치권의 대가성 자금이 또다시 제기돼 금감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