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밀반입·뇌물 수수 등 온갖 추문

생수제품 가운데 국내 부동의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삼다수가 여러 사건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 불법수출을 한 사실이 적발됐고, 제주도개발공사 담당 간부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제주삼다수의 전국 유통을 맡고 있는 광동제약의 최수부 회장이 별세해 앞날이 다소 불투명해 보이기도 한 상황이다.

中 반송조치에 제주도개발공사 "공식 수입업체 수출 아냐"
95톤 막대한 양에 일부 "소규모 무역업체 소행이라기엔…"
유통 관리한 제주도개발공사 간부, 뇌물수수 사건 연루돼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 사망 후 유통권 관계변화 우려 나와

▲ 3월 제주항 제9부두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중국수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행사에서 오재윤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최근 제주삼다수의 수출 유통경로에 심각한 취약점이 발견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시판용 제주삼다수 중 무려 95톤 분량이 비공식적인 경로로 중국에 밀반출된 것이다.

세균기준 초과, 중국서 반송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보따리상’이 불법적으로 빼돌려 중국에 나간 제주삼다수가 세균 기준 초과로 반송 조치된 것이다. 최근 제주삼다수는 CJ오쇼핑이 독점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이는 지난 7월 28일 중국 중앙방송국이 운영하는 뉴스 전문방송 채널 CCTV 13에 보도되며 처음 알려졌다. CCTV 13은 “수출입검험검역국의 163차 불합격 식품·화장품 가운데 제주삼다수가 있으며 세균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전량 반송 조치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도개발공사는 긴급히 해명을 내놓았다. 8월 2일 제주도개발공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중국에서 반송조치 된 제주삼다수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니라 소규모 무역업체가 국내 판매용 제품을 비공식적인 경로로 중국에 수출하다가 반송 조치를 받은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이어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세관을 통해 수출업체와 관련사항에 대한 조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제주삼다수가 밀반입됐는지 머지않아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제주도개발공사는 “현재 제주삼다수의 공식적인 중국 수입업체는 칭다오미노아공예품유한공사(산둥성 지역)와 CJ오쇼핑(산둥성 이외 지역) 두 곳 뿐”이라며 “이렇게 수출되는 제주삼다수 제품은 중국 검역국으로부터 위생증을 발급받아 정식 유통 판매하고 있다. 위생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삼다수 밀반입 사건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내용은 과연 국내 시판용 삼다수가 ‘소규모 보따리상’에 의해 주도되었냐는 점이다. 그렇게 보기에는 소규모를 뛰어넘는 면모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중국 세관에 적발된 제주삼다수는 총 95톤으로 소규모 밀수업자가 개입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라며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판매 위탁과 관련된 루트를 통하지 않고서는 일개 오퍼상이 빼돌리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는 견해를 내놨다.

밀수 적발도 충격적이지만 중국 검역 당국에 의해 제주삼다수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검역 당국은 “제주삼다수에서 일반 세균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반송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통 관계자 대다수는 “중국 검역 당국의 발표는 자칫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세균이 들어있는 제주 삼다수를 마셨단 말인가’라는 의문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로 번질 우려도 있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제주삼다수가 국내 판매 1위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민감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여기서 일반 세균이란 인체 유해성과 절대 관계없는 모든 종류의 세균을 가리킨다”며 “특히 먹는 물에 대해 일반 세균은 수질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반세균 검사 실시만으로는 문자 그대로 ‘세균이 있는가 없는가’만 알 수 있을 뿐”이라며 “몸에 해로운 대장균 등 병원성 세균이 실제로 함유되어 있는지는 전혀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제주개발공사 간부, 뇌물수수 연루

제주삼다수를 둘러싼 오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제주삼다수 유통을 관리하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에 근무하던 담당 간부가 무려 수천만 원대에 이르는 거액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18일 제주지검은 본인이 제주삼다수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직위를 이용해 운송업체 대표 등에게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제주도개발공사 간부 김모(47)씨를 전격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수천만 원 대의 뇌물을 건넨 제주삼다수 운송업체 대표 A(41)씨와 제주삼다수 수출 운송업체 대표 B(51) 씨에게도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 조치했다.

김 씨는 지난 2008년 11월 제주삼다수의 국내 운송 업무를 책임지는 하도급 업체 대표 A씨로부터 3300만원을 받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모두 4000여만원에 이르는 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김 씨의 이 같은 범행은 지난 6월 제주삼다수 수출 운송업체 대표 B씨로부터 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던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비리가 일시적이 아니라 고질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씨는 갑을 관계에 있는 이들 업자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뇌물 수수 의지를 간접적으로 돌려 말한 다음, 지인의 계좌나 직접 개설한 대출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하도록 했다”며 “이런 수법을 통해 김 씨는 사실상 뇌물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광동제약 ‘효자상품’ 됐지만

제주삼다수를 둘러싼 구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심에 이어 제주삼다수의 전국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광동제약의 창업주 최수부 회장(78)이 지난 7월 24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여름휴가 중이던 최 회장은 강원도 평창 소재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친 뒤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제주삼다수 유통권을 획득하며 경영다각화에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별세 이후 제주삼다수 유통권 관계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최 회장이 돌아가신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제주삼다수 전국유통 계약과 관련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 간의 협력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 2012년 12월 7일 광동제약은 제주도개발공사와 2016년 12월 14일까지 4년 동안 매년 제주도 외 판매분 중 약 50%에 달하는 물량의 삼다수를 전국에 판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제주삼다수는 최근 광동제약에게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말부터 각 대리점·편의점·농협 등에 제주삼다수를 유통하고 있다. 광동제약이 일반 소매점에 판매하고 있는 제주삼다수 매출이 236억원을 기록하며, 회사 매출 비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광동제약 측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2/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삼다수는 총 5311만개가 판매돼 236억9800만원이라는 짭짤한 매출을 올렸다. 순식간에 제주삼다수가 광동제약을 대표하는 최대 주력품목으로 올라선 것이다.

그동안 광동제약 생산 제품 가운데 줄곧 매출 1위를 유지했던 간판상품인 ‘비타500’은 일반 소매점에서 5060만개가 판매됐다. 제주삼다수와 비슷하게 팔리기는 했지만 매출은 삼다수의 절반 정도인 142억원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삼다수는 비타500과는 달리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제품이라 판매 1위의 의미는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면서도 “최근 잇따른 구설수 때문에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는 올 하반기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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