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안 부동산 정책 ‘우왕좌왕’

전세가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땜질 처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을 조명했다.

▲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 기준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0.98% 상승했다. 사진은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시스
 

새누리, 9월 국회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강력 추진
부동산 활성화 방안 빅딜시도야권, 부정적 의견
정부, 전세대란 우려전세 공급확대·금융지원 착수
 
전세가가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친 전세값이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7~8월이 부동산 거래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 기준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0.98% 상승했다. 전세가 상승률은 20107%, 201112%, 20123.5%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2.75%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대란을 부동산 거래 절벽이라는 위기에서 찾고 있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자 집을 사지 않고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與野, 부동산문제 해법 달라
 
새누리당은 현행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가격 상승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시기에 만들어진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며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권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분양가 상한제 합리적 완화 리모델링 수직 증축 요건 완화 등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투기적 수요가 유입돼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정서라고 말했다. ‘취득세 인하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마련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정책에 민주당이 난색을 표명하자 새누리당은 부동산거래 활성화 관련 법안의 ‘42 빅딜을 제안했다.
 
▲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열린 ‘당 정책위원회 2013 하계민생탐방, 서민주거 부담 완화 및 부동산 시상 정상화 정책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 기업 양도소득세 특별가산세 폐지 등의 법안에 민주당이 합의해줄 경우 민주당이 요구해온 ·월세 상한제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뉴타운 매몰비용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에 합의하겠다며 빅딜을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빅딜 대상 법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것들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빅딜 제안에 대해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현안이 시급하지만 여야간의 협상을 거쳐서 결정될 것이 아니라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 ⓒ뉴시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최고위-국정원개혁 국민본부 연석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 명분으로 여야의 부동산 정책 빅딜 제안을 해왔지만 이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이 갖는 사회적 파급력을 감안할 때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일관성 있게 정책을 세우야 할 일이지 빅딜 형식으로 처리할 경우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정치권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정책은 땜질처방?
 
그동안 새누리당은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당론으로 주장해 왔고, 민주당은 전·월세의 인상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해 왔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경우 건설업체의 폭리와 집값 거품에 대한 반대의견이 상당하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또한 이견이 팽팽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입법 예고되기 전, 임대인들이 갑자기 전·월세를 올릴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1989년 임대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개정 때 전셋값 급등 파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
 
더구나 기존 세입자에게 2년 전세 계약을 추가로 맺을 수 있는 권리를 줄 경우 집주인은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울릴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로 인상폭을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면 전세 인상을 잡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에 관한 갑론을박도 상당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결국 부자 감세정책인 데다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어서 서민·중산층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부동산 취득세 감면 정책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연구원의 취득세 감면이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취득세율 인하는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취득세율 인하가 지방세 수입 감소라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주택 보급률이 100% 이상인 현시점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정부도 팔을 걷어 부쳤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등 전월세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전세금융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 서울 강북구의 미아동 부동산 앞에서 한 여성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전세를 찾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국토교통부는 기존의 매입 전세·임대주택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매입 전세·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임대사업자가 사들여 세를 놓는 집을 말한다. 매입 대상주택 확대를 위해 매입 지원금도 현재 85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도 내놨다. 또한 국민주택기금의 매입임대자금 대출금리도 하반기 중 낮출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 대출 보증 한도를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 있어야 하는데 공사는 가구당 최대 15000만원까지 보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 한도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2배까지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전셋집 공급을 늘리고 세입자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부동산 전문가와 업계 모두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키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현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거래 절벽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국토부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7월 주택거래량은 모두 32355건으로 지난해 7월의 51216건에 비해 36.8% 감소했다. 지난 6129907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전세대란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 우세해 부동산 관련 추가 대책이 절박한 상항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나 금융지원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전세대란의 구조적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거래 부진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부동산 문제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각론에서 이견이 있는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이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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