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신한·농협銀 등 대출비리 발생

최근 외환·신한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이 대출 금리를 조작하거나 심지어 사망자의 대출기한을 연장해준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 이들 은행 외에도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둘러싼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모럴 해저드로 넘기기에는 너무나 흔한 사건이 된 셈이다.

외환銀 임직원, 가산금리 인상 303억원 불법수취
본점 수익창출 위해 영업점에 ‘목표 마진율’ 지정
신한銀, 사망고객 26명의 77억원 규모 대출 연장
농협銀, 심사생략 후 중앙회에 6조원 빌려줘 적발

▲외환은행 사옥 전경(ⓒ시사포커스)과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뉴시스)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서민들에게 은행 대출은 언제나 절박하고 숨 막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월급쟁이 생활로는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출은 피할 수 없는 방안이 됐다. 그러나 일단 대출을 받으면 삶은 고통스러운 투쟁으로 돌변한다. 다달이 납부해야 하는 이자와 원금 상환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이자 및 원금 납부가 늦어지면, 연체이자라는 구실 아래 내야할 금액은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혹자는 “대출을 통한 집 장만을 ‘투기’ 개념으로 접근해 그런 낭패를 당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개인의 욕심으로 대출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출을 적극 권장한 정부 및 금융기관은 과연 책임이 없을까? 과다한 대출로 양산된 하우스 푸어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상황에서 은행권은 무엇보다 대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한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둘러싼 사건사고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서민에게는 그렇게도 야박하게 굴던 금융권이 자신의 밥줄이 달린 ‘윗선’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자세를 보이며 대출금리를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부당대출을 서슴지 않던 금융기관도 적발됐다. 이러한 은행권의 ‘모럴 해저드’ 문제는 경제민주화와 국민통합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환銀, 대출금리 조작

7월 25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강남일 부장검사)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영업점에서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으로 올리는 수법으로 고객들의 이자 303억원을 불법 수취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사기)로 외환은행 전 부행장 권모 씨 등 전·현직 임직원 일곱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불구속 기소된 임직원 가운데에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고위직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모럴 해저드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특히 권 씨는 부행장 급인 기업사업 본부장까지 역임했다가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기업마케팅부장·현직 영업본부장·일선 영업점장 등도 대거 포함됐다. 회사에 중추적인 인물들이 대거 부정행위에 가담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출금리 조작에 가담한 외환은행 영업점이 321곳, 영업점장은 무려 675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한 피해건수는 총 1만1380건, 손해를 입게 된 고객은 자그마치 4861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은행 전체가 비리에 적극 가담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이 고객과 약정한 대출기간 중에는 가산금리를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은행 측은 우월한 위치를 적극 활용해 개인사업자나 소기업을 대상으로 금리를 멋대로 조작했다”며 “한마디로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산금리의 경우 고객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해야 하나 외환은행 측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금리를 변경하려면 고객의 동의 아래 추가 약정서를 체결해야 하지만, 은행 측은 제대로 된 추가 약정서도 없이 마음대로 금리를 조정했다”고 개탄했다.

더욱이 이들은 외환은행 본점의 일정 수익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일선 영업점에 목표 마진율을 지정한 뒤 금리를 조정하도록 지시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부분은 임의대로 맞추도록 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등 합법을 넘어선 지시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대출을 한 고객들이 금리가 조작됐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금리에 민감한 고객을 조작대상 리스트에서 빼버리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조작된 사실을 눈치 챈 고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금리 인상 폭이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고객이 상당히 많은 것도 이런 상황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왜 이러한 행위를 한 걸까. 검찰조사 결과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이 론스타 측에 배당금을 지급하려는 목적으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과도하게 높이는 와중에 이 같은 범행이 대규모로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리처드 웨커 전 행장이 2005년 부임한 이후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아간 배당금은 무려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리처드 웨커 전 행장에 대해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 향후가 주목된다.

신한·농협銀도 대출비리

은행권의 대출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신한은행은 사망한 고객에 대출기한을 연장했다가 감독당국에 적발돼 논란을 일으켰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7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신한은행이 사망고객의 대출기한을 멋대로 연장 처리한 사실을 적발했다. 은행권에서 사망자에 대한 대출기한 연장이 적발된 것은 사실상 이번 경우가 처음이라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조사 결과, 신한은행 영업점 21곳에서는 지난 2011년 1월 26일부터 2012년 10월 2일까지 대출을 받았다가 사망한 26명에 대해 총 77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을 기한 연장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대출의 경우 대출기한을 연장하려면 고객으로부터 추가 약정서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자동으로 연기되도록 한 추가 약정서라도 고객에게 전화 등 방법으로 확인을 거친 뒤 기한 연장등록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신한은행 측은 이와 같은 규정을 무시한 채 이미 세상을 떠난 고객의 대출을 연장해버리는 일을 저질렀다. 단순히 태만이라고 보기에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 약 6조원을 적절하지 못하게 대출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된 사건도 터졌다. 지난 7월 17일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에 대해 최근 종합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3월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에 6조3500억원을 일반자금 대출에 비해 상당히 낮은 공공자금 대출금리로 제공했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의 25%)는 3조5000억원을 넘지 못하도록 엄연히 명시돼 있다.

농협은행은 분리된 이후 5년 동안 유예하도록 적용받아서 농협중앙회에 대해 대출한 것 자체가 불법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를 금융기관으로 간주하는 바람에 소요자금 한도산출 및 심사를 생략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금융권에 만연된 기강해이 및 모럴 해저드가 문제로 부각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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