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울산 현대자동차앞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공장진입시도를 취재하던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오른쪽)와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가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이 집중해서 쏘는 물대포를 피해서 달리고 있다.

언론, ‘낫’과 ‘칼’을 든 현대차 불법에는 침묵
현대차, 사진기자에게 의도적으로 물대포 조준

지난 20일 일어난 울산 현대자동차 폭력사태로 언론이 뜨겁다. 하지만 폭력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는 보도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이 ‘낫’과 ‘칼’을 들고 위협적으로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향해 행사한 폭력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물대포와 소화기를 퍼부은 행태에 대해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신문사를 비롯한 방송3사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폭력성만을 부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단체는 “좌파단체들의 폭력행위”이라며 비판했다.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폭력 시위자를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이 현대차는 ‘폭력으로 얼룩진 희망버스’라는 자료를 돌리며 사측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들의 내용을 성실히 대변해줬다.

우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현대차의 비정규직 문제부터 짚어보자.

현재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병승·천의봉씨가 현대차 앞 송전탑에서 280여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현대차 측의 ‘불법파견’ 때문이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은 노동부와 대법원에 의해 결론났으며 2012년 재상고심에서도 “사내하청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해 2년 이상 일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최종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노동부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자는 취지에서 ‘희망버스’ 이름으로 전국에서 1500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이 20일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앞에 모였다. 이날 오후 7시경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현대차 직원, 용역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사진, 영상 기자들에 향해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이 집중적으로 물대포와 소화기를 조준 분사했다.

이날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 한겨레 허재현 기자, 뉴스타파 노종명 기자,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등은 현대차 직원과 이들이 고용한 용역직원에 의해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가루 세례를 당해야 했다. 물론 이들은 기자증과 함께 신분을 알렸으나 현대차 측의 폭력적인 행동은 더욱 거셌다.

시사포커스 원명국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상태라서 저항할 틈도 없이 현대차 측은 카메라에 집중적으로 물대포를 쏘았다”라며 “시위 현장은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의 폭력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문사의 허재현 기자는 현대차 직원과 용역들이 ‘낫’과 ‘칼’을 들고 있는 것이 보여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섰다가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물론 메이저 언론사들이 보도한 사진에는 용역직원들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사진은 없었다. 메이저 언론사들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대나무를 든 장면을 집중 보도했다.

언론노조는 23일 성명서 ‘현대차는 언론탄압까지 자행하는 폭주자동차인가?’를 통해 ‘기자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보도하는 책임과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기자들이 자유롭게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에 속하는 사회적 합의다. 이번 현대차 사측의 태도는 이러한 기본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가 신문사 사진기자들의 취재를 집중적으로 방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들고 있던 ‘낫’과 ‘칼’은 국민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사실이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국민들은 현대차 직원과 용역에 의해 자행된 폭력적인 모습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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