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1933 한국 최초의 여성 파일럿.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보니 엄복동의 자전거로구나.....안창남(安昌男). 그는 1921년 22세의 나이로 일본 항공국에서 실시한 제1회 비행사면허시험에 당당히 합격을 하고 그 이듬해 12월 경성악대(京城樂隊)의 우렁찬 환영의 주악과 5만 군중의 환호성을 받으며 여의도 상공에서 쌍엽 비행을 한 최초의 한국인 파일럿(Pilot)이다. 1930년 4월 비행훈련 교육 중 사망하기까지 자전거 경기에서 일본선수들을 거듭하여 물리쳤던 엄복동(嚴福童)과 함께 국민적 영웅이었다. 그 뒤 독립 운동에 참가하기 위하여 1924년 중국으로 망명, 베이징의 「조선청년동맹」에 가입하는 한편 한국인 비행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비행기와 함께 저물어버렸다. 파일럿에게 어울리는 최후로 우리의 기억에 추락하여 깊은 파편을 남긴 것. 비행기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뒷 모습은 아련하다. 하늘에 자신의 몸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 이들이 마지막으로 가지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짧고 강렬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살아보지 못한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으로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그 이야기가 ‘여자’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좋다. 나쁘지만 멋진 여자 안창남에 비해 같은 시기 활동했던 ‘한국 최초의 여자 파일럿’박경원은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한국 최초’란 타이틀에 묵직한 무게가 실리는 지금, 그녀에 관한 평가는 미미하고 사후자료도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그녀의 몇몇 행동은 훗날 친일논란에 휩싸여 그녀가 세운 공로마저 축소되고 있다. 누구나 날고자 하지만 아무나 날 수는 없다. 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어려웠던 시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 그녀는 한국 최초의 여성 운전 자격증 취득자이기도 하다. 1901년 대구에서 출생해 신명 여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22세 때 자혜의원 조산부와 간호과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어 일하던 중 일본으로 건너가 1925년 일본 다찌가와 비행학교에 입학, 1928년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2등 비행사가 되었다. 재학 당시 비행레이스에 나가 입상하기도 했다. 1933년 8월 7일, 그의 평생의 꿈인 고국방문을 위해 동경에서 자신의 애기(愛機) 인 청연호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으나 이륙한지 50분만에 안개 때문에 시계를 잃고 추락, 33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그녀의 행보는 아직도 많은 현대여성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당시 여자에게 가장 알맞은 직업이라 여겼던 ‘간호사’을 떨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솔직했다는 점에서, 남자보다 당연히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나쁘지만 멋진 여자’였다. 박경원은 2001년 목원대 김정동 교수가 출간한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현장3’에서 당시 그를 후원하던 일본 체신 대신 고이즈미 마타지로(1880~1950)와의 염문설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고이즈미 마타지로(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할아버지)와 함께 신사참배를 하고 일본군의 선전비행에 동원되는 등의 친일행적 역시 논란거리다. 그렇게 일본에서 활동하면서도 끝내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름 박.경.원의 이름으로 살았다. 강인하고 모던한 신여성의 표본 같은 인물이었던 그녀는 단지 핸드백과 하이힐로 치장하고 유행하는 재즈음악에 몸을 흔드는 외형의 신여성이 아니었다. 자기 인생의 진정함을 알고 있는 여자는 흔치 않았다. 박경원은 한국인에게 여성에게 불리한 시대를 뛰어넘어 날아올랐다. 이제 시간은 많이 흘러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 4월 영화제작사 씨네라인Ⅱ는 박경원씨의 생애를 영화화한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박경원에 관해서 일본에서 발간된 <건널 수 없었던 해협>이라는 책자가 계기로 제작하게 되었으며 박경원의 비행기 이름인 ‘청연(푸른제비)’을 영화 제목으로 한다고 밝혔다. <소름>의 윤종찬 감독의 연출과 장진영이 타이틀롤을 맡았다. 어떤 모습으로 재현되든 그녀의 그림자에 머물겠지만 부디 푸른 제비가 돌아오길. 지금 멋진 여자가 우리 앞에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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