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 게 죄?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입법화되면서 이에 해당하는 재벌기업들이 좌불안석이다. 일부 재벌기업 오너의 경우 수백억원대 증여세를 물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매출액 기준 5위권에 들어가는 대신증권도 마찬가지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오너형 재벌기업들의 탈세와 편법적인 경영세습 그리고 중소기업의 기회비용을 빼앗는 등의 고질적인 병폐를 차단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중 부동산(건물시설 유지관리 및 부동산 관리 등)을 통해 부정을 저지르는 재벌기업들이 많았다. 대신증권 역시 한때 계열사였다가 분리된 P개발에 전국 100여개 사옥관리를 수년째 수의계약을 통해 맡겨왔다.

대신증권, P개발에 수년째 전국 사옥관리 맡겨
P개발 매출, 한해 수억원 지난 10년 수백억원?
특수관계 P개발-대신증권…일각선 위장계열사?
공정위 “P개발 규제여부, 조금 더 살펴볼 필요”

▲ 대신증권 사옥 전경

인천 가좌동에 본사를 둔 P개발은 1985년에 설립돼 건물관리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해오고 있다. P개발의 전신은 대신증권 계열사였던 (주)송촌개발의 자회사 (주)송촌이다. 송촌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호(號)다. 대신증권은 양 명예회장의 호를 따 대신송촌문화재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수년째 대신증권 사옥관리

P개발은 양재봉 명예회장의 장남 양회천씨가 대표를 맡고 있던 송촌개발이 대신증권에서 떨어져 나온 후 유동성 위기(기업구조개선작업)를 겪는 과정에서 분리됐고, 2003년 10월께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P개발의 대표이사는 양회천씨의 부인인 문모씨가 이끌고 있다. 아울러 대신증권의 장손이자 문씨의 아들인 양홍재씨가 P개발의 99% 지분(2003년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P개발은 대신증권과 특수 관계에 있는 셈이다. 현재 대신증권 회장은 이어룡 회장으로 그녀는 양 명예회장의 둘째며느리다. P개발 문 대표와는 동서지간(2촌)이 된다. 또 이 회장의 아들이자 대신증권 최대주주인 양홍석 부사장(6.66%)과 P개발 문 대표의 아들인 양홍재 씨는 사촌지간이다.

다만 P개발이 비상장사인 관계로 정확한 지분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일감몰아주기 과세’ 요건에서 △특수관계인이 수혜법인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3% 이상(대주주와의 특수관계인) 보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과 과세당국인 국세청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히지 않고서는 명확히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과세’ 요건 중 △수혜법인이 세후 영업이익을 내고 △수혜법인의 매출 중 30% 이상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에서 나오는 부분에서는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온 P개발의 일부 감사보고서와 대신증권의 부동산임대계약 보고서 등을 보면 P개발은 상호를 바꾸자마자 대신증권과 빌딩관리 계약(도급액 월1억8500만원)을 체결했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신증권 전국 지점의 위탁관리 계약을 성사시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공식적으로는 2003년 10월 이후부터 대신증권과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P개발의 전신인 송촌 때부터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P개발은 전체 매출액 115억8천만원(2007년 기준) 중 상당 부분을 대신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관리와 대신증권 전국 수십여개의 지점 위탁관리를 통해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P개발의 매출은 한해 수억원, 10여년 동안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만일 P개발과 대신증권 간 거래가 일감몰아주기 과세기준에 부합된다면 관련 세액산출 기준에 따라 양홍석 부사장 등은 적게는 수억여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 받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이에 대해 최근 수혜법인(약 6200개)의 지배주주 1만명에게 증여세 과세 신고안내문을 발송한 국세청은 “해당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의 위장계열사?

공정위도 국세청과 보조를 맞추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나선다.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 계열사 SI(시스템통합), 물류, 부동산, 광고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4개 업종을 일감몰아주기 필수 규제대상에 편입시켰다. 공정위는 빠르면 다음 달 중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마련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총수일가)이 일정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의 부당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하면서 지분율 기준을 어느 선까지 정할지 고민 중이다.

또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기업의 자산 기준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P개발과 대신증권이 개정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위장계열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한다.

위장계열사란 실제로는 계열사이지만 외견상 계열관계가 아닌 것처럼 은닉된 회사를 말한다. 공정거래법은 같은 사람(동일인=오너)이 2개 이상의 회사에 지배권을 행사할 때 이들 회사를 ‘계열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위장계열사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기업 오너간 6촌 이내의 친족관계 및 주주관계, 기업 간 실질 거래관계, 지분 및 출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서 판단하게 된다”며 “P개발의 경우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를 비롯한 SK, 한화 등 일부 재벌기업들은 물류와 광고 등 2개 업종에 대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로 해 공정위의 일가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건물관리)과 SI의 경우에는 ‘특수상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내부보완과 기밀유출 등 여러 문제점 발생우려로 인해 다른 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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