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보험 가입자가 승소, 삼성생명에 배당금 지급 판결 파장 확산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인 ‘백수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확정배당금 청구사건에서 법원이 가입자들의 손을 줌으로써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해당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향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백수보험 가입자 83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확정배당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삼성생명)가 원고(가입자)들에게 55세 또는 60세 이후 사망할 때까지 50만원에서 400만원씩 매년 1억4050만원의 확정배당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백수보험이 지난 80대초 계약 당시 정기예금금리 변동시 확정배당금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을 뿐, 배당금 지급이 전혀 없다는 의미로 이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험사가 노후 상품을 판매하면서 불리한 측면을 소극적으로 알린 것은 상도의와 기업윤리에 어긋나 금리 변동에 따른 최소한의 확정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 있은 직후 다음날인 9일 보험사들은 판결 즉시 항소의사를 밝혔다. 반면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에는 새로 소송을 내겠다는 가입자의 전화가 하루 동안 2500통이 넘게 쏟아져 추가 소송도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 ◆ 보험사, ‘금리 떨어져 배당금 지급할 수 없다’ 백수보험은 지난 80년대 초 판매됐던 종신연금보험으로 월 3만∼9만원씩 3∼10년간 납입하면 55세부터 10년간 매년 최대 1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 인기를 모았던 상품으로 약 100만명이 가입돼 있다. 당시 이 상품은 동방(현 삼성), 대한교육(현 교보), 제일(현 알리안츠), 대한, 흥국생명 등이 판매해 왔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판결로 추가 소송이 삼성생명 뿐아니라 다른 보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품은 시중금리와 예정이율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확정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보험가입자들은 보험사들이 시중금리 하락을 이유로 배당금 지급을 거절하자 지난해 4월 소송을 낸 것. 상품 판매 당시 예정이율 12%와 정기예금 금리 25%의 차액만큼 확정배당금을 지급한다고 선전했는데 시중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확정배당금이 발생하지 않아 보험업계의 최대 민원 대상이 된 것. 보험계약자들은 그동안 “계약 당시 보험사들이 매년 확정배당금으로 보험금을 적어도 1000만원을 주겠다고 해놓고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원금 이외에 한푼도 줄 수 없다고 한다”며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보험사들은 “확정배당금은 금리변동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며 금리가 너무 떨어져 배당할 게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분쟁의 쟁점은 계약 당시 백수보험의 예정이율이 12%라는 사실과 시중금리가 그 이하가 되면 배당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주었느냐는 점이다. ◆ 보험사 “확정배당금 변동 가능성을 명시했었다” 이러한 분쟁에서 법원으로부터 배당금 지급 판결을 받은 삼성생명은 “백수보험을 판매한 6개 보험사의 상품내용이 같은데, 다른 4개 보험사는 재판에서 이겼다”면서 엄연히 보험 약관에 확정배당금 변동 가능성을 명시한데다 이미 대부분 가입자들이 패소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배당금이 없어지게 된 것은 정기예금 이율의 변화 때문이며, 이는 보험사 책임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반박할 계획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로 백수보험 소송의 물꼬가 트였다.”면서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 저울질하며 다른 소송의 추이를 보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국장은 또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생보사가 계약자에게 당초 예정이율과 정기예금 금리 차의 50~60%정도만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보험약관에 확정배당금이 변동될 수 있다는 문구에도 불구 배당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보험사들의 단점은 최대한 숨기고 장점만 과대 선전하는 영업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배당금 청구사건의 공동소송 원고는 700명이며, 사건은 12개 재판부에 배당돼 있다. 이 가운데 4건은 가입자들이 패소했고, 나머지 소송은 계류 중이다. 다음달 28일에는 교보생명을 상대로 한 소송결과가 나온다. 잠재적으로 소송을 낼 수 있는 보험 가입자수는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추산 통계치는 없다. ◆ 가입자, ‘확정배당금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보험사는 “약관과 규정 등에 정해진 대로 계산을 해서 배당금이 사라진 것에 대해 보험사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입자는 보험설계사가 확정배당금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은 가입을 권유한 보험설계사와 연락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보험설계사가 증인으로 나서기도 어렵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백수보험 가입자는 “보험설계사가 증언이라도 해주면, 회사는 설계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공동소송에서 원고들은 보험사의 약관 등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확정배당금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그럴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알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보험사의 실책이 인정됐기 때문에 이 판결이 확정되면 가입자들은 자신의 무과실을 증명할 필요 없이 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 한편 보험업계는 이번 판결이 계약자들의 승소로 집단소송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이 계약자들의 최종 승리로 돌아갈 경우 수백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삼성생명은 이번 판결에 따라 개별 가입자에게 주 계약의 2배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전망이다. 생보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백수보험 소송 승소가 잇따를 경우 대규모 보험금 지급은 물론 영업 위축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백수보험 확정배당금 지급 규모는 4000억원, 업계 전체로는 총 1조2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변액보험 상품 등 유사 보험의 불완전 판매 우려로 적극적인 영업에 제동이 걸릴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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