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스터 고'에 출연하는 배우 성동일 (사진 뉴시스)

김용화(42) 감독은 17일 개봉하는 스포츠 휴먼 블록버스터 ‘미스터 고’의 캐스팅에서 두 가지 큰 도박을 했다.

하나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아시아 최초 디지털 캐릭터인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인 소녀배우 쉬자오(16·徐嬌)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링링은 김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순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겉모습 아니 수만개의 털 중 한 가닥이라도 어색하면 4년에 걸친 노력과 영화의 순제작비의 절반에 가까운 120억원이 허공에 붕 뜨게 된다. 행동, 표정, 눈빛은 물론 상대배우와의 리액션도 자연스러워야 진정 디지털 캐릭터로서 생명이 깃들 수 있다.

2008년 1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쉬자오는 저우싱츠(51·周星馳)의 홍콩 영화 ‘CJ7–장강7호’로 데뷔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아시아의 다코다 패닝’이라는 찬사를 업고 이후 중국어권 영화 6편에서 주연을 꿰찬 천재 배우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김 감독은 믿고 쓰는 중견 배우를 초빙해 링링과 쉬자오를 뒷받침하게 했다. 그 배우는 김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연기파 성동일(47)이다

성동일은 극중 재정난에 빠진 서커스단을 살리려는 중국 옌볜 룡파 서커스단의 소녀 단장 ‘웨이웨이’(쉬자오)를 꼬드겨 서커스단의 명물인 야구하는 고릴리 링링을 한국 프로야구계에 입문시키는 탐욕스러운, 그러나 어딘가 외로운 에이전트 ‘성충수’를 열연했다.

김 감독과 성동일은 622만명을 모은 ‘미녀는 괴로워’(2006), 848만명을 앉힌 ‘국가대표’(2009) 등 전작들에서 호흡을 맞춰 흥행 기록을 경신해왔다. 이번에는 마침내 국내 기술로 만든 풀 3D 영화로 자신들이 합작한 전작 기록은 물론, 2009년 3D 열풍에 힘입어 국내 개봉작 중 역대 최다인 1350만 관객 기록을 세운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아바타’(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에게는 3무가 있다”고 말한다. 무심하고, 무덤덤하지만, 무한사랑을 준다는 것이다.

“‘미녀는 괴로워’ 끝나고 김 감독에게서 2년 만에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스키 탈 줄 아느냐’고 묻더라. 그리고 ‘국가대표’를 함께 찍었다. ‘국가대표’ 마지막 무대인사 끝나고 2년 만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야구 좋아하느냐”고 했다. 그렇게 영화를 세 개째 같이 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앞서 “성동일 선배는 나를 인간적으로 가장 감동시키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앞으로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나와 함께한 스태프들이 내가 정말 존경할 수 있고, 자극할 수 있는 그런 분들이기를 바라고, 함께 좋은 결과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 선배와 성동일은 “김 감독과 세 작품을 계속 하니까 왕래가 잦은 줄 아는데 2년에 한번 볼까말까 한다.

특히 성동일과 김 감독은 서로에게 소중한 것을 선물한 사이다. 자녀와 흥행 성적이다. “‘미녀는 괴로워’ 때 영화를 찍으면서 큰아들 준이를 낳았다. 배우가 영화를 찍으면서 자식을 낳으면 대박이 난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랬다. 그런데 ‘국가대표’ 때 둘째 딸 빈이를 낳았다. 그리고 셋째 딸 율이를 이번에 ‘미스터 고’를 찍으면서 낳았다.”

성동일은 “그래서 아내는 김 감독과 네 번째 영화는 하지 말라고 한다. 넷째를 낳을까봐서. 하하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성동일은 스타 감독의 자리에 안주한 채 영예를 누리기는 커녕 신인처럼 끝없이 도전하는 김 감독을 보며 늘 자극을 받고 있다. “나는 사실 생활 연기자라고 스스로 얘기를 해왔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생각 자체도 굳어져 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 감독이 한마디 하더라. ‘나는 미스터고를 목숨 걸고 찍을 거다. 그러니까 형도 목숨 걸고 찍어주면 안되겠느냐’고. 그때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서도 목숨을 걸 생각은 그렇게 안 해봤는데 김 감독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자 배우로서 ‘고맙다’는 마음과 함께 ‘나를 참 사랑하고 위해주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본 배우 성동일은 진짜 표리부동의 대표주자다. 표리부동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좋은 표현은 아닌데, 성 선배는 겉으로는 굉장히 냉혹한 척 포장하지만, 정말 자애롭고 인간적이다. 지금 대한민국 배우들 중에 어려웠을 때 성 선배의 도움을 안 받은 배우는 없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장점들을 잘 알기에 나는 그 덕을 언제 보나 했는데, 나한테 그렇게 베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고백했다.

‘미스터 고’는 개봉 전부터 속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 감독 스스로도 “이미 시작단계에 있다. 할리우드 큰 스튜디오 중 가장 관심이 많은 스튜디오의 부사장과 프라이비트한 스크리닝도 예정돼 있다. 일본도 곧 큰 회사와 스크리닝을 갖는다. 속편은 이 영화의 생명력이 어디까지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는 시리즈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성동일의 출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성동일은 “평소에도 ‘김 감독과의 차기작은 아마 2년 뒤에 김 감독으로부터 갑자기 전화 걸려 와서 ‘뭐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서 시작될 것 같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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