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론의 내용과 방향

국가정보원의 정치 대선 개입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45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국정개혁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를 비롯하여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국정원 개혁을 주문한 상황이라 정치권의 국정원 개혁 흐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정원의 개혁방향에 대한 여야의 내용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 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 유용준 사진기자
 
, 국정원 셀프개혁안도둑이 도둑잡나
국정원 수사권 재검토, 국회의 감독 강화 제안
국내정치 부분 축소·폐지, 산업·대북 정보 강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정치 대선 개입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불구속 기소되고 국정원을 상대로 헌정사상 첫 국정조사가 예정되기 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연일 시민사회단체에서 집회가 열리고 대학사회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이와 관련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전 방위적 압박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은 8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은 본연의 업무인 남북대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대북정보 기능 강화와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데 전념하도록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이른바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국정원에게 셀프개혁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 여야는 상이한 평가를 보였다.
 
, 국정원 셀프 개혁 환영
국정원 자체 개혁 한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환영하지만 국정원에게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제히 성토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정원 셀프개혁안은 도둑에게 도둑을 잡으라는 말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정원 스스로 개혁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국정원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재준 원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해서 지금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우기면서, 대화록 불법 유출 공개로 덮어왔던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스스로 개혁방안을 마련해달라이렇게 당부한다는 것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원 셀프 개혁안에 대한 비관론이 대두됐다. 황우여 대표는 국정원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인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정보기관 특성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7선의 정몽준 의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작업이 있었지만 그 작업은 국정원 자체에 맡겨져 왔다며 국정원 자체 개혁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국정원 개혁방안을 마련해 제대로 된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초당적인 개혁위원회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자 국정원의 셀프개혁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원 개혁에 있어 국회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은) 국회가 어차피 다뤄야 할 사항이라며 국회가 국정원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정치 파트 축소 불가피
국정원 고유 역할 충실해야
 
국정원의 개혁 방향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국정원 본연업무 강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본연의 역할로 대북정보, 사이버테러, 경제안보를 언급한 점으로 미루어 국내정치 파트는 개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사찰 등의 논란이 돼왔던 국내정치 파트의 기능과 역할의 축소는 국정원 개혁과 관련된 핵심쟁점이다.
 
이 교수는 국정원의 국내정치, 사회문제에 대해 정보수집의 미명하에 관여하는 것을 100% 금지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사태와 관련하여 역사적 뿌리가 깊다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국내정치를 운영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사건은 그런 잔존효과와 무관치 않다는 것.
 
그러면서 미국 CIA도 외국의 위협세력의 국내활동에 대해서는 감시하고 추적한다고 전제한 뒤 해외 적대세력의 국내활동에도 국정원이 손을 떼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해외적대세력 판단 여부와 관련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FTA4대강 사업 같은 데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인터넷으로 공격하는 게 그게 무슨 해외 적대세력의 국내활동입니까?”라며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국내정치 관련업무를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신중론이 혼재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국내정치 파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이재오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 의원은 국정원에 대해 민주주의를 조졌다는 표현으로 연일 강도 높게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 의원은 국내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선거판만 되면 이 당 저 당에 기웃거리고 여야에 줄 대고, 이게 무슨 국정원인가?”라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파트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정치파트 해체가 새누리당의 대세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내정치 파트를 없애자는 의견이 많지만, 이를 판단할 단 한 가지 기준은 정치권에 종북세력이 있나 없나라고 본다면서 종북세력이 있다면 국내정치를 완전히 없애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국정원의 수사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당내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하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정보기관이 종북(從北)이라는 개념을 쓰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종북개념을 쓰기보다는 국정원의 활동을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대응으로 한정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어 하 의원은 예를 들어서 4대강을 반대하는 것도 종북이고, 원자력에 반대하는 것도 종북이고, 사실 북한이랑 관련 없는 것까지 너무 확대해 종북개념을 보다 보니 정치개입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고, 결국 지금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 상황까지 다다른 것이라며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내 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 대세다.
 
여야의 상이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국내정치 파트의 업무를 축소하거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등의 조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국정원 개혁과 관련하여 여러 방안이 제안됐다.
 
국정원 조직기능 분리
합리적 통제수단 마련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국정원의 수사권 재검토국내 정보 수집권 재검토국회에 의한 감독 강화 등 3가지 개혁안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과 관련 입법안을 내놓고 일찍이 공론화에 나섰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명칭 변경 국내 정보 수집 권한 폐지 정치 공작 논란 막기 위해 국정원의 수사권 이관 국정원 예산 국회 심의 등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 전부개정안과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국정원장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포함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함께 주최한 국정원 개혁 방안 토론회에서 국정원 개혁 방안으로 국정원 조직과 기능의 분리를 통한 상호 견제 강화 국정원에 대한 의회의 감시기능 강화 및 합리적 통제수단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토론회에서는 국정원 구조 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이석범 변호사는 대다수의 외국 정보기관이 해외 부분과 국내 부문에 별도의 정보기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국가정보원으로부터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분리해 국내 정보 기능은 경찰에 넘기는 방안과 별도의 국내 정보기관을 신설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내정치 개입의 제도적 차단 수사권 분리를 통한 순수 정보 기관화 의회의 통제 및 감시 기능 강화 민간 참여를 통한 감시 및 통제 강화 통일해외정보원명칭 변경 기획·조정 권한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관 등을 제안했다.
 
국정원이 정권과 결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정원장 임기제와 국회 임명동의제를 동시에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국정원장의 임기제 도입과 국회 임명동의제를 동시 도입할 경우 국정원에 대한 정치권 외압은 차단하면서 국민들에 의한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국정원장의 임기제로 하면 정권에 치우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국내 정치 부분은 없애기보다 산업 스파이 감시 등 정보 수집 기능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행위가 적발되면 파면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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