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2002년 양대에 걸친 삼성의 불법 대선 자금 검찰수사 활기

97년, 2002년 양대에 걸친 대선자금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안기부 삼성 ‘X파일’ 도청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6일 도청테이프에서 거론된 97년 삼성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또한 이날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중 삼성채권 500억원의 용처를 수사를 벌이고 있는 대검 중앙수사부는 삼성 채권 매입과정에서 실무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전 삼성증권 직원 최모씨를 체포함에 따라 2002년 불법 대선자금의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검찰은 최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삼성 채권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경우 김인주 사장과 이학수 본부장을 재소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97년에 이어 2002년 대선자금 문제까지 잇따라 불거지자 '대형 불법 대선자금 비리' 사건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양대 선거에 걸쳐 진행된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검찰, 2002년 ‘삼성 채권’ 매입 실무자 검거 지난해 2002년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규명하지 못했던 삼성채권 500억원의 용처와 관련,최씨의 신병확보로 검찰의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용처가 불분명했던 채권 500억원에 대한 정치권 유입설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최씨는 2002년 대선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시작된 작년 1월 돌연 해외로 출국했으며, 이학수 삼성 구조본 본부장이 특별 사면된 직후인 올 5월 귀국해 곧바로 잠적한 바 있어 검찰은 삼성측이 의도적으로 최씨를 출국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씨가 당시 사들인 삼성채권은 800억원. 이중 300억원은 ‘이회창 캠프’에, 15억원은 ‘노무현캠프’에, 15억4000만원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측에게 건네진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나머지 500억원의 향방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이 추적 중인 삼성채권 500억원의 향방을 밝혀줄 핵심 인물인 셈이다.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삼성 채권 수사가 가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검찰은 6일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아파트에서 최씨를 체포했다”며 “최씨를 상대로 삼성 채권의 규모와 용처, 채권 매입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진술을 통해 “G증권에 재직하던 시절 박모 삼성 구조본 상무가 '이유는 묻지 말라'며 부탁해 수차례에 걸쳐 무기명 채권을 사줬으며 총액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도피경위와 관련해 "회사에 알리지 않고 삼성에 채권을 사준 뒤 개인적으로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웠고 검찰수사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최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삼성 측이 최씨에게 "매입한 채권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 최씨, ‘삼성측에 전달 채권 700억원 정도’ 진술 검찰은 최씨한테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쪽이 사들인 채권 액수가 700억원에 이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최씨가 문제의 채권이 정치자금용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어 소명이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최씨를 계속 조사하기로 했다. 또 “최씨가 ‘삼성에 전달한 채권 액수가 700억원정도 되는 것 같고, 2002년에 이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채권을 판 사채시장 브로커 김씨도 조사해 삼성이 사들인 채권의 액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자금원과 채권의 사용처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씨의 해명은 의혹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최씨는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1월 급히 출국한 이유에 대해 “삼성 쪽에서 ‘채권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았고, 검찰수사가 부담스러워 출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수사팀이 증권예탁원을 압수수색하며 삼성채권 수사를 확대하기 직전에 최씨가 출국한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진술이다. 때문에 삼성 쪽의 ‘출국 권유’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더욱이 최씨의 입국과 입국 뒤 도피 이유는 앞뒤기 맞지 않는다. 그는 “이학수 본부장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소환 조사 등 대선자금 수사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사면되는 것을 보고 수사가 다 끝났다고 생각해 귀국했으며, 귀국 뒤 검찰 수사가 부담스러워 도망 다녔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최씨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삼성과의 ‘교감설’을 밝혀낼 계획이다. ◆ 500억원 채권 어디로? 이처럼 최씨가 ‘700억대’ 채권 매입 시기를 2002년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그 사용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팀이 ‘2000~2002년’이라고 ‘추정’한 대선자금 수사팀의 채권매입 시기가 대통령선거가 있던 2002년으로 특정됐기 때문. 게다가 지난해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이학수 본부장은 “300억원 채권을 정치권에 주고 약간 남았는데 일부는 회사 용도로 쓰고 일부는 보관하고 있다”며, 나머지 500억대 채권의 존재는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사들인 채권이 700억원 정도 되는 것 같다”는 최씨의 진술로 이 본부장의 당시 허위 진술이었음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대선자금 수사팀이 밝혀낸 500억대 채권이 실제로 삼성 쪽으로 건너갔는지가 ‘검증’되고 나면 이학수 본부장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최씨에게 채권 매입을 ‘부탁’했다는 삼성 구조조정본부 박 상무는 이미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났지만 최씨-박 상무-이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채권의 흐름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300억 채권을 이학수씨가 정치권에 전달했듯 나머지 채권도 이학수씨가 사용했ro개연성이 있다”며 “때가 되면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儉,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소환 조사 또한 1997년 불법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6일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발인(삼성측) 조사는 지난달 9일 이학수 부회장을 조사한 이후 거의 한달 만이다. 김 사장은 참여연대의 고발대상에는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지난 97년 대선 당시 비서실 재무팀장이였다. 또한 그는 지난해 2월 대검 중수부의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구조본의 재무담당 부사장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김 사장을 상대로 도청테이프 내용대로 삼성이 97년 정치권에 100억원 이상의 불법자금을 제공했는지, 제공했다면 그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의 대가성은 밝히기 어렵고 단순 정치자금일 경우 공소시효(3년)가 이미 지났다는 점과 나머지 도청테이프와의 형평성 논란이 검찰에게는 부담이다. 검찰이 사건 초기 고발내용에 대한 별다른 조사 없이 이학수 본부장을 첫 소환할 때는 ‘여론무마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 소환으로 검찰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피고발인도 아닌 김 사장을 소환한 것은 그 만큼 강한 수사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 동안 내사를 진행했다고 봐도 된다”고 밝혀 자료검토 등 사전정지 작업을 거쳤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동생 회성씨가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모금한 ‘세풍사건’ 수사기록을 이미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학수 본부장의 재소환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환 조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이 회사 공금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공소시효(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10년)가 남아 있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 검찰은 2002년 ‘삼성채권’과 관련, 채권브로커 김씨와 사채업체 박 사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삼성이 매입한 정확한 액수를 확인하고 나면 채권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최씨 진술대로 삼성이 700억원대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행방이 묘연한 채권 370억원에 대한 사용처 수사를 본격화 한다는 것. 채권의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학수 부회장이나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때가 되면 하겠다"라고 말해 조사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씨 검거로 지난해 불법대선자금 수사당시 내사중지한 400-500억원대 삼성채권의 사용처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권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칠수도 있다. 검찰이 과연 어느 정도나 강한 의지를 갖고 수사를 벌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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