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2라운드 외교전 돌입

3개국 연쇄정상회담 “최종목적 비핵화”
韓·美 “진정성 보여야”…中 “빠른 대화”
북, 비난성명 남북관계 경색 오래갈 듯
북핵 주변 관련국, 치열한 외교전 예고

한·미·중 3국 간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북핵 문제 해법을 위한 6자회담 등 향후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방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그리고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었고, 북한의 핵 보유와 관련,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연쇄적 정상회담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함으로써 대북문제와 관련, 한국의 역할이 부각되는 긍정적인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는 연쇄적인 정상회담과 관련, “지난 5월 방미에 이어 이번 방중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미·대중 정상외교는 1차적으로 성과를 내고 마무리됐다”며 “특히 중국과는 향후 5년간 양국 정부를 이끌어 갈 두 정상간 오랜 벗으로서의 신뢰와 유대를 굳건히 함으로써 방중 슬로건인 ‘심신지려(心`信之旅)’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남북관계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강력히 비난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반발을 나타내 남북관계가 궤도위로 진입하기에는 상당부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방중과 관련, “새로운 남북관계니, 새로운 한반도니 하면서 우리에 대해 또다시 변화 타령을 했는데 변해야 할 것은 남조선 정권”이라며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모독하는 도발적 망발”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또 “우리는 박근혜에 대해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핵은 어떤 경우에도 흥정물이 될 수 없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과 다를 바 없는 위험천만한 대결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방중 성과를 폄하하는 북측의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대해 “지난 5월에 이어 오늘 또 북한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 원수에 대해 매우 적절치 못한 표현과 언사를 쓴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언행을 자제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의 행태는 국제사회가 보기에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대응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주변국 들을 상대로 대화공세를 벌이고 있는 북한은 북핵 문제를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핵군축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공통의 인식을 하는 등 현격한 차이를 두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한·미·일 등과 달리 6자간 대화를 우선적으로 재개하자는 입장을 나타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국 압박 북한 대화공세
‘북핵불용’ 북 압박 최고조

그동안 한반도는 핵실험 등 강경분위기로 인해 북핵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은 올해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에 반발해 6자회담과 한반도 비핵화의 종말을 선언했고, 3월에는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등 핵보유국으로써의 위상 강화에 총력을 경주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북한의 강경한 분위기가 전환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관련국들이 북핵문제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하는 등 북한의 수세적인 모습이 나타나자 북한은 대화공세 등 눈에 보이는 태도 변화를 나타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둔다는 공동의 입장을 보이며 북한을 압박했고, 여기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며 북한을 더욱 옹색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주변국의 입장에 대해 이를 타개하려는 북한의 움직임도 분주해 졌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6월 7∼8일)을 앞두고 지난 5월 22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에 전격 파견함으로써 북핵위기를 타개하려고 방향을 선회했다. 방중 기간 최 총정치국장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북한은 또 미중 정상회담 직전이 지난 6월 6일 남북간 당국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의하며 본격적인 대화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불용’이라는 성명내용으로 함축되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하며 상대적으로 북한에게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중국이 ‘북핵 불용’을 강조하자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을 약 열흘 앞두고 지난 6월16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의하는 모양새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김정은 정권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어 지난 6월19일에는 북한 핵협상을 총괄해온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분명히 했고, 이어 러시아 방문을 통해 대화공세를 적극적으로 펴는 모양새가 계속됐다.

6자회담 등 대화 가능성 높아
中, 조건보다는 대화 자체 강조

대북공조를 한목소리로 낸 한, 미, 중 3국의 연쇄 정상회담 결과에 맞서 북한도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어 이르면 이번 달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대화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한다면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여기에 미국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복원을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은 선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화를 위한 선 조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도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보다는 대화 자체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태도는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핵불용’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중국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북핵’ 대신 ‘유관 핵무기’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택해 북측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한·미·일 등의 입장과는 달리 대화재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관련국들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도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분위기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뿐 아니라 다른 주변국에 이른바 ‘대북 핵 공조’와 관련,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대남공세를 이어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30일 ‘외세와의 공조책동을 끝장내야 한다’는 논설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 개선을 전혀 바라지 않고 있으며 핵문제를 구실로 외세를 등에 업고 반공화국 압살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발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며 핵공조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지난달 한미정상회담과 최근 한중정상회담 등에서 한국과 미국,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공조하기로 한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반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북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대남공세에도 불구하고, 이미 큰 틀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강경분위기를 탈피해 대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대치 국면을 고집할 수 없어 대화 조건에 대해서도 입장 변화를 나타내는 등 어느 때보다 대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관련국들이 6자회담 재개에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의 입장 변화에 따라 북미 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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